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19일 오후 5시 10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항소심에서 징역 7년 8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 문주형)는 19일 오후 2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항소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선고공판에서 7년 8개월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 나머지 혐의를 징역 7년에 처했다.
1심의 9년 6개월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중형일 뿐 아니라 거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무집행 공정과 사회의 신뢰를 해치는 중대한 범죄다.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성태(전 쌍방울그룹 회장)와 방용철(쌍방울그룹 부회장)이 허위진술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법정에서의 진술 태도도 원심(1심)과 일치한다"며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사용했다.
특히 항소심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던 북한공작원 리호남의 필리핀 존재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북한공작원이라는) 신분을 감안할 때 리호남이 공식 초청자 명단에 없었거나 국제대회 참석자 중 '리호남을 본적 없다'고 한 것만으로 김성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연어술파티 회유 논란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쌍방울 법인카드가 수원지검 인근 식당에서 결제가 됐고, 2023년 5월 29일 (김성태, 방용철, 이화영 등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면서도 "그것이 그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고 말하는 영상녹화실 등을 볼 때 실제로 있었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그뿐만 아니라 (이화영의) 정치인 경력, 연령, 학력을 고려할 때 연어나 술 등 제공이 있었다고 진술에 근본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납득이 어렵다. 피고인 측 주장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경기도 평화부지사, 킨텍스 대표이사 사장 재임 기간 중 쌍방울그룹으로부터 계열사 법인카드와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고 지인 문아무개씨를 허위 직원으로 등재해 급여를 주게 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이후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대납,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등 불법 대북송금 관련 혐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추가되어 지금까지 2년 넘게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개월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김성태 진술 신빙성 전적으로 인정
지난 6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다시 중형이 선고된 결정적 이유는 재판부가 김성태 전 회장을 비롯해 방용철 부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의 진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법원 역시 원심(1심)이 든 사정과 김성태, 방용철이 당심(항소심)에서도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심 법정 진술과 대체로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그 진술 내용의 구체성, 진술 태도 등에 비추어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성태, 방용철의 출입국 기록,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제2회 국제대회 기간 중 김성태의 공개 발언, (쌍방울 직원) 채아무개씨가 작성한 출장비용 정산서 기재 내용, 경기도의 방북 초청 요청 시기와 방북 비용 협의 및 지급 시기의 관계, 경기도의 2019년 12월 13일자 중국 현안 출장 결과보고서의 내용, 안부수 등 관련자들의 진술 등이 김성태와 방용철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2023년 7월 21일 (이화영의) 옥중서신 내용은 '김성태에게 이재명 지사의 방북을 신경 써달라'고 했던 것으로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방북비용을 대납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기소한 대북송금 800만 달러 가운데 394만 달러만 북한 측에 밀반출됐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중 200만 달러는 김 전 회장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으로 대납한 것이라고 봤다.
이화영 측 "검찰의 조작된 증거 전부 다 인정... 유감" 반발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검찰의 조작된 증거를 법원이 전부 다 인정해서 상당히 유감"이라며 반발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는 재판을 마친 뒤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화영 측의 범죄를 인정할 때는 검찰의 주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검찰의 불법 수사를 주장하는 변호인의 입장에 대해서는 극도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모두 배척한 재판부 태도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고 평했다. 이어 "이 사건은 유죄와 무죄를 다툴 사건이 아니"라면서 "기소 자체가 불법이고 수사는 더더욱 불법이라는 거다. 피고인들과 공범들을 검사실에 몰아놓고 술 먹이고 음식 먹여서 받아낸 진술이 어떻게 적법한 진술일 수 있고 그렇게 기소한 사건이 적법하냐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화영 피고인이 (이재명 대표와 함께 추가 기소된) 제3자뇌물죄는 사실상 이 사건과 사실관계가 동일하다"며 "검찰이 동일한 사건을 지금 별건으로 기소한 건데, 반드시 수원지검의 청사 출입자 명단 등을 확인해서 수원지검 1313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항소심 판결문을 받아보고 대법원에 상고를 검토할 예정이다.
수원지검 "감경한 양형은 수긍 어려워"
선고 이후 수원지방검찰은 "재판부는 그동안 이화영 피고인 등이 제기해온 이른바 '음주 회유', '진술 세미나', '주가조작', '공작원 리호남' 관련 4대 허위 주장에 대해 상세한 근거를 들어 모두 배척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원지검은 "이화영 피고인이 1심 판결 이후에도 반성은 커녕 허위주장을 양산하며 1심 재판부를 공격하고 형사재판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내는 등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음에도 오히려 징역 7년8월로 감경한 양형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