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단번에 그치지 않는다. 여진이 뒤따르기 마련이며, 때로는 여진의 강도와 공포가 더 크다. 지금 한국이 겪는 경제적 상황이 그러하다.
헌법 수호자가 본분을 망각하고 발동한 계엄령은 천우신조로 해제되었지만, 그 충격은 국가와 금융시장에 깊은 여진을 남겼다.
게다가 여당 의원들이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회피하며, 탄핵이 부결된 상황은 한국의 정치·경제적 혼란이 장기화할 것을 시사한다.
지난 3일 비상계엄이 발동된 지 단 두 시간 만에 원·달러 환율은 40원 급등하여 1442원에 도달했고, 이는 일반적으로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나타날 변동성이 단숨에 집중된 사례로 기록된다.
외환시장에서는 패닉이 이어졌고,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한국 관련 ETF는 6% 이상 급락했으며, 포스코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주가는 5~9%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과 투자자 신뢰 붕괴는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 우려를 야기한다.
환율 급등의 여파는 외화보유액에 대한 신뢰를 시험하며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계엄 발표 이후 CDS 프리미엄은 상승세를 보였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대거 이동했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외환 송금 서비스 중단은 위기의 일면을 드러낸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외화보유액은 11월 기준 4153억 달러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 방어를 위한 달러 매도는 외화보유액을 빠르게 소진하며, 4000억 달러 붕괴의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국민의 피땀으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불려나왔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간 외환스와프 규모는 현재 500억 달러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는 외환시장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개입에는 중대한 논란이 뒤따른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기반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은 안전한 수익성을 우선해야 하지만, 정부의 환율 안정화 정책에 따라 환 헤지 비율을 조정하며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대에 머물렀을 때 하락을 예상하며 헤지 비율을 확대했던 전략은 결과적으로 약 7000억 원의 수익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
지속적인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외환스와프 확대와 같은 조치는 불가피하겠지만, 이는 국민연금의 장기적 신뢰와 수익성에 더 큰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경제는 예상치 못한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남긴 여진 속에서 방향타를 잃은 상태다. 환율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정은 국가 경제 펀더멘털의 신뢰를 갉아먹으며 외환위기와 같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와 정책당국은 단기적인 환율 안정화와 함께 한국경제의 체력 강화를 통한 장기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연금과 외화보유액 등 국가적 자산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동원되어야 하며, 지나친 개입은 자산의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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