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목되는 가운데, 지난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그를 긴급체포했습니다.
특수단 언론 공지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틀 전인 12월 1일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정아무개 대령, 김아무개 대령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역 근처 한 햄버거집(롯데리아)에서 만납니다.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뒤 노 전 사령관은 '중요한 임무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정아무개 대령이 IT 전문가가 없다고 하자 그냥 선관위에 가면 된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노 전 사령관이 자리를 떠난 뒤 문 사령관은 두 대령에게 '비상계엄'이 예정됐다는 사실을 언급합니다. 정아무개 대령의 주장에 따르면 문 사령관은 '계엄이 만약 선포되면 당연히 장관님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올 것'이라며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1월 정아무개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냈고, '전역이 몇 년 남았느냐'라고 물은 뒤 '많이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문 사령관이 정아무개 대령에게 전화를 해 '공작원(북파공작원, HID) 15명 정도를 선발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정아무개 대령은 대북 공작을 잘하고, 어학능력을 갖춘 최정예 공작원 15명의 명단을 11월 22일 문 사령관에게 제출했습니다.
특수단은 이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는 CCTV 영상을 확보한 뒤 17일 노상원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파공작원을 동원한 소요 사태 야기?
비상계엄 사태 당시 북파공작원(HID)이 투입될 계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52년 금정산 공비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부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금정산 공비 사건은) 형무소에 있는 죄수들을 풀어서 무장공비로 위장하고 계엄령을 선포해 국회의원들을 잡아들여서 내각제 개헌을 했던 사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52년 5월 26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국회의원 48명이 탄 통근버스가 헌병대에 연행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고 있었는데, 이승만은 1952년 5월 25일 공비 소탕을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26일에는 국제공산당과 결탁했다는 혐의로 헌병대를 동원해 국회 통근버스를 연행했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열렸던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판교에서 대기하고 있던 북파공작원이 30명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부 의원은 최근 "정보사령부가 3개월 전에 모 업체에 인민군복 제작을 의뢰했고, 계엄 3주 전에 납품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비상계엄 당시 대기 중이던 북파공작원의 임무는 계엄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소요'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노상원, 군대 내 정보통이었던 전직 정보사령관
노 전 사령관은 육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국방부 정보본부 산하 첩보무대인 777부대 사령관, 육군정보사령관, 육군정보학교장 등 주로 정보 분야에서만 근무했던 정보통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아래 진상조사단)은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령부와 별도로 국군방첩사령부 합동수사단 내에 제2수사단을 꾸려 '노상원 라인'을 구축한 다음 이 조직을 통해 OB(예비역)를 이끌었다"면서 "이는 편제에 없었던 조직으로, 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노 전 사령관은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HID(특수임무대)와 암살조 등 북파 공작 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한 달 전 정보사 정아무개 대령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진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진상조사단은 "노상원이 장군 인사에 개입해 김 전 장관과 함께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인적 영향력 행사를 통해 주요 인원을 포섭한 정황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진상조사단은 "노상원과 친분이 있는 방아무개 준장은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이라는 임시 직제로 있다가 지난 10월 소장급 보직인 통합기획관을 만들어 보직했다"며 "(노씨와 친분이 있는) 배아무개 준장은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TF에 참여한 뒤 준장으로 진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12·3 내란의 비선 실세이자 기획자로 알려진 노상원이 계엄에 개입한 구체적 정황이 밝혀지고 있다"며 "즉각 사실관계를 파악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전 사령관은 현역 시절 병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해임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군을 떠났을 가능성이 있는 민간인이 '인간정보 특기요원'인 이른바 블랙요원을 동원하고 선관위를 접수하는 등 내란 사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