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10조 원 매입으로는 주가 하락세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것은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HBM 사업 경쟁력을 빨리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온라인 공간에서 투자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삼성전자가 7년 만에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는 일단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렇지만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 모멘텀을 맞으려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중요 사업에서 유의미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11월 15일 열린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같은 날 장 마감 후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향후 1년 동안 자사주 10조 원어치를 분할매수할 계획이다. 자사주 10조 원 중 3조 원어치는 3개월간(11월 18일∼내년 2월 17일) 매입 후 소각할 예정이다. 나머지 7조 원 규모 자사주의 구체적인 매입 시기와 활용 방안은 향후 결정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나선 것은 2017년(이듬해까지 9조3000억 원 규모 매입·소각)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규모 10조 원은 시가총액의 3% 정도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실탄’ 10분의 1로 자사주 매입
이번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실탄’에 비하면 적잖은 규모다. 3분기(7∼9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103조7765억 원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가 9.6%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고 나선 것은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는 주가 방어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8월 8만 원대를 기록한 주가는 최근까지 4개월 내리 하락세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특히 자사주 매입 발표 하루 전인 11월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9900원으로 마감해 4년 5개월 만에 ‘4만전자’로 주저앉았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97조892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처럼 기업가치에 비상이 걸렸다는 판단에 자사주 매입 결정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가 부양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11월 19일과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내린 5만6300원, 5만5300원을 기록했다. 21일 주가는 5만6400원으로 전날 대비 1.9% 올랐지만, 시장 일각에선 “자사주 매입 약효가 벌써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약세를 주도하는 외국인의 ‘팔자’ 행렬이 언제 끝날지도 미지수다. 외국인은 11월 18∼20일 3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약 3587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이하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자료 기준).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주식을 ‘팔자’ 중인 외국인이 11월 1∼20일 14거래일 가운데 유독 15일 하루만 약 1279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 주식 4708억 원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11월 15일에는 장중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투자 주체였다(같은 날 개인 2056억 원 순매도, 기관 531억 원 순매수). 이 같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주식 매수 패턴을 놓고 일각에선 자사주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당장 주가 흐름은 차치하더라도 삼성전자가 주주가치를 장기적으로 제고하려면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면 과제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 현실화 등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 흐름에 합류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 측면에서 보면 최선의 시나리오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를 떠받치는 동안 엔비디아에 HBM 납품 등 호재가 나와야 한다.
“주가 다시 4만 원대로 가진 않을 듯”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당장 ‘안전판’이 될 것”이라며 “주가가 지난번(11월 14일)처럼 다시 4만 원대로 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센터장은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보다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처럼 인텔과 TSMC는 기업가치 제고에서 상반된 전략을 채택한 결과 오늘날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인텔은 주력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 업황 둔화로 주가가 떨어지자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럼에도 새로운 사업 경쟁력 확보에는 소극적이었다. 결국 오늘날 인텔은 주력 사업은 물론, 최근 인공지능(AI) 칩셋 시장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사업 부진에 시달리던 TSMC는 공격적 사업 확장으로 선회해 최근 AI 칩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했다.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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