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9일 오전 8시]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사흘 동안보다 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부결된 뒤에 두 세 배의 촛불이 거리에 모였다.
윤석열퇴진 경남운동본부가 8일 저녁 창원시청 광장에서 연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체포,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 창원시민대회'에 청소년·대학생을 비롯해 시민 2000여 명이 운집했다. 앞서 4~6일 사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600~1000여 명 안팎이 참석했다.
집회는 발언과 공연 위주로 진행되었다. 윤퇴사동(윤석열 퇴진하면 사라질 동아리) 회원들이 '소녀시대'의 "힘내"를 개사해 부르며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참가자들은 "불법계엄 내란주범 윤석열을 체포하라", "헌법유린 내란주범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 끝장내고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라고 외쳤다.
진해에서 왔다고 한 박영주(46)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까지 저는 중2보다 무섭다는 저희 집 초등 5학년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줄 알았다"라며 "그런 무서운 아들을 집에 두고 어제는 윤석열 탄핵안 가결을 염원하며 서울 집회를 다녀왔다"라고 말하며 인사했다.
박씨는 "어제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를 보았다. '혹시, 하야 선언이라도 하려는 걸까?' 혹시 하는 기대는 역시로 끝났다"라며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45도 각도로 고개 숙인 윤석열의 얼굴은 사이코패스처럼 섬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내란 수괴자의 얼굴에 번지는 만연한 미소를 보면서 저는, 아! 비상계엄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생각했다"라며 "윤석열의 담화에는 그 어떤 반성도 국민도 없었다. 등장과 퇴장을 합쳐, 채 2분도 걸리지 않은 담화로 윤석열은 우리 국민을 또 한 번 우롱하고 기만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경남 국민의힘 강민국·김종양·김태호·박대출·박상웅·서일준·서천호·신성범·윤영석·윤한홍·이종욱·정점식·최형두 의원을 '의원'이 아니라 '씨'라고 불렀던 그는 "명령한다"라며 "국민의 명령에 따라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십시오, 탄핵 표결 불참은 내란 공범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박씨는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신성범 의원 그리고 3·15와 10·18의 후예 최형두·윤한홍·김종양 의원께 간절히 호소한다"라며 "당장 눈앞의 정치적 이해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 바란다. 부디 국민의 명령을 거역하지 말라. 만약 다음번 탄핵 표결에도 민의를 거역하고 불참한다면 내란 가담범이라는 멍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과라고는 고작 2분짜리"
한서빈(22)씨는 "지난 3일 밤 윤석열씨의 긴급 계엄령이 선포되었다. 저는 그 시각에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뉴스를 잘 보지 않아 계엄 선포를 친구를 통해 듣게 되었다"라며 "그와 동시에 과거 민주를 위한 운동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고 선포가 사실이고 계엄군이 국회를 들어가고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갔을 때조차 너무나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날 이후 어디에 숨었는지 국민께 진정한 사과라고는 고작 2분짜리 영상뿐이다. 계엄 선포 이후 며칠째 잠이 들면 나라가 망할까 봐 맘 편히 잠들지 못하고 새벽 늦게 잠들거나 뜬눈으로 지새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 윤석열씨는 혼밥하지 않고 숨지 않을 것이라 했는데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계시냐? 진정 국민께 미안하지 않느냐? 더불어 그 윤석열에게 비판하고 잘잘못을 따지고 분노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국민의힘 당원들은 감싸기에 급급하다, 제정신이냐"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역사를 지우려 해봤자 역사는 당신들을 기록할 것이다. 그 역사 앞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있겠느냐? 어제 부로 105명의 내란 동조범들을 역사는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큰 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은진(창원)씨는 "그 누구도 아닌 미래의 저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마이크를 잡는다. 2024년 눈으로 본 민주주의의 붕괴를 기억할 것이다. 이 기억들로 저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르지 않기로 다짐했으며 이 자리에 섰다. 죽지 않겠다. 처절하게 살아 남아 당신들을 지옥으로 끌어내릴 것"이라고 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 그는 "민주주의의 꽃, 국민의 의무라며 그렇게 투표 참여를 종용하던 국회의원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로 도대체 어디에 계셨느냐. 국민들이 차가운 길바닥에서 떨고 있을 때 당신들은 따뜻한 실내에서 무엇을 하셨느냐. 웃으면서 국회를 떠나 우는 국민을 지나쳐 어디로 향하셨느냐. 당신들이 정말 국민을 대표하는 게 맞느냐? 자격이 있느냐"라고 따졌다.
