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국회 주변에 등장한 무장한 계엄군에게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권우성
그렇다면 윤석열의 쿠데타는 왜 실패했을까? 존 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쿠데타의 성공 여부는 당파적 동맹과 군사 엘리트를 포함한 다양한 세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는 대부분의 친위 쿠데타가 군과 정당 엘리트의 이탈로 내부 지지를 상실하면서 실패한다고 설명한다.
군이 이탈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친위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이번 서울 사례처럼 대규모 시민이 거리로 나와 저항하면 군부가 긴장하며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민주주의 사회의 군대와 권위주의 사회의 군대는 바로 이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의 군대는 국민을 보호하는 사명을 뼈에 새기며 총을 쥐는 반면, 권위주의 사회의 군대는 군주를 보호하는 사명으로 총을 든다. 이번 쿠데타 실패 후, 일부 보수 언론은 군 지휘관들의 눈물을 폄훼하는 논설을 싣고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 그들에게 군대란 감정 없이 주군의 명령에 전진하는 목각인형일 뿐이다. 권위주의 망상에는 대통령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친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쿠데타의 성패는 군의 지지보다는 '민주주의 자본'의 축적 여부에 좌우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자본이란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형성된 시민적, 사회적 자산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군과 민주주의 자본은 상호 대립적인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친 교수가 판단하는 윤석열 쿠데타의 실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은 수십 년간 군사독재를 겪었고, 그 시대를 향수하거나 동경하는 망상가들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후 수십 년 동안 민주적 통치를 이어오면서, 이제 다수의 한국 국민은 요람에서부터 민주주의를 보고 자란 이들이다.
그의 표현대로 한국은 이미 충분한 민주주의 자본을 축적한 나라다. 이 민주주의 자본은 한국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았을 때, 제대로 작동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저항했고, 정당 지도자들은 윤석열 반대에 일치했다. 국회의원들은 만장일치로 계엄 무효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과거 두 차례의 쿠데타(1961년 박정희, 1979년 전두환)와 한 차례의 친위 쿠데타(1972년 박정희)가 성공했던 반면, 2024년 12월 3일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한 결정적인 차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건재하다. 그것도 단 한 사람의 피도 흘리지 않고 광기의 수괴를 몰아낼 만큼 강하다.
현실은 허구를 능가한다. 국뽕에 찬 한 소설가가 이 '스토리'를 써냈다면, 개연성 없는 진부한 소설이라며 비난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에서 벌어진 '히스토리'다. 현실은 허구가 구성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든다. 민주주의의 세계는 이처럼 주어지는 세계가 아니라, 만들어 내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