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12연승 영양제 ‘복숭아표’ 이동공격 [발리볼 비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6일 08시 00분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흥국생명 피치(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동공격을 시도하고 있는 흥국생명 피치(오른쪽).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동공격을 하는 선수다. 선수 교체를 한 주된 이유다.”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은 2024~2025 V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있던 10월 16일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 소식을 알렸습니다.

당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54·이탈리아)이 이렇게 평한 선수가 바로 피치(28·뉴질랜드·미들 블로커)였습니다.

실제 플레이 스타일도 아본단자 감독이 이야기한 그대로입니다.

피치는 2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5일 IBK기업은행전까지 공격을 총 173번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 중 52.0%에 해당하는 90번이 이동공격이었습니다.

피치 이동공격.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피치 이동공격.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프로배구 역사상 △한 시즌에 공격을 20번 이상 시도했고 △그중 절반 이상이 이동공격이었던 선수는 이제는 유서하로 이름을 바꾸고 심판으로 활동 중인 유미라(36·당시 KGC인삼공사)뿐입니다.

유미라는 2013~2014시즌에는 전체 공격 시도 198번 중 121번(61.1%), 2014~2015시즌에는 168번 중 95번(56.5%)이 이동공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10년 만에 다시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동공격인 선수가 등장한 겁니다.

피치가 현재 페이스를 이어가면 프로배구 역사상 이동공격을 가장 많이 시도한 선수로도 이름을 남길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2005~2006시즌 김미진(45·당시 도로공사)이 221번 시도한 게 기록입니다.

한 시즌에 이동공격을 200번 이상 시도한 선수도 김미진뿐입니다.

알고 보면 오퍼짓 스파이커?
알고 보면 오퍼짓 스파이커?

여자 배구에서 이동공격은 미들 블로커가 세터 등 뒤를 돌아 코트 오른쪽에서 스파이크를 날리는 형태가 가장 일반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피치는 코트 오른쪽에서 공격을 시도한 비율이 높게 나타납니다.

상대 팀도 이 공격 옵션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블로킹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연경(36)을 비롯해 흥국생명 코트 왼쪽에서 공격하는 선수들도 덕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김연경이 지난 시즌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상황에서 공격을 시도한 비율은 13.1%였는데 이번 시즌에는 18.0%까지 올랐습니다.

세터 이고은(29)이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은 코스로 공을 띄운 비율도 지난해 25.7%에서 31.8%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 1.3%에서 이번 시즌 2.7%로
지난 시즌 1.3%에서 이번 시즌 2.7%로

이동공격은 2005~2006시즌만 해도 여자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8.0%를 차지하던 공격 옵션이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 시즌에는 이 비율이 1.3%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이번 시즌에는 피치와 함께 페퍼저축은행 장위(張宇·28·중국)도 적극적으로 이동공격을 시도하면서 이 비율이 2.7%까지 올라왔습니다.

한 시즌 만에 이동공격 비율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겁니다.

이동공격은 남자부에서는 이번 시즌 전체 시도 횟수가 5번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이미 사실상 멸종한 상황.

외국인 미들 블로커 두 선수가 과연 여자부에 다시 이동공격 붐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배구#여자 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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