이씨는 "국민을 처단하겠다고 한 내란 수괴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군인들과 국민의 진정한 힘을 무시한 의원들. 저는 당신들이 차마 처단하지 못한 국민의 후손이다. 우리는 영원히 당신들을 기억할 것이며 선조들이 흘렸던 피는 당신들의 피눈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에게 처단이라는 단어를 쓴 내란 수괴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내란에 동조한 군인들과 의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들이 겨눈 총에 맞아 죽더라도 제 뒤에 선 또 다른 제가 살아남아 그 광경을 똑똑히 목도할 것"이라며 "저는 끈질기게 부활하여 당신들을 쫓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했다.
김의곤씨에 이어 송순호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발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불발'을 비난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즉각 체포"를 외치며 거리 행진했다.
박미혜 변호사 "한동훈에게 주권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박미혜 변호사는 발언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가 오늘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하고, 국무총리와 당이 퇴진전까지 국정을 챙기겠다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과 함께 내란 공범인 한 총리와 국민의힘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계엄해제와 탄핵소추에 불참한 국민의 힘은 내란방조 정당이다. 한 총리 역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데다가 지금 나오는 정황을 보면 그도 내란죄의 공범일 뿐이다"라며 "이런 한 총리에게, 국회의원도 국무위원도 아닌 한동훈 대표에게 국정운영 권한을 행사할 헌법적, 법률적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라고 했다.
이어 "한 대표는 '질서있는 퇴진'이라 표현했지만 질서있는 퇴진은 이미 우리 헌법에 잘 정리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탄핵절차이다"라며 "국회가 민의를 대변해 의결하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해서 대통령응 파면하고 그 경우 국가를 운영하는 비상조치는 우리 한법에 모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지난 박근혜 탄핵 때 아무런 혼란없이 잘 작동되는 것도 보았다"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헌법에 잘 규정되어 있는 탄핵소추에는 반대하면서 헌법에도 법에도 없는 방식으로 질서있는 퇴진을 하겠다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헌법에 반하는 어떤 질서가 있을 수 있는가"라며 "국민의 선택과 국민의 여망을 무시하고 내란의 공범들이 밀실에서 모의하여 정한 방법으로 어떻게 나라를 안정시키고 민생을 챙길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말하는 나라와 민생은 국민이 없는 공허한 말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미혜 변호사는 "국민은 한덕수와 한동훈에게 주권을 행사하도록 위임한 적이 없다. 윤에게 준 권한을 회수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그로부터 권한을 받아 나라를 통치하겠다는 한덕수와 한동훈에게 내란죄의 공범이자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가지 말기를 경고한다"라고 강조했다.
경남운동본부는 9일부터 매일 이곳에서 집회를 연다. 같은 내용의 촛불집회가 진주, 거제, 거창, 밀양 등지에서도 연일 열리고 있다.
한편 윤석열퇴진 경남운동본부는 "국민의힘 탄핵 거부, 한동훈-한덕수 공동 운영은 제2의 내란음모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한동훈은 윤석열을 식물로 만들고, 한덕수를 허수아비로 세워, 자신이 대통령 노릇을 하려 한다. 반헌법적 발상이며, 또 한 번의 내란 시도이다. 지금 당장 중단하라"라고 했다.
경남운동본부는 "불나방은 제 죽을 줄 모르고 불을 향해 날아든다. 윤석열-한동훈-국민의힘이 그러하다. 이들의 정치적 야욕은 파멸로, 정치적 죽음으로 끝날 것이다. 우리 시민들은 항쟁으로 내란 세력의 숨통을 끊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