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
'갑진년'이라는 단어가 까마득하다. 이미 잊은 사람들도 많을 터다. 이제는 지나간 2024년의 이름이 바로 '갑진년'이었다. 이제 하루 밖에 남지 않은 '갑진년'의 한국 교통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2024년 한국 교통은 '다사다난'이었다. 기쁜 소식인 철도·고속도로망 개통 소식이 유독 다른 해보다 많이 쏟아졌다. GTX를 시작으로 중앙선 고속화, 중부내륙선과 서해선, 동해선·대경선 개통 등 엄청나게 많은 철도 노선이 개업했고, 서부내륙고속도로·포천세종고속도로의 주요 구간 개통 소식도 이어졌다.
자율주행 버스가 이제는 '자율주행 특구'가 아닌 일반 도로를 거침없이 누비고, 항공 수요가 2019년 수준을 회복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새해를 불과 사흘 앞두고 터진 국내 최악의 여객기 참사, 제주항공 2216편 사고로 국민 모두가 비통함을 감출 수 없는 한 해로 마무리되었다.
[철도] GTX, 대경선, 중부내륙선... 개통 소식 많았던 한 해
2024년은 어느 해보다도 철도와 고속도로 개통 소식이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가장 주목 받았던 소식이라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의 개통이다. 3월 동탄-수서 구간이 개통한 데 이어, 지난 28일에는 서울역-운정 구간이 개통했다. 올해 비로소 개통한 GTX-A는 '교통 혁명'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하철·전철 개통 소식도 많았다. 지난 8월에는 구리시와 남양주시 등 수도권 동부를 잇는 8호선의 별내선 구간이 문을 열었다. 12월 중순에는 대경선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대구와 경북이 광역철도의 혜택을 비로소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는 경산시 하양읍과 대구 안심역을 잇는 대구 1호선 하양 연장선도 개통했다.
일반 철도의 개통 소식도 이어졌다. 지난 10월 서해선의 서화성-홍성 구간이 개통했고, 평택선 역시 안중-평택 구간이 완전 개통하면서 서해선과 연계, 여객 영업을 개시했다. 11월에는 중부내륙선의 충주-문경 구간이 완전 개통하면서 서울 근교의 판교역에서 문경까지 2시간이면 갈 수 있게 되었다.
12월 말에는 중앙선 KTX의 안동-영천 구간의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의성군, 군위군 등에 KTX가 서게 되었다. 중앙선 고속화 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부산 해운대역과 울산 태화강역에서 서울 청량리역을 잇는 KTX가 운행을 시작, 부산·울산과 수도권을 잇는 선택의 폭도 더욱 넓어졌다.
2025년 1월 1일에도 못 다한 철도 노선 개통 소식이 기다린다. 부산과 포항·삼척·강릉을 잇는 동해선이 완전 개통되기 때문. 이제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동해로, 강릉으로 쉽게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동해안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없어 사실상의 교통 불모지였던 동해안 중부 지역이 본격적인 철도의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도로] 31일 자정, '120km/h' 고속도로 개통한다
도로 역시 더욱 사정이 좋아졌다. 특히 상습 정체 구간으로 악명이 높았던 구간을 피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개통하는 등 더욱 빠르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 1월 1일로 넘어가는 자정에는 어쩌면 장거리 운전이 잦았던 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소식도 기다리고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는 점점 완성된 순환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남양주 조안면에서 소흘읍까지의 구간이 개통해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정체를 나누어 든 데 이어, 지난 12월 19일 양주IC에서 파주 법원IC까지의 구간이 개통하면서 빈 구간이 점점 채워지는 모양새다.
지난 12월 10일에는 서부내륙고속도로의 평택-부여 구간이 개통했다. 그간 대체 도로가 없이 꽉 막히곤 했던 서해안고속도로의 서해대교·당진시 구간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덜 전망이다. 아울러 같은 달 28일에는 함양울산고속도로의 창녕-밀양 구간이 개통하면서 경남 내륙 지역의 교통 편의가 증진되었다.
