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6 09:50최종 업데이트 24.12.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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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기습 선포한 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으로 달려온 시민들이 군인들을 제지하고 있다.권우성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 중

너무나 끔찍한 포고령이 떨어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의 활동과 결사 및 집회 시위가 금지되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것인가!

이 포고령은 3일 밤 10시 25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밤 11시쯤 계엄사령관 육군 대장 박안수 명의로 나왔다. 한반도에 전쟁이 난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담화하듯 비상계엄을 발표했다. 헌법 77조에 따라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는 것은 맞으나 아무 때나 자의적으로 선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헌법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쟁이나 국가비상사태여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말한 근거인 '국회에서의 예산삭감' 등은 비상사태에 준하지 않는다. 대통령 개인이 비상사태라고 느낀다고 해서 비상사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 밝혀지고 있듯이, 야당의 검사 탄핵과 예산삭감이 발의되기 전부터 대통령은 계엄을 준비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싶어서, 시민들이나 다른 정치세력이나 입법기관인 국회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고 싶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헌법이 정한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이다.

헌정질서의 핵심은 시민 기본권의 보장이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행정부 마음대로 하는 독재를 꿈꾼 것은 쿠데타다.

알려졌다시피 절차적으로도 문제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거쳤는지도 알 수 없다. 행안부가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3일 밤 10시 17분~밤 10시 22분 단 5분이었다. 기록조차 없다. 또한 비상계엄은 즉시 국회에 통보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으며,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해 들어가는 국회의원을 경찰과 군대가 막기도 했다. 포고령에 있는 국회의원의 활동 금지는 계엄법의 권한도 아닌데 말이다.

시민들이 계엄을 막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군이 점령을 시도한 국회앞에서 시민들이 집결해 계엄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권우성

뉴스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접한 나는 급하게 인권 단체들과 회의를 하고 성명을 쓰고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 국회 정문 앞에 시민들이 가득했다. 계엄이 선포되자 바로 사람들은 국회로 달려와 경찰이 불법적으로 국회의원 출입을 막지 못하게 저항했다.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으며 군인에게 항의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5.18광주항쟁 당시, 신군부가 끔찍하게 시민들을 살해한 것과 총상자들에게 피를 나눠주기 위해 병원 앞에 끊임없이 줄을 서는 행동이 일어난 것처럼, 양립할 수 없는 두 행동이 3일 밤에도 일어났다. 오로지 개인의 안위를 위해 시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대통령과 장갑차나 군인을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 우리가 사람과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갖는 이유가 아닐까.

두 시간 반 만에 계엄 해제가 국회에서 의결된 이후에도 사람들은 국회 앞을 떠나지 못했다. 대통령이 해제 선포를 안 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또 어떤 비상식적이고 반인권적인 일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 앞에서 사람들은 윤석열 정권의 불법과 위헌,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앰프는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자동차판매연대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군대가 들어가느라 도로가 통제되어 자연스럽게 국회 앞 도로까지 사람들은 나와 있었다. 다시 독재로 회귀하는지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를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발언했다.

이것은 집회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 집회다. 불법집회가 아니라 긴급집회다. 국제인권기준(유엔자유권위원회 일반논평 37호, 2020년)에 따르면, 우발적이거나 긴급한 경우에는 신고를 하지 않고 집회를 개최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신고하지 않았다고 그것을 불법화-범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제인권기준이다.

조금만 생각해도 상식적이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이 선포됐는데 집회신고를 하기 위해 48시간 후에 모일 것인가? 말이 되지 않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신고서를 집회 48시간 전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현행 집시법 11조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앞 집회는 금지 장소이니, 국회가 아닌 저 멀리에 사람들이 모일 것인가? 아니다. 당일 참가자 어느 누구도, 심지어 경찰도 금지 장소이니 국회 앞에서 집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2003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르면, 집회의 자유에는 장소 선택의 자유가 포함되는 것이다. 국회에서 불법적인 계엄을 해제하라고 국회에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국회 앞에서 모이는 것이 마땅하다.

2023년 대법원 앞에서 기소된 예술인들

2023년 6월 9일 지키자 민주주의 문화제에서 예술인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정윤희

이러한 상식적인 집회 시위의 자유가 계엄 이전에 보장된 것은 아니다. 특히 윤석열 정권 들어서 집회 시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됐다. 2023년 대통령 집무실 앞 행진을 금지하려고 시행령을 개악하였을 뿐 아니라, 2023년 5월 23일 건설노조 1박 2일 집회 이후 대통령이 나와 1박 2일 집회 및 출퇴근 시간 집회는 안된다고 발언한 후 경찰은 법적 근거 없이 야간 시위를 금지했다.

