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중심가 실롬의 한 편의점. 음료수 냉장고에는 한글로 ‘건배’라고 적힌 소주가 두 줄로 진열돼 있다. 소주에 사과, 포도, 딸기 등 과일즙을 첨가한 과실주도 보였다. 가격은 85밧(약 3600원) 안팎으로 현지 주류기업인 ‘타이 스피릿’이 2019년 출시했다. 반면 자국 소주…
“내가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요….”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김모 씨의 말이다.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빈소의 주인은 그의 딸인 10대 김모 양. 김 씨는 이틀 전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자신의 집(다세대주택)에서 밤새 벌어진 화재로 딸을 잃었다.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1회의 주요 무대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이다. ‘딱지맨’(공유)은 이 공원의 노숙인들에게 다가가 ‘자그마한 선물’이라며 복권과 빵 가운데 고르라고 한다. 대부분은 복권을 선택한다. 드라마는 마치 노숙인이 허황되게 ‘한 방’을 좇다가 신세를 망친 …
“Was zusammengehört, wächst zusammen(한 뿌리에서 나온 것은 함께 성장한다).”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직후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사회민주당 소속)의 연설은 이듬해 헬무트 콜 당시 총리(기독민주당)의 독일 통일로 현실화 됐다. 독…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을 처음 주목한 건 인권위원장 후보자 때였다. 그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뒤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미성년자 성매매 및 성관계 여성 ‘몰카’를 저지른 기업 2세를 변호했다는 걸 알고 나서다. 누구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변호인은 자신이 누굴 변호…
윤석열 대통령의 최후진술이 끝났고, 탄핵 심판은 이제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윤 대통령의 권력은 꺾였고, 그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이제 우리는 회복과 치유를 위한 다음 스텝을 고민해야 할 때다.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이번에는 제발 좀 그나마 더 나은 사람을 리더로 뽑아…
좋은 실적을 거두고도 눈치를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은행들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냈지만 이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자 바짝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호실적이 금융 혁신이 아니라 ‘쉬운 이자 장사’ 결과라는 비판을 의식한 모습인데, 사석에서는 억울하다는 하소연도 흘러나온…
동아일보 취재팀이 명태균 씨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0월 5월 경남 창원에서였다. 3시간 30분의 인터뷰에서 명 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동 자택을 셀 수 없이 방문해 각종 정치적 조언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명 씨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결정적인 폭…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선비 집안의 예절과 문화를 고찰한 ‘사소절’에는 책을 다루는 우리 선조들의 엄격한 자세가 잘 드러난다.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책만 보는 바보)’라 칭했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그는 “그냥 대충 보아 넘기고 나서 널리 보고 많이 읽었다며 떠벌리고 다녀선 안…
요즘 주부들 가운데 장바구니 물가 인상이 이어지자 마감 할인 시간에 맞춰 장을 본다는 이들이 늘었다. 이 시간에 장을 보려고 가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저녁 식사 시간을 오후 8시 정도로 미룬 경우도 있다. 웬만한 점심 외식 메뉴가 1만 원을 훌쩍 넘자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의점과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뉴욕타임스(NYT), CNN 같은 주류 언론을 ‘국민의 적’ ‘허위 정보’라고 비판했다. 특히 쿠바계인 짐 아코스타 전 CNN 기자(54)와의 대립은 적잖은 화제가 됐다. 그의 부친은 쿠바 미사일 위기,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의 압제 등을 피…
이대로면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전체 세금의 ‘빅2’가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년간 근로소득세는 61조 원이 걷혔다.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걷혔지만 2위인 법인세와의 차이는 1조5000억 원에 불과했다. 올해 근로소득세가 정부가 예상했던 만큼만 걷혀도 지난해…
시계를 2016년으로 돌려 보자. 그해 3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인류 대표’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마지막 다섯 번째 바둑 대국이 열렸다. 이 9단이 280수 만에 돌을 던졌고 알파고가 최종 결과 4-1로 이겼다.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에…
벌써 20년 전 얘기다. 대학생 시절 서울 외곽 5층짜리 아파트에서 2년간 자취를 했다. 1980년대에 지어진 구축이라 대학가 인근 원룸보다 세 부담이 낮았다. 그 무렵부터 재건축이 머지않았다는 말이 돌았다. 몇 년 뒤 신혼집을 알아보려 다시 찾은 동네에선 재건축 소식이 꽤 구체화된…
필리핀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58km 떨어진 앙가트댐. 마닐라 일대 수돗물의 98%를 공급하고 약 7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도 생산한다. 1967년 일본이 준공한 시설로 필리핀 정부는 2010년 공공 인프라 민영화 정책에 따라 국제 경쟁 입찰을 진행했고 한국수자원공사가 낙찰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