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6 07:09최종 업데이트 24.12.1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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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한국은 지금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 그중 하나가 한 달 뒤인 2025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의 경제와 무역에 몰고 올 위기이다.

그런데 지난 3일의 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한국이 이러한 위기에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의 핵심 의제들은 정상급 외교를 통해 조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탄핵 정국은 이 모든 가능성을 중단시켜 버렸다. 그래서 이번 비상계엄은 특히 한국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에 투자를 포기한 한국 경제

지난 6일 <포브스>의 기사 'Why Yoon Suk Yeol’s Desperate Stunt Is A GDP Killer For South Korea'포브스 사이트 캡처

지난 6일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한국이 트럼프의 백악관 귀환으로 이미 고난의 2025년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이번 계엄으로 상황이 훨씬 악화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윤석열의 극단적인 행동은 "세계 투자자들에게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골든타임을 대비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입증해 준 것"이며, "아시아 4번째의 가장 큰 경제 규모인 한국을 밑바닥으로 추락시킬 것"이라고 했다. <포브스>의 이런 진단을 반박할 수 있을까?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3일 매출액 상위 500대 국내 대기업의 내년 투자 계획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의 68%가 2025년 투자 계획을 아직도 세우지 못했거나 계획이 아예 없다고 했다. 10곳 중 7곳이 투자 방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2025년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이유가 컸다.

그런데 하필 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 돌발적인 비상계엄이 선포되면서 기업들은 신규 투자는커녕 이미 세운 투자도 보류해야 할 비상 상황에 직면해 버렸다. 한국에 긴급한 골든타임이 탄핵 정국에 갇혀 버린 것이다.

트럼프에게 한국은 동맹이 아닌 적수(敵手)

지난 11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런 한국의 사정을 봐줄 것 같지 않다.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를 내세우는 트럼프는 2025년 1월 20일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부과를 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정부에게 무엇을 요구해 올까?

그동안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기본으로 한·미 동맹을 발전시켜 왔고, 미국 주도로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견제해 온 양자 간 또는 다자간 동맹이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적 동맹'은 이런 기존의 동맹론을 무너뜨린다.

트럼프는 2023년 11월 18일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취임 즉시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라는 무역동맹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동맹이 미국 산업을 공동화하고,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에게 동맹국이란 미국의 제조업을 부활하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나라들이다.

더 구체적인 예로, 11월 21일 미국의 외교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는 홈페이지에 트럼프 행정부 준비팀이 동맹과 적수(敵手)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는지를 공개했다. 그 기준은 ▲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 ▲ 방위비 분담 수준 ▲ 미국 국채 구입 규모 ▲ 환율 조작국 여부다.

이 기준들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사상 최대 흑자를 보았고, 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너무나 적고, 중국, 대만 등과 함께 환율을 조작해 온 환율관찰대상국이다. 11월 14일 트럼프의 백악관 귀환을 앞두고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따라서 트럼프에게 한국은 동맹이 아니라 적수에 가까운 나라다.

한국을 위협하는 트럼프의 세 가지 요구

트럼프는 잠정적인 적수인 한국에 세 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첫째,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한국의 역할이다.

한국이 미국 제품을 대규모로 사 갈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역대급 무역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한국의 미국 수출액은 643억 달러(약 90조 원)로, 대미 무역흑자 287억 달러(약 40조 2천억 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총수출액 중에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2%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18.9%로 2위다.

특히 2024년 상반기 한국의 미국 수출 품목 중 자동차가 수출액의 30%인 190억 달러(약 26조 6천억 원)를 차지했다. 반면에 미국 자동차 수입액은 그 1/19인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자동차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위기에 처한다. 자동차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미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둘째,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한 미국 내 직접투자 요구다.

9월 24일 조지아주 서배너시(市) 유세에서 트럼프는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 오겠다"라면서 "독일 자동차회사가 미국 자동차회사가 되고, 가전제품 생산에서 우리가 중국을 이기길 원한다"라고 했다.

미국 바깥의 제조업 국가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상당한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트럼프의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당선 후 11월 7일 한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조선산업을 언급했을 때, 트럼프의 관심은 한국의 조선산업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데 있었을 것이다. 무역흑자를 보는 자동차 기업들, 가전 산업, 기계산업 등의 미국 이동을 트럼프는 요구할 것이다.

셋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5~10배 인상 요구다.

트럼프는 10월 15일 시카고의 '시카고 경제클럽'에서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은 주한미군 분담금을 지금보다 10배인 매년 100억 달러(약 14조 원)씩 지불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한국을 아시아의 동맹국이라고 부르지 않고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란 표현으로 조롱했다.

트럼프는 이 세 가지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에 10~20%의 보편관세 부과로 위협할 것이다.

정부 연구기관인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11월 19일 세미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보편관세를 부과하면 대기업보다 한국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더 심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이 최대 21.6% 줄어들고, 중소기업 생산이 최대 9조 원 이상 감소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선택은? 일단 탄핵정국 신속히 마무리돼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방한 중인 케빈 스팃 미국 오클라호마주 주지사와 면담하고 있다.연합뉴스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 한국 정부의 선택지는 있을까?

12월 1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미국에서 더 많이 수입하면 된다고 했지만, 적절한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이 미국 이외의 나라들과 무역을 위해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할 과제에도 맞지 않지만, 당장 한국의 4대 정유업체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정유업체들은 주로 중동 원유에 의존(71.9%)하고 있고, 미국에서 14.2%를 수입하고 있다. 중동보다 미국 운송비가 3배 비싼 데다가 중동과 미국의 원유 종류가 달라 추가적인 시설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제조업의 미국 직접투자도 문제다. 한국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제조업이 이동하면 한국에선 '산업 공동화'와 '일자리 붕괴'가 본격화된다.

바이든 행정부 3년간(2021~2023년) 한국은 한·미동맹을 믿고 미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790억 달러(약 110조 원)나 투자해 세계 1등 투자국이 되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보조금 중단과 수요 감소를 직면하게 되면서 이 투자자본이 길을 잃은 상태다.

이렇게 한국 자본의 대규모 이동과 희생을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대비해 한국은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어야 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지나치게 집중해 온 수출주도형 경제를 분산·다원화하고, 청정에너지와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생태계를 국내에 조성하고, 유럽연합처럼 트럼프의 무역 보복에 대한 대책도 설계해야 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949일간 한국 정부는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았고, 윤석열의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경제 상황은 더 취약해졌다.

이 긴급한 사태에 직면해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일은 탄핵 결정으로 국내외에서 정당성을 잃은 윤 정부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트럼프의 요구로 발생하는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시민사회, 정부, 기업,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최선의 집단지혜를 조성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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