새해로 넘어가는 자정에는 한국 역사상 최초로 시속 120km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개통한다. 포천세종고속도로의 구리-안성 구간이 개통하는데, 이 중 남용인-안성 구간의 규정 속도가 시속 120km로 지정되어 운영된다. 더욱 빠르고 편리한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자동차] 전기차 '악몽'·경기 침체 속에서도 선방했다
자동차 업계는 2024년을 '잘 버틴 한 해'로 기억할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인해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했고, 지난 여름에는 청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로 인한 화재 사고가 일어나 전기차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 이른바 '전기차 캐즘'이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 업계가 '선방'한 통계를 내놓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올해 72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 글로벌 판매 대수에서 3년 연속 3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특히 북미에서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경영 실적과 수익성 역시 좋았던 한 해였다. 자동차 수출액 역시 지난해에 비해 30% 가까이 증가, 3년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역시 오래간만에 국내 시장에 출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그랑 콜레오스가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기차 판매량 감소, 그리고 미국 도날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중국산 전기차의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 등 악재 탓에 국내 전기·친환경차 시장은 내년에도 고군분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교통] 승객 태우고 도로 누비는 자율주행차
미래 모빌리티, 특히 자율주행차는 이제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2023년 12월 서울 종로와 합정을 잇는 노선으로 개통한 자율주행 심야버스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안전하게 운행하면서 복잡한 서울의 도로에서도 충분히 자율주행 기술이 통할 수 있음을 알렸다.
아울러 지난 11월에는 새벽 근로자들의 수요가 많은 160번 시내버스의 새벽 자율주행 노선이 개통했다. 버스전용차로를 벗어나 마포대교, 여의도 등 주요 도로를 자율주행으로 오갈 수 있게 되면서 새벽 근로자의 안전한 출근에도,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은 '시범 운행'을 넘어 이제 본격적인 대중교통의 한 형태로 거듭났다. 경남 하동군을 비롯해 경기도 안양시, 제주특별자치도, 경북 경주시 등 여러 지역에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 지역의 새로운 발로 거듭나고 있다. 다가오는 2025년부터 요금금을 받고 운행하는, 본격적인 '유상 운송'의 길도 열릴 전망이다.
[항공] 지방 공항 활성화, 항공 수요 올랐지만... 비통한 참사
2022년, 2023년에 걸쳐 여객 통계에서 우상향 그래프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난 항공 업계. 특히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11월까지 국제선 항공을 이용한 여객은 8082만여 명으로, 8278만여 명을 기록한 2019년의 수치를 사실상 회복했다.
특히 일본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의 승객 통계가 개선되는 한편, 11월부터 중국이 단기 여행객에 대해 한시적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면서 2024년을 넘어 2025년, 그 이후에도 좋은 성과를 보이리라는 기대 역시 컸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늘어난 여객 수요에 맞추어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했을 정도였다.
지방 공항에서도 늘어난 여행 수요에 따른 이용객 증대라는 훈풍이 불었던 한 해였다. 청주국제공항의 경우 개항 이래 최초로 한 해 이용 여객이 400만 명을 돌파했고, 대구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여객 편수로 회복했다. '적자공항'으로 꼽히던 무안국제공항에서도 매일 국제선 운항이 개시되었다.
하지만 12월 29일 비통한 참사가 발생하면서 항공 업계는 고개를 떨구었다. 제주항공 2216편이 비상착륙 중 구조물과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179명이 사망하면서 업계는 물론, 국민들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 도입 이래 단 한 차례의 사망 사고가 없었던 저비용항공사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가했다.
향후 제주항공 2216편 사고와 관련된 진상 규명, 항공 안전 개선 등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향후 국민들이 항공편을 믿고 이용할 수 있을 터. 유가족을 위한 위로와 희생자를 향한 추모, 그리고 이들을 향한 진정한 애도가 이어질 수 있도록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