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톰] 국내 기업들 ‘북미통’ 영입 공들여… 트럼프 1기때 백악관 인사 발탁도 한화-SK 등 CEO레벨 직접 움직여 美기업도 “팀 쿡처럼 적극 소통해야”
“수많은 기업인과 로비스트들이 트럼프와의 만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워싱턴 ‘K스트리트’ 로비스트들은 고객들에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공화당과의 관계를 강화하라고 조언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관계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관련 인사 영입은 물론 로비업체 등이 밀집해 ‘미국 로비의 본산’으로 불리는 K스트리트와의 접촉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불확실성”이라며 “관련 인맥을 파악해 대처할 라인업을 구축하고 정책 동향을 사전 파악해 사업 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게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 국내 기업들도 K스트리트 총집결
미 상원 재정위원회 국제무역 고문과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지낸 폴 딜레이니를 최근 미국 대외협력법인 SK아메리카스의 부사장으로 영입한 SK그룹은 8월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했을 당시 협력했던 재미교포 사업가와도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포 사업가는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이 있는 종교계 인사들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에 사활이 걸렸다는 판단 아래 트럼프 당선인 및 측근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C레벨(최고경영자급)’들의 보폭도 커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달 김승연 회장이 한화솔루션, 한화시스템, 한화비전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을 겸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을 정도로 인연이 깊은 인물로 꼽힌다.
유정준 SK 부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해럴드 햄 콘티넨털 리소스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햄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미 에너지 업계의 유명 인사다. 유 부회장은 9월 햄 회장의 저서를 국내 출판할 당시 햄 회장이 방한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 기업에도 ‘0순위 업무’가 됐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소통 채널을 만들려는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지난 10여 년간 트럼프 당선인과 날카로운 긴장관계 속에 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사저를 직접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NYT는 “최근 CEO들 사이에서 롤모델로 꼽히는 건 1기 행정부 때부터 트럼프와 좋은 관계를 맺었던 애플의 팀 쿡 CEO”라며 “다른 기업들이 로비스트나 담당 임원을 통해 접근할 때 쿡 CEO는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하고 식사를 제안하는 적극적인 소통 전략으로 대중국 무역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WSJ는 “최근 기업 임원들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기성 미디어 인터뷰를 피하는 대신 트럼프가 선호하는 팟캐스트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업 홈페이지에서 환경, 사회 및 기업 거버넌스(ESG) 같은 (민주당 성향의) 홍보 문구를 삭제하고 일자리 창출 성과를 강조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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