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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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들어오는 명당 터 양재동 현대차 사옥

[안영배의 웰빙 풍수] 청계산에서 발원한 여의천 회사 출입구로 뻗어와… 사옥 이전 후 승승장구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4-11-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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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에서 산은 인물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물은 먹고사는 데 필요한 재화를 늘려준다고 한다. 이에 따라 물질과 자본 위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는 풍수학도 산보다 물 혹은 물길에 관심을 더 두는 편이다.

    나아가 사람들은 분초 단위로 쪼개어 살아가는 바쁜 세상에서 당장 재물과 복을 부르는 풍수적 효과를 기대한다. 그런데 당대의 ‘즉시 발복’ 기대는 옛날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하다. 16세기 중국 명나라 때 편찬된 풍수서 ‘지리인자수지’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표현이 등장한다. “만약 부귀(富貴)를 빨리 얻고자 한다면 반드시 물(물길)이 앞에서 들어오는 터를 얻어야 한다”는 글귀다. 또한 “앞에서 들어오는 물이 술 한 잔 정도에 지나지 않다 하더라도 능히 가난을 구제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물이 앞에서 들어온다”는 표현은 집 혹은 건물의 주 출입구 쪽으로 물이 흘러온다는 뜻으로, 조래수(朝來水)라고 한다. 풍수적으로는 명당 터인 혈(穴)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물에 해당한다. 조래수와는 반대로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거수(去水)라고 한다. 이 같은 물 기운과 관련된 대표적 사례로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과 더케이호텔서울 건물을 꼽을 수 있다. 두 건물은 한쪽은 조래수 기운을, 다른 한쪽은 거수 기운을 받고 있다.

    현대차 성공 신화 배경

    여의천이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앞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건물 왼쪽이 사옥 서관, 오른쪽이 동관이다. [안영배 제공]

    여의천이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앞쪽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건물 왼쪽이 사옥 서관, 오른쪽이 동관이다. [안영배 제공]

    먼저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은 남쪽 청계산에서 발원한 여의천이 주변의 작은 실개천과 합류해 덩치를 키우면서 구불구불 사옥 출입구 쪽으로 뻗어오는 형국이다. 여의천은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양재점과 그 바로 뒤쪽 현대차 사옥을 휘감아 돈 뒤 양재천으로 흘러나간다.

    물이 앞에서 들어오는 효과를 본 것일까. 1998년 현대차그룹 사옥보다 먼저 등장한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3사 대형마트를 제치고 점포 기준 대형마트 매출액 전국 1위를 오랜 기간 유지하는 등 특별한 이력을 가졌다. 지금도 이곳은 전국 하나로마트를 대표하는 상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여의천 기운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1년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독립해 이곳 사옥에 둥지를 튼 후 현대차가 눈부신 성장을 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 현대차그룹 사옥(서관)은 농협이 1999년 본사 사옥과 농산물유통센터로 활용하고자 지은 것이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정부로부터 농민 세금으로 화려하게 건물을 지었다는 질책을 들은 농협이 현대차그룹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환위기를 혹독하게 겪고 난 한국 상황에서 사회적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농협은 대명당 터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셈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양재동에 터를 마련한 뒤 엄청난 성장을 이어갔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해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세가 올라 승승장구했다.

    물론 물길이 앞에서 온다고 해서 모든 터가 발복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자리 잡고 있는 터가 혈(穴)을 갖춰야 한다. 구룡산 용맥을 타고 있는 현대차그룹 사옥 터는 강력한 기운이 생성된 혈처(穴處)다. 이처럼 땅의 혈 기운이 물과 만나 조화를 이루면서 발복을 가져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회사가 고속 성장하면서 임직원이 늘어나자 2006년 바로 옆에 모양이 비슷한 사옥 한 채를 더 지었다. 바로 정몽구 명예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회장의 집무실이 들어선 동관 건물이다. 현재 사옥 서관은 기아차 및 다른 계열사가 사용하고, 동관은 현대차가 쓰고 있다. 동관과 서관은 높이가 21층으로 같지만, 면적이 더 넓은 동관이 형 노릇을 하는 모양새다.

