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는 40조…韓 재벌은 왜 적을까? [윤지상의 가사언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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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이혼, 특유재산 분할 기준 엄격
이부진 141억 vs 최태원 1조
상속·증여 재산의 분할 비율은?
이부진 141억 vs 최태원 1조
상속·증여 재산의 분할 비율은?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부부가 혼인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이혼을 하게 되면 정리할 것들이 생깁니다. 둘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자녀의 친권자, 양육자를 정해야 하고, 면접교섭의 방식을 정하며, 양육비를 정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둘 사이에 자녀가 없다면 둘 사이의 부부 공통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를 정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점차 부부 사이의 재산분할은 일반적으로 5:5로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부부가 혼인 기간 형성한 재산이 아닌 상속이나 증여받은 재산인 특유재산의 경우 그 재산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것인지, 만일 대상이 된다면 재산분할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 됩니다.
하지만, 법원의 실무는 특유재산이라고 하더라도 혼인 기간이 일정 기간 넘어가면 재산분할에 산입시키고, 다만 그 재산분할 비율을 정함에 있어 부부 공통재산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이혼 재산분할이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일까요?
베이조스 40조원 vs 이부진 141억원…왜?
해외의 경우,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불륜으로 이혼했는데, 아내인 매켄지 스콧은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보유 주식의 25%인 아마존 지분 4%, 약 360억 달러(당시 약 40조원)를 재산분할 겸 위자료로 지급받았습니다. 기업인 루퍼트 머독은 32년을 함께 산 전 부인 애나와 1999년 이혼하면서 17억 달러(당시 약 2조원)를 재산분할로 나눠줬습니다.국내의 경우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2004년 이혼하면서 전 부인에게 재산분할 형식으로 엔씨소프트 주식 35만 6,461주, 당시 시가로 약 300억원 정도를 나눠줬습니다. 임우재씨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1조 2천억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는데, 상고심까지 간 결과 재산분할로 141억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 이혼 소송에서 남편 박모씨에게 재산분할금 13억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쌍방이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습니다. 최근에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에게 이혼 재산분할금으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을 받고 상고심을 진행 중입니다.
유독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이혼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재산분할보다 분할 비율이 낮거나 재산분할금이 적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벌 또는 고액 자산가들은 왜 달리 취급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요? 재벌 또는 고액 자산가들의 재산분할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모두 같은 기준에서 바라봐서는 안됩니다. 부부의 재산을 본인의 노력으로 일군 것인지,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형성한 것인지에 따라 달리 봐야 합니다. 후자의 경우 재산 대부분이 특유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자수성가'냐 '상속증여'냐가 관건
자수성가형의 경우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이혼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의 이혼소송도 자수성가형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 경우는 부부의 재산 대부분이 특유재산이 아닌 부부 공통 재산이기 때문에 앞서 일반적인 기준에서 비추어 본다면 50:50으로 분할하는 게 원칙입니다.하지만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 같은 경우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나서 아주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 그 개인의 ‘특출한 능력’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건에서처럼 50:50으로 재산분할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한 특출한 능력을 반영해서 재산분할 비율이 정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부부가 공동으로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였다면 50:50으로 분할될 수도 있을 것이고요.
이 경우에 회사 주식은 회사 경영권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부 중 일방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 주식 또한 개인의 재산이고, 부동산, 예금 등과 달리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부부 중 일방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상장 회사가 아닌 경우에는 주식의 가치를 별도로 평가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이 경우 비상장 주식의 가치 평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부부 재산 대부분이 상속 또는 증여로 형성된 경우로는 이부진 대표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혼이 해당합니다. 이부진-임우재 이혼소송에서는 이부진 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 주식들이 전부 특유재산으로 인정되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에도 조 전 부사장이 소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관련 주식들이 특유재산으로 인정되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태원 회장 이혼의 경우 자수성가형인지 명확하지 않고 자수성가한 부분과 상속, 증여받은 부분이 혼재되어있는 사건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부부 재산이 특유재산인지가 먼저 문제 됩니다. 1심 재판부도 최태원 회장 소유의 SK 주식 등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해서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했었습니다.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재산의 유지나 증식에 기여했다고 인정되면 분할받을 수 있는데요. 법원 실무의 경우 보통의 부부라면 혼인 기간이 3년이 이상이 되면 특유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혼인 기간이 일정 기간 이상이 되고, 그 기간 재산이 유지나 증식이 되었다면 재산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재벌의 특유재산 분할이 더 엄격한 이유
그런데 왜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에는 특유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삼는 데 있어서 다른 사건보다 엄격한 것 같을까요? 보통의 사건과 재벌이나 고액 자산가의 사건을 달리 보는 것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달리 볼 이유가 있을까요?
그 이유는 부부의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게 되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고,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면 보통 적어도 분할 비율 10% 이상의 재산분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 금액이 너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임우재씨의 경우 당시 이부진 사장의 재산은 2조5000억원 정도였고, 재산분할을 10%만 인정해도 2500억 상당의 재산을 분할해줘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형성된 재산에 대해서 배우자의 기여가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물론 개개의 사건마다 달리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만, 그 판단이 쉽지는 않습니다.
상속이나 증여받은 배우자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에 대해서 상속이나 증여를 한 직계존속 등이 아니라 배우자 그 자신의 기여나 몫을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상속이나 증여받은 배우자 그 자기 재산에 대한 기여나 몫을 한도로 해서 재산분할을 구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재판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사건에 대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가 보는 관점에 따라 재산분할 액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재벌 또는 고액 자산가 부부 중 일방이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형성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서 재산분할을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구체적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형성된 재산을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자수성가한 부부보다는 재산분할의 비율이나 몫이 더 적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윤지상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 l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5기 수료 후 전국 주요 법원 판사로 재직하며 2022년 대전가정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했다. 법관 재직 시절 다수의 이혼 재판과 상속재산분할 심판을 하였고, 상속재산분할 및 유류분재판실무편람, 주석 민법(친족상속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현재 법무법인 존재 대표변호사이자 국민권익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유튜브 상속언박싱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 상속과 관련된 여러 강연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