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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거래량만이 집값 결정하는 것 아냐

입력 | 2024-12-24 03:00:00

거래량과 집값 함께 움직이지만, 가격에는 다양한 요인 영향 미쳐
최근 거래량 급감, 가격 하락 요인… 공급 금리 통화량 공사비, 상승 요인
내 집 마련 늦추는 것 최선은 아냐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한 맞벌이 부부는 경기도 전셋집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아내는 서울에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워두고 있지만 남편의 반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매수하려는 아파트 가격은 2억 원 정도 올랐다. 게다가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 전셋값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아직도 내 집 마련의 적기는 내년 이후라며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로 남편의 얘기처럼 새해에는 내 집 마련을 보류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7월 9518건 △8월 7609건 △9월 4951건 △10월 4000건으로 집계됐다. 7월 대비 10월 거래량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거래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상승한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거래량이 감소하며 지난달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들었다. KB국민은행의 11월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7월 90.746 △8월 91.555 △9월 92.354 △10월 92.816 △11월 93.081(2022년 1월=100)로 집계됐다. 거래량이 줄었다고 당장 집값이 하락 전환한 것은 아니지만 증가 폭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택 가격은 원칙적으로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금리, 대출, 세금 등 각종 부동산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주택의 과거 거래량과 가격에 대한 통계로만 미래의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거래량으로만 가격을 예측하면 과잉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예컨대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 가격만 상승하면 같은 동네 아파트 가격이 전부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거래절벽 상태에서 급매로 거래되는 한두 건의 아파트 가격은 변동 폭이 크다. 몇 건의 아파트 거래가 해당 지역 전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한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은 부동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물건의 종류나 그 물건이 소재한 지역마다 가격이 독립적이다.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와 다가구주택 등 주택이 모두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아파트 가격도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이 한꺼번에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는다. 인구, 일자리와 교통 환경 등이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한 변동성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준다. 현재 서울 지역 주택 공급량은 부족하다. 기준금리는 하향 추세다. 통화량(M2·광의통화)은 지난해(3904조 원) 대비 올해 10월 말(4109조 원) 기준 205조 원 증가했다. 또 공사비와 분양가 등도 줄줄이 상승하고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들이다. 부동산 시장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내년에 아파트 가격이 떨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 시 거래량만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지표를 고려해야 한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하다면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매수 시점을 늦추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는 휴화산일 때에는 발로 뛰는 것이 답이다. 거래량이라는 통계 속에 빠져 있으면 정저지와(井底之蛙), 즉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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