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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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새 떼 충돌로 엔진 2개 추력 소실된 듯”

권보헌 교수 “기장·부기장 모두 조종간 잡느라 랜딩기어 조작할 틈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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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5-01-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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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로 추정되며, 콘크리트 둔덕이 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본다. 새 떼에 부딪친 양쪽 엔진이 망가진 탓에 유압 계통이 작동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랜딩기어(landing gear)가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의 동체 착륙은 완벽에 가까웠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권보헌 제공]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 [권보헌 제공]

    “동체 착륙은 완벽에 가까웠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과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대한항공 수석 기장 출신인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한 태국 방콕발(發)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보잉 737-800 기종)가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 및 외벽에 충돌했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대참사였다. 사고 당시 상황은 급박했다. 당일 오전 8시 54분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 관제탑으로부터 착륙 허가를 받고 활주로에 접근 중이었다. 8시 57분 공항 관제탑이 ‘조류 활동 경고’를 보내고 2분 만인 8시 59분 사고 여객기는 ‘메이데이’(mayday·긴급 조난신호)를 선언했다. 9시 2분 활주로 동체 착륙과 9시 3분 충돌까지 단 몇 분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구체적 원인, 무안공항 입지 및 시설 문제점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교수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향후 관계당국 조사로 밝혀야 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면서도 “지금까지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고 당시 여객기 상황을 추정해볼 수는 있다”며 1월 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혔다.

    사고 여객기가 1차 착륙 시도 때 고어라운드(go around·복행)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사고 전후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새 떼는 관제탑과 활주로 사이, 즉 여객기의 원래 진로 방향 기준 오른쪽에서 날아든 것 같다. 이를 확인한 관제탑이 여객기에 ‘조류 활동 경고’를 했다. 이에 기장과 부기장은 그대로 착륙을 시도하면 기체가 새 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복행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복행 도중 새들이 확 날아오르면서 여객기를 덮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복행 과정에서 새 떼와 충돌했다고 추정하는 근거는 뭔가.

    “사고 여객기 엔진에서 ‘팡팡’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과 연기가 났다는 증언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영상도 나왔다. 최대출력을 이용하는 복행 단계에서 새들이 엔진에 빨려 들어갔다는 방증이다. 여객기가 복행하려면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여야 한다. 이 상황에서 새 여러 마리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내부 핀(pin)이 연쇄적으로 깨진다. 새 떼가 비행기 우측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오른쪽 엔진이 먼저 깨지고, 동체 건너편 왼쪽 엔진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깨졌을 것이다. 단순히 새가 부딪쳤다고 메이데이 선언을 하지는 않는다. 양쪽 엔진에 모두 화재가 발생하고 추진력(추력)이 소실되자 기장이 메이데이 선언을 하고 바로 랜딩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월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인양되고 있다. [

    1월 3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제주항공 사고 기체의 꼬리 부분이 인양되고 있다. [

    “무안공항 중장기적으로 폐쇄해야”

    권 교수를 비롯해 상당수 항공 전문가는 사고 여객기의 동체 착륙 자체는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사고 여객기의 랜딩기어는 1차 착륙 시도 때 정상적으로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2차 착륙 시도에서도 랜딩기어만 정상 작동했다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고 여객기가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이유는 뭘까.

    “랜딩기어를 움직이는 유압 펌프는 엔진 터빈 기어에 연결돼 있다. 이들 부품은 비행기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이 유압 계통에 전기 시스템으로 신호를 주면 비행기가 움직인다. 엔진 2개가 모두 작동이 멈추면 유압 계통과 전기 시스템이 작동을 못 한다. 사고 당시 랜딩기어는 물론 플랩(flap), 스포일러(spoiler) 등 감속장치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양쪽 엔진이 모두 멈춘 탓에 유압 계통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의 주장처럼 사고 여객기의 리버스 파워(reverse power·엔진 역추진) 장치가 물리적으로 열린 상태였다고 해도 엔진 추력이 없으면 전혀 구실을 하지 못한다.”

    랜딩기어를 수동 조작할 수 있지 않나.

    “기장과 부기장 모두 조종간을 잡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랜딩기어를 수동 조작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부기장 좌석 뒤에 있는 단자에서 케이블 3개를 당기면 랜딩기어가 자체 하중으로 내려온다. 당시 조종석을 이탈해 이런 작업을 할 여유가 없었다고 본다.”

    일각에선 무안공항이 철새 도래지 한복판에 지어져 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크리트 둔덕에 설치된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등 공항 시설이 피해 규모를 키운 것은 아닌지도 향후 규명할 과제다. 권 교수는 “무안공항 입지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무안공항 위치를 선정할 때 전문가 사이에서 ‘거기에 지어선 안 된다’는 말이 많았다. 공항 건설 이후라도 버드 스트라이크에 제대로 대비했어야 하는데 큰 사고가 없자 그냥 넘어간 것이다. 이번 참사와 별개로 무안공항에서 학생 조종훈련을 많이 하는 점도 상당히 우려스럽다. 세스나 같은 경비행기의 경우 엔진이 하나인데 새 떼와 부딪치면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학생은 민간기 조종사처럼 사고 대응 능력이 뛰어나지 않기에 리스크가 더 크다. 그런 점에서 무안공항은 중장기적으로 폐쇄하는 게 맞다고 본다. 만약 공항을 계속 운영하겠다면 이마스(EMAS: 비행기 비상 착륙 시 바닥이 꺼지면서 속도를 줄여주는 시설) 설치 등 수준 높은 안전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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