대통령 발언이 있던 다음날인 2023년 5월 24일 경찰은 몇 년째 대법원 앞에서 1박 2일 농성하던 한국지엠 비정규직들을 집시법상 집회 금지 장소라며 쫓아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내리지 않고 수년째 사건을 갖고만 있어서 빨리 결정 내리라고 요구하느라, 달마다 대법원 앞에서 농성을 하던 터였다. 매우 평화롭게 진행되었고 이에 대해 경찰이 제재한 적도 없었다. 5월 23일 전까지 대법원 앞에서 평화롭게 노숙 농성과 선전전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갑자기 불법이라며 경찰이 막아선 것이다. 이에 5월 25일 금속노조 주관으로 대법원 판결을 질질 끌지 말라는 집회를 열었다. 그러자 난데없이 경찰이 노동자들과 문화 기획자를 연행했다. 어떤 폭력도 무기도 없었는데 말이다. 문화예술인까지 잡아가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예술인들은 6.10 민주화항쟁시위를 맞이해 2023년 6월 9일과 10일 1박 2일 문화제를 개최했다. 집시법 15조(적용의 배제)에 따르면, 예술이나 관혼상제 등은 집회신고의 의무가 없고 집회 금지 장소도 없다. 문화제에서 폭력이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경찰은 문화제 내내 확성기로 "구호 제창, 피케팅, 현수막 등을 펼치고 대법원 100m 이내의 거리에서 미신고 집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미신고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1항 위반"이라며 문화제를 방해했고 불법 채증을 했다. 급기야는 세 차례의 해산명령을 하더니, 문화제에 참가 중인 참가자들을 물리력을 동원해 끌어냈고, 문화제에서 공연 중인 예술인들도 폭력적으로 끌어냈다.

공연 중인 예술가들은 "예술 행위를 막지 마라"고 했으나 경찰들은 "정치적 의견이 들어갔으므로 정치적 집회"라며 막무가내 끌어냈다. 도대체 어떻게 예술 행위 여부를 경찰이 단정할 수 있단 말인가. 누가 예술에는 정치적 의견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는가. 노벨문학상을 탄 한강의 소설은 5.18 광주항쟁이나 4.3 제주항쟁 같은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것을 소재로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문학작품이 아니란 말인가.

계엄으로 집회 시위가 금지된다면

2023년 6월 9일 서울 서초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장이 문화제에서 렉쳐 퍼포먼스를 한 예술인에게 예술 행위가 불법 집회라고 통보하고 있다. YTN

작년 대법원 앞 집회와 문화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예술인들이 기소된 상태다. 경찰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경찰력을 총동원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막고 예술인들의 문화연대까지 막는 것은 계엄과 다르지 않다. 계엄 이전에도 노동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되지 못했다.

그런데 21세기에 친위 쿠데타라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 전조는 이미 오래전에 보였다. 계엄이 6시간 만에 끝났지만, 그저 해프닝만은 아니었다. 선관위에도 군인이 갔고 양구군청에도 군대가 출동했다.

시민들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도 있었다. 농성하던 노동자들에게 집회가 금지되었으므로 '농성을 접지 않으면 영장 없이 체포될 테니 농성을 관두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시 중구청에서 농성하던 노동자들에게도 그랬고,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던 학생들에게도 그랬다. 6시간 동안 인권침해가 줄을 이었다.

만약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지 못해 계엄 상태가 유지되었다면, 예술인들의 예술 행위도 단속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언론 출판의 자유조차 없으니 정권을 비판하는 시나 글 등을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고 정권 비판적인 노래를 부르는 행위나 영화 상영도 금지되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계엄을 막은 국회 앞 집회를 생각한다면, 작년 6월 대법원 앞 문화제로 기소된 예술인들에 대한 기소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경찰과 검찰은 윤석열의 반인권 조치로 사람들을 처벌하려 했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특히 집회 시위의 자유, 예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근간이다. 우리는 서로의 말과 표현행위를 보며 인간 존엄의 사회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예술 행위를 포함한 표현과 행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나는 꿈꾼다. 2024년 12월의 경험이 집회로, 때로는 예술 작품으로 발표되고, 독재를 열망했던 탐욕스러운 대통령의 감옥행이 여러 예술 작품으로 재현되는 날을!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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