    흥미롭게도 쌍둥이처럼 생긴 두 빌딩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약간의 기복을 겪었다. 현대차는 동관을 짓는 2년(2005~2006년) 동안 매출이 줄어드는 곡절이 있었다. 양재동 사옥에 입주한 2001년 이후 매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던 현대차가 동관을 짓는 2년간은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하락하는 결과를 보였고, 2007년 이후 다시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이를 풍수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앞서 지어진 서관을 기준으로 보면 바로 앞쪽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복과 덕을 불러들이는 방위라고 해서 복덕방(福德方)이라 부르고, 서관 바로 옆 동관 터는 형벌과 화를 일으키는 방위라고 해서 형화방(刑禍方)이라 부른다. 풍수 고전 ‘황제택경’에서는 복덕방은 움직임과 같은 동적(動的) 행위가 일어나면 길하다 보고, 형화방은 고요한 정적(靜的) 상태로 있어야만 길하다고 해석한다. 만일 형화방에서 땅을 파거나 도로·건물 등을 건축하는 행위가 벌어지면 집안에 우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복덕방에서 동적인 행위가 발생하면 길하다고 본다.

    현대차그룹 사옥의 경우 형화방에 해당하는 터에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회사 성장이 지체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건물을 짓고 터가 안정되면서 현대차의 성과가 정상으로 복원됐다는 게 풍수적 해석이다. 또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매일 차량과 인파로 들끓는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복덕방에 해당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양재천 거수(去水) 기운과 더케이호텔서울

    더케이호텔 쪽으로 흘러가는 양재천. [안영배 제공]

    더케이호텔 쪽으로 흘러가는 양재천. [안영배 제공]

    명당 혈처이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쪽에 자리한 더케이호텔 서울. [더케이호텔앤리조트 홈페이지]

    명당 혈처이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쪽에 자리한 더케이호텔 서울. [더케이호텔앤리조트 홈페이지]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진 더케이호텔서울도 물과 마주한 터에 해당한다. 경기 과천 관악산 자락에서 발원한 양재천이 구불구불 흘러오면서 마주한 곳이 바로 더케이호텔서울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991년부터 운영해온 더케이호텔서울은 전체 부지 규모가 9만8820.8㎡(약 3만 평)에 달하며 양재동의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교육문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더케이호텔서울은 이후 특1급 호텔 자격 획득, 컨벤션센터 운영 등으로 꾸준한 성장을 기록해왔다.

    이 터 역시 중심 공간인 호텔 본관 자리가 명당 혈처에 해당한다. 그런데 호텔 주 출입구에서 바라보이는 방향이 물이 흘러들어오는 쪽이 아닌 빠져나가는 쪽이다. 그러니까 호텔 남서쪽에서 흘러들어온 양재천 물 기운이 호텔 뒤쪽을 거쳐 앞쪽 출입문을 통과한 후 저 멀리 북동쪽 탄천을 향해 빠져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곳은 명당 터이긴 하지만 물이 빠져나가는 거수라서 호텔이 충분한 기운을 누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이 호텔은 개관한 지 33년 만인 올해 말 영업을 종료하고 새롭게 변신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호텔 자리에 AI(인공지능) 허브 및 R&D(연구개발) 혁신 공간,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등 서비스) 시설, 오피스와 호텔 등 복합시설을 지어 거듭난다는 플랜도 나왔다. 풍수적 입장에서는 이 호텔 재개발 사업의 성공 여부는 양재천 물 기운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물길은 수변 공간이라는 친환경적 장점과 함께 덤으로 풍요의 기운을 누리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서울 청계천 복원으로 청계천 상권이 살아났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을 복원한 덕으로 대통령이라는 권력까지 잡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청계천 복원의 뒤를 이어받은 경기 수원천도 복원 이후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물 기운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 그러니 주변에 조그만 실개천이라도 있다면 흘러들어오는 물길인지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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