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직접 만든 '역사를 잊은 대통령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손팻말을 든 참가자. ⓒ 김보성
"어떻게 내란 수괴를 옹호합니까? 감쌀 걸 감싸야지요. 국민의힘에서 당장 국민을 떼어 버리세요. 부끄럽지 않나요?"
'12·3 내란사태'의 중심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가 여당의 불참으로 무산됐단 사실에 김정민(42) 씨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유튜브나 방송으로 사건을 지켜봤던 김씨는 이날 오후 처음으로 거리에 나왔다.
100여 개 단체가 결집한 '윤석열퇴진 비상부산행동(가칭)'은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시국이 엄중하다고 보고 일요일인 8일에도 부산 서면에서 '내란범 윤석열 체포구속!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윤석열 즉각 퇴진 부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이건 보수나 진보, 정권 유지의 문제가 아냐"
'윤석열 체포' 글귀를 들고 있던 김씨는 "어제 사태를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국민의힘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국회, 선관위에 총을 든 무장 계엄군을 투입한 사태다. 이건 보수나 진보, 정권 유지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다. 화가 난다"라며 참지 못하겠다는 듯 목청을 키웠다.
다른 시민의 반응도 똑같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집회 내용을 알려주던 정성호(47)씨는 한동훈 당대표가 내놓은 수습책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단 모습이었다. "사실상의 직무배제, 질서 있는 퇴진 추진" 주장하는 한 대표에 대해 정씨는 "위헌인 걸 알면서도 정권 유지에만 급급하다"라고 비판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응원봉을 든 아이돌 팬덤이나 10대의 참여 양상이 두드러졌다. ⓒ 김보성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무대 중심으로 사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 있다. ⓒ 김보성
뭉쳐있던 20대들은 "너무 놀랐다. 왜 탄핵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한 대학의 동아리 회원들이라는 이들은 과거 군사독재의 망령을 되살린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미친 것 같다"고 반응했다. 김아무개(22)씨는 "윤석열이 전두환과 똑같아 보여 무섭다.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후 부산지역의 촛불은 닷새째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규모는 계속 커지는 중이다. 주최 측 추산 4일 2500명 정도였던 참가자 수는 5일 3000명, 6일 4000명에 이어 하루 전인 7일에는 1만여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주말인데다 탄핵 무산이 기름을 부었다.
닷새째 '활활' 응원봉, 촛불... 다음 주에도 계속
이날 집회도 그 대열이 유지됐다. 쥬디스태화 하트조형물 무대 앞 200m까지 '윤석열 탄핵' 촉구 인파가 자리했고, 무대 양 옆 거리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비상부산행동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1만 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전통적인 촛불 대신 다이아몬드·직육면체·둥근 모양의 아이돌 응원봉을 드는가 하면, 모바일 게임 관련 깃발을 들고나온 이들도 보였다. 생애 첫 계엄령을 접하는 BTS(방탄소년단), 더보이즈, NCT의 팬덤 또한 대열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가족 차원으로 나와 손팻말을 든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차가운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데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NCT 재현의 팬이라던 10대 공아무개 학생은 "국민의 대리인이라면서 국민보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여당에 일침을 날렸다. 그는 "지금 바라는 건 연말 콘서트보다 오직 윤석열의 퇴진"이라고 결단을 호소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응원봉을 든 아이돌 팬덤이나 10대의 참여 양상이 두드러졌다. ⓒ 김보성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응원봉을 든 아이돌 팬덤이나 10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 김보성
같은 10대인 정아무개 학생은 장장 10분간 연설을 토해내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밤새 글을 썼다는 그는 탄핵에 반대하는 여당의 국회의원 자격을 따져 물으며 "막 걸음마를 뗀 사촌 동생과 집에 있을 남동생이 먼 훗날 역사책에 쓰인 이 순간을 배우며 제게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게 당당하게 여기 나와서 말했다고 얘기하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무대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의 권력과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 집단을 저의 대변인으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탄핵 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부산 여당 의원 17명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위해 부산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하고 있습니까? (중략) 지금 제가 서 있는 여기 부산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에서 쏘아 올린 촛불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힘입니다. 여당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이 앞에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30대 김주연씨도 "국민을 외면한 105명을 저희는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선거철만 되면 그렇게 뽑아달라고 하더니 국민 마음속에서 해고됐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저들은 당장 윤석열과 함께 역사에서 지워버리자"며 더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2시간 가까이 집회를 이어간 참석자들은 부산민예총 노래위원회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개사한 '탄핵이 답이다'를 합창하며 두 갈래로 나뉘어 서면 일대 3㎞ 구간을 행진한 뒤 해산했다. 행사가 끝났지만, 거리에서는 "윤석열 탄핵, 국민의힘 해체"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사회자는 "평일 저녁 오후 7시, 주말 오후 5시 매일 이곳에 모인다. 분노의 파도를 일구어가자"며 어김없이 다음 일정을 예고했다.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불참으로 불성립되자 8일 1만 명(주최 측 추산)의 부산시민들이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거리 모여 '윤석열 탄핵 체포, 여당 해체' 등을 외치고 있다. 촛불 대신 각양각색의 응원봉이 집회 현장을 밝히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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