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0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월대 앞 무대에서 국군 장병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동원돼 풍비박산이 난 가운데 이런 조짐이 진작부터 보였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유독 군 부대를 자주 찾고, 장병들을 격려했던 것이 '친위 쿠데타'를 위한 밑거름 아니었느냐는 해석입니다. 12·3 내란 사태로 군이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이 개인의 권력욕을 위해 군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석열의 과도한 군 챙기기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전투식량 소동이었습니다. 윤석열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최전방 부대를 방문해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대해서는 통조림이나 전투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윤석열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투식량을 직접 인터넷에서 구매해 맛을 봤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대통령실은 "젊은 장병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투식량은 전쟁 등 극한상황에서 보급이 어려울 때 이용하는 극히 제한적인 형태의 식사입니다. 윤석열의 지시가 알려지자 군 내부에선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대통령의 착각이라는 견해가 많았지만, 그렇다해도 외국의 전투식량까지 구해서 먹는다는데 의아해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후에는 당시 윤석열의 이런 기이한 행태가 계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반응이 군 안팎에서 나옵니다. 계엄을 유도할 목적으로 북한과의 국지전 도발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국군의날 보인 윤석열의 기이한 행동
비상계엄과 관련해 불길했던 조짐은 전두환 정권 이후 40년 만에 국군의날 시가행진 2년 연속 개최에서도 감지됐습니다. 단순한 군사퍼레이드보다는 윤석열의 행동이 더 기이했습니다. 기념식 행사장은 광화문 앞에 설치됐는데 윤석열은 광화문 월대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른바 '왕의길'인 어도(御道)를 걸어 단상에 올랐습니다. 기념식 막바지에는 항공선글라스를 끼고 김용현을 대동한 채 월대까지 행진했습니다. 당시 윤석열의 기행은 비상계엄 성공시 예상되는 절대적 권력행사를 암시하는퍼포먼스였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석열은 주변에 "한번 싹 쓸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여러차례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 윤석열에게 군은 자신의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든든한 우군으로 여겼음직합니다. 올해 여름 휴가를 군 장병들과 보냈을 때 윤석열은 "휴가를 군과 함께 보내는 것이 나에겐 진짜 휴가"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트럼프 대비용' 골프 논란 당시엔 함께 골프친 부사관이 감격에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의 처우개선을 약속한 것도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 사태 이후 군은 동요의 조짐이 역력합니다. 계엄 투입 주요 지휘관들이 일제히 구속된 데 이어 계엄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중간간부들도 사법적 처벌을 우려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합니다. 계엄군에 동원됐던 일부 병사들은 자괴감과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계엄군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장교들도 계엄 사태후 전역신청을 하는 등 군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제복 영웅'이란 생경한 말이 공식 자료에 등장하는 일이 빈번합니다. '제복' 입은 공직자들에게 대우는 필요하지만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같은 제복을 입었지만 해병대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을 배척하는 것만 봐도 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윤석열은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에 제복 영웅들을 동원함으로써 그들의 명예를 훼손시켰습니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길은 윤석열에 대한 조속하고 철저한 단죄밖에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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