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리포트] 엔비디아·SK가 액침냉각에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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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4-12-1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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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시장 성장에 액침냉각 성장성 주목

  • AI칩 '블랙웰' 사실상 필수

  • AI 서버뿐만 아니라 전기차·ESS로 확대 적용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액침냉각’ 산업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실제로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데이터센터 GPU(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는 신형 AI칩을 선보이며 시스템 운영에 액침냉각이 필수나 다름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델, HP 등 글로벌 AI 서버 제조사들은 액침냉각에 최적화한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도 액침냉각에 필요한 비전도 액침냉각유를 잇달아 출시하며 관련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향후 데이터센터 시장도 공랭식 일반 데이터센터와 액침냉각식 AI 데이터센터로 확연히 구분될 전망이다.

액침냉각이란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식히기 위해 서버를 공기보다 열 전도율과 밀도가 우수한 액체 속에 담가서 관리·운영하는 방식이다. 뜨겁게 달군 물체를 차가운 물에 담그면 공기 중에 놔뒀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식는 것과 같은 원리다.

생성 AI 학습·추론에 필수인 데이터센터 GPU는 기존 CPU(중앙처리장치)·메모리·저장장치와 비교해 대단히 뜨겁다. 일례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엔비디아 H100의 경우 운영 중에 처리장치는 최대 85도,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D램은 최대 95도까지 온도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달궈진 데이터센터 GPU를 제때 식히지 못하면 생성 AI 학습·추론 속도가 급격히 느려질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1개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칩이 고장 날 수도 있다.

때문에 기존 공랭·수랭식보다 열을 빠르게 식힐 수 있는 액침냉각이 생성 AI 운영비 절감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조와 AI칩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액침냉각은 공랭식과 비교해 총 전력 효율을 약 30% 이상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버 하드웨어에 먼지와 전도성 액체(물) 등이 쌓이지 않는 만큼 관련 고장을 막을 수 있는 부가효과도 있다.

또 액침냉각은 기존 냉각 기술에 필요한 팬, 펌프 등 대형 장비가 없고 데이터센터 전체의 온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 초기 구축 비용을 절감하면서 서버 등 장비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냉각 시 공기 흐름이나 열 방출을 위한 공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 공랭·수랭식보다 더 많은 서버를 수용해 냉각시킬 수 있어 공간 활용도도 우수하다.

현재는 AI 서버를 중심으로 액침냉각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전기차(EV)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액침냉각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면 전기차 전력 소비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화재 위험성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액침냉각 산업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가 직접 액침냉각 관련 연구개발과 제품·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신형 AI칩인 ‘블랙웰’에는 액침냉각을 포함한 수랭식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에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액침냉각을 포함한 수랭식 냉각 시스템 보급률이 올해 10% 내외에서 내년 20% 수준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인텔은 지난해 5월 액침냉각 기술 개발에 총 7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델테크놀로지스,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 글로벌 서버 업체도 지난 10월 액침냉각에 최적화한 AI 서버 프레임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장 성장에 대비하고 있다.

대부분의 물은 전도성이 크기 때문에 AI 서버를 담글 수 없다. 때문에 비전도성 윤활유가 액침냉각의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액침냉각유는 물과 비교해 열전달 계수도 3~5배 우수한 이점이 있다. 이에 주목해 한국의 정유사들도 액침냉각 시장에 속속 진입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SK텔레콤은 SK이노베이션, 미국 액침냉각 전문회사 GRC 등과 협력해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액침냉각 기술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GRC 설비와 SK이노베이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엔무브의 액침냉각유로 액침냉각 시스템을 구축하고 4개월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공랙식 대비 냉방 전력의 93%, 서버 전력의 10% 이상을 줄이며 전체 전력 사용량의 37%를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에 고무된 SK텔레콤은 2025년 조직개편으로 AIDC 사업부를 신설하고 액침냉각 기술과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GPU를 결합한 AI 데이터센터(AIDC)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 GRC에 2500만 달러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자사 액침냉각유와 액침냉각 설비를 결합한 열관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델테크놀로지스와 파트너 관계도 구축했다. 초기에는 AI 서버를 중심으로 액침냉각유 수요를 창출하되 향후에는 전기차·ESS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지난 9월 불에 타지 않는 ‘선박용 ESS’ 개발에도 성공했다. 해당 기술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제공해 실증 테스트도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업계도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유를 출시하며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에쓰오일은 ‘e쿨링 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는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라는 브랜드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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