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경찰들이 국회의원, 의원 보좌진, 취재진,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로 출동한 계엄군에게 그냥 길을 내줄 정도로 허술한 국회 경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본래 삼권분립의 취지에 따라 행정부와 독립된 국회 경비는 국회의장이 통제해야 하지만 국회 경비대 지휘권이 경찰청장에게 있어 추후에도 경찰청장이 계엄사령관 지휘를 받을 경우 국회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경호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3일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이 봉쇄된 초유의 사태는 현행 국회 경호시스템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 현행 경호체계는 3선 체계로 운영된다. 1선인 국회 경위는 원내 회의장 질서유지 및 의전 경호업무를, 2선인 국회 방호원은 국회 경내 주요 건물의 경비와 방호 업무를 담당한다. 3선인 국회 경비대는 국회 경내 및 각 출입문과 외곽 경비를 담당한다.

이 중 1선 국회 경위와 2선 국회 방호는 국회사무처 산하 경호기획관실이 담당 조직이므로 국회 사무총장과 국회의장이 지휘권을 갖는다. 반면 3선 국회 경비대는 서울경찰청 산하 직할 조직이다. 최종 지휘권이 국회의장이 아닌 경찰청장에게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계엄사령관 지휘를 받는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장의 의사에 반해 국회를 봉쇄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보고서에는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주요 국가의 의회 경호체계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 연방의회는 자체적으로 조직된 의회 경찰이 연방의회의 경호·경비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의회 경찰은 연방의회 부속건물이나 경내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을 체포할 권한도 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연방 경찰이나 주 경찰로부터 의회 경찰을 파견받아 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도록 한다. 캐나다는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의회 경호국을 창설하고 의회 건물과 의회 경내 경비는 물론 의회 출입 통제와 외곽 경비까지 의회 경내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책임을 진다.

특히 보고서는 이들 국가의 공통점으로 의회 내의 질서유지권은 의장의 ‘배타적 권한’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국회 경호 체계로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헌법상 권한과 직무수행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계엄 사태를 통해서 명확해진 만큼 국회 경호체계의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