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9조원' 머스크의 스톡옵션 딜레마…서학개미도 불똥?

이미지 크게 보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시각) 아들 엑시 애시 에이 트웰브(X Æ A-Xii)를 목말 태우고 의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전기차 보조금 관련 모든 공제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AP=뉴시스

지난 2일 미국 델라웨어 주 판사 캐슬린 매코믹이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의 스톡옵션 패키지에 제동을 걸자 테슬라 이사회가 고민에 빠졌다. 신규 스톡옵션을 제공하면 머스크의 과세율이 달라지는데, 그 사이 테슬라 주가도 2배 이상 뛰어 테슬라의 회계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결국 주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 주식 보상 '올스톱', 그 사이 주가 2배…회계비용도 ↑16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델라웨어 대법원에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를 상고를 제기할지, 아니면 머스크에게 새로운 스톡옵션을 지급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테슬라가 2018년 머스크에게 부여한 스톡옵션과 비슷한 조건으로 새 패키지를 제공할 경우 500억달러 이상의 기업 회계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머스크 역시 주식에 최대 57%에 달하는 징벌적 세율이 적용된다.

테슬라는 2018년 머스크가 매출을 15배, 기업가치를 12배 늘릴 경우 테슬라 주식 3억400만주를 23.34달러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당시로선 불가능처럼 보였던 이 목표를 머스크는 2023년까지 달성했다. 패키지를 받을 당시에는 행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미 세법 409A 조항에 따라 예외적으로 과세가 연기됐다.

이미지 크게 보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각)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보카치카 해변에서 스페이스X 스타십 로켓의 여섯 번째 시험 비행을 앞두고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을 듣고 있다./AP=뉴시스

그러나 델라웨어 법원이 머스크의 스톡옵션이 과하며 스톡옵션 부여 당시 이사회의 독립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이를 재차 무효화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4월 테슬라는 2018년 스톡옵션 패키지를 취소하고 머스크에게 기존과 같이 3억400만주를 매수할 수 있는 신규 스톡옵션을 재발행할 경우 관련 회계비용이 250억달러가 넘는다고 추산했다. 4월1일 테슬라가 주가(175달러)를 기준으로 계산한 액수다. 그 후 8개월 새 테슬라 주가는 164% 뛰었다. 해당 스톡옵션 관련 테슬라가 치러야 할 회계비용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 스톡옵션 땐 머스크 세율 '57%'…주식 팔아서 세금 내나

이미지 크게 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바 있다. /AP=뉴시스

테슬라가 상고해 이기면 머스크는 2018년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 보상에 대한 표준 연방세율 37%만 납부하면 된다. 그러나 상고에서 져 새로운 보상패키지를 발행하면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재무조건이 이미 달성됐기 때문에 그간 연기됐던 보상패키지 전체에 대해 즉각적인 과세가 발생한다. 이 경우 머스크는 20%가 더해져 57%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테슬라 한 주당 16일 종가 463.02달러 대비 행사가 23.34달러의 차이를 계산해보면 차액은 1336억달러로 머스크가 내야할 세금이 762억달러(109조원)에 달한다. 자산 4000억달러(575조원)의 머스크에게도 피눈물 나는 액수다. 머스크는 2022년초 자신의 X에 "작년에 개인 역사상 가장 많은 세금을 냈다"고 게시한 바 있다.

머스크가 20%의 추가 세율을 피하려면 테슬라가 상고에서 이겨 기존 보상 패키지를 사수하거나 현재가 1290억달러 상당의 테슬라 주식 3억400만주를 회사로부터 직접 받는 방법뿐이다. 이렇게 하면 머스크에겐 37%의 표준세율이 적용되나, 회사는 여전히 상당한 회계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머스크가 추후 5년간 보유주식을 팔지 않게 묶어둘 방법도 부족하다. 머스크가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한꺼번에 주식을 팔면 테슬라 주가에 부담이 된다.

법무법인 리차드, 레이톤&핑거의 루돌프 코흐 변호사는 "머스크의 개인 소득세율이 높아지면 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패키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머스크가 원하는 숫자가 있고 세금을 내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주주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