글로벌 빅테크 간 인공지능(AI) 경쟁에 애플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5월 2일(현지 시간) 콘퍼런스 콜에서 “애플은 자사 제품 전반에서 생성형 AI를 매우 중요한 기회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몇 주 동안 이에 대해 자세히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9월 출시되는 차기 아이폰에 최신 AI 기능이 본격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 오픈AI와 손잡나
애플과 오픈AI의 협업 가능성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미국 ‘블룸버그’는 5월 13일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폰에 챗GPT를 탑재하기 위한 애플과 오픈AI 간 계약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차기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18에 챗GPT를 도입하는 것이 협업의 핵심이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는 5월 11일 애플이 6월 10일 열리는 2024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대대적으로 개편한 음성 비서 시리(Siri)를 공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올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온 애플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5월 13일 “기존 우려는 많은 부분 주가에 반영된 만큼 현시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염 이사는 “9월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이 얼마나 많이 팔릴지, AI를 애플답게 제대로 구현했을지가 중요하며 이는 6월 WWDC 이후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박해윤 기자]
“많은 빅테크가 전략적으로 AI를 공개하거나 홍보해왔는데 애플은 반대로 갔다. 신비주의로 가다 보니 시장에서는 애플의 AI 비전을 의심하기도 했다. 최근 쿡 CEO가 조만간 AI와 관련해 주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 말했고, 블룸버그에서 챗GPT 기능이 아이폰에 담길 것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이처럼 애플 스스로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외부 AI를 아이폰에 넣을 수도 있다. 다만 외부 AI를 사용하더라도 점차 자체 AI가 자리 잡지 않을까. 아이폰에 챗GPT 기능이 탑재된다면 판매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부 내용은 6월 10일 WWDC가 열린 이후에나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WWDC를 어떻게 전망하나.
“쿡 CEO가 좀처럼 힌트를 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예상이 어렵다. 스마트폰의 경우 PC(개인형 컴퓨터) 수준의 AI를 탑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컴퓨터급 성능을 발휘하려면 고사양 칩이 들어가야 하는데 이 경우 발열 문제가 생긴다. 스마트폰 같은 저전력 기기에서 AI를 구현하기 어려운 이유다. AI폰으로 불리는 삼성 갤럭시 S24 시리즈에는 실시간 통역, 이미지 검색 같은 기능이 탑재됐다. 차기 아이폰도 삼성 스마트폰의 AI 기능은 다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업그레이드된 시리가 등장할 수도 있다. 다만 차기 아이폰이 삼성 AI폰 수준의 서비스만 구현한다면 시장은 실망할 것이다.”
애플 iOS 사용 기기 20억 대 달해
애플이 5월 7일 최신 칩 M4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11인치, 13인치 모델을 공개했다. [애플 제공]
최근 애플은 AI 분야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기준 활성화된 애플 기기가 20억 대에 달한다. AI 시대에 애플이 이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애플 입장에서는 때를 기다렸던 것 같다. 최근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 S24 시리즈에 AI 기능이 탑재됐는데 생각보다 많이 팔렸다.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AI 기능을 발표하라는 애플 주주들의 요구도 많았던 만큼 관련 발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애플은 누구보다 AI를 잘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AI를 무대로 경쟁하고 있다. 애플의 강점은 무엇인가.
“AI에서 핵심은 데이터다. 애플 iOS를 사용하는 기기가 20억 대에 달한다. 여기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결국 시간문제다. 아직 AI 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애플이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그 결과 관련 발표가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다른 강점은 반도체 설계를 잘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신형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최신 칩 ‘M4’를 공개했는데 성능이 굉장히 뛰어나다. 1~2년이 지나면 지금보다 상황이 좋아져 있지 않을까. AI 관련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인 만큼 향후에도 선두권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1분기(회계연도 2분기) 실적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맞다. 전체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빼앗긴 상황이다. 애플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지만 아이폰 판매는 정체된 상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고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때 상승한다. 애플은 현재 매년 10%씩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도 화웨이 제품이 출시돼 타격을 받았다. 다만 현시점 애플 주가에는 이 같은 우려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시장에서 점유율도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이폰에 AI 기능을 넣으면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 관련주, 최악의 구간 지났지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4일 열린 ‘2023 세계개발자회의’에서 ‘비전 프로’를 선보이고 있다. [애플 제공]
“애플 밸류체인에 속한 한국 기업은 사실상 스마트폰 부품 공급사다. 결국 전자기기가 잘 팔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출시된 최신 아이패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했다. 새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제품인 만큼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사용된 디스플레이 소재가 기존 스마트폰 대비 6배나 많다고 한다. 관련 소재를 납품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호재다.”
애플 관련주 가운데 주목할 만한 기업은 없나.
“대표적인 애플 밸류체인 기업으로 LG이노텍이 있다. 이외에도 자화전자, 덕산네오룩스, 피엔에이치테크 등이 애플에 소재를 납품한다. 다만 이들 기업이 애플 밸류체인에 속한다지만 하드웨어 부문에 국한된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부문을 스스로 처리한다. AI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한국 기업이 마땅치 않은 이유다. 애플 관련주들이 ‘최악의 구간’을 지났다지만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당장 쫓아갈 필요는 없다.”
애플 관련주가 급등하다 보니 매수를 고민하는 이도 많은데.
“애플 관련주 투자에서 주의할 점은 AI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LG이노텍만 하더라도 주가가 상당히 많이 반등했다. 만일 WWDC에서 AI 기능을 공개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면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 이벤트만 믿고 뒤늦게 쫓아가는 것은 실익이 적다. 보유하지 않았다면 기다리는 편이 낫다. 차라리 WWDC 이후 시장이 실망해 주가가 급락하면 그때 투자하라. 만일 지금 당장 매수해야 한다면 관련주보다는 애플을 사는 것이 나아 보인다. 애플은 그간 주가가 많이 부진하기도 했고, AI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막연히 ‘나아지겠지’ 안 돼
애플 관련주를 ‘보유자 영역’으로 보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 1분기에 주가가 급락하자 “버텨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격려한 것이 기억난다.“9월 차기 아이폰 출시가 예정된 상황이었고, 6월에도 WWDC가 잡혀 있었다. 쿡 CEO가 당연히 이 이벤트들을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시장에 아이폰 판매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던 만큼 상황이 더 나올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4월부터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5월 쿡 CEO의 발표 이후 급등해버렸다. 지금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기업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당장 최악의 상황인 것 같아도 몇 달 후 상승 모멘텀이 보인다면 보유하거나 오히려 추가 매수를 해도 좋다. 다만 애플처럼 일정이 명확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 막연히 상황이 나아지겠지 생각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최근 흥미롭게 읽은 리포트가 있나.
“한화투자증권의 ‘우주, 더는 먼 미래가 아니다’라는 리포트가 기억에 남는다. 우주항공 부문에 투자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담겼다. 첫째는 저궤도 위성 통신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공위성을 띄우면서 관련 시장이 본격 열릴 것 같다. 게다가 자율주행이 원활하려면 통신망 연결이 잘 돼야 한다. 기존 기지국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저궤도 위성 통신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둘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인공위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확인됐다. 군사안보 차원에서 관련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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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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