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원가율 상승에 건설업계 곡소리 난다

[부동산 인사이드] “1만 원 벌면 500원도 안 남아”

  • 김미리내 비즈워치 기자 pannil@bizwatch.co.kr

    입력2024-11-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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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건비·공사비 등 원가 상승 지속, 원가율 95% 육박

    • 일부 중견사 100% 넘어… 적자·부채비율 심각

    • 원가 상승 → 분양가 상승 → 미분양 적체 악순환

    • 수도권-지방 집값 양극화 심화 전망

    • 부동산 전문가 “건설사 상황 더 나빠질 것”

    •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PF사업장 정리까지… 수익성 ‘악화 일로’

    4월 9일 서울의 한 미분양 아파트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4월 9일 서울의 한 미분양 아파트 분양 사무소 앞에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뉴스1]

    “1만 원 벌면 500원도 안 남는 꼴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 경기 불황 장기화와 고물가로 인건비·공사비 등 지출이 치솟으면서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 즉 원가율이 95% 수준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건비 등 판관비, 이자비용, 법인세 등 각종 추가 비용을 제하면 실상 건설사들이 거두는 이윤은 5%가 되지 않는 셈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원가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 높은 사업장을 골라 수주에 나서는 한편 토목, 해외 플랜트 등 인프라 사업 비중을 높이면서 수익성 확보에 나서는 양상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 개발에도 분주하다.

    반면 국내 주택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에 비해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미분양 적체, 수도권-지방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사이 15%↑, 원가율 100% 넘는 건설사 속출

    원가율은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원가율이 높아지는 만큼 매출총이익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80% 후반대를 오가던 건설사의 원가율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설 경기 악화와 함께 원자잿값이 급등하며 90%를 넘어섰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 인건비 상승이 지속하면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7월 기준 103.10으로 3년 전과 비교해 15% 이상 상승했다. 건설사들이 2~3년 전 낮은 금액에 수주한 현장에 대한 준공 및 정산 시기가 도래했지만 공사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며 건설사들이 손해를 떠안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중견 건설사 10곳의 평균 원가율은 94%에 달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35위권 내 주요 중견 건설사 10곳 가운데 원가율 90%를 넘긴 곳도 8곳을 넘어선다. 일부 건설사들은 100%에 육박하거나 100%를 넘긴 곳도 있다.

    주요 원자재는 △철근 △레미콘 △시멘트 △골재(모래) 등이다. 시멘트는 2022년 1t당 9만2000원선에서 지난해 10만5000원, 올해는 11만 원을 넘겼다. 전체 원재료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레미콘은 ㎥당 가격이 2022년 7만 원대 후반에서 지난해 8만 원대 후반, 올해는 9만 원대 초반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으로 중견 건설사 10곳 가운데 7곳이 지난해 대비 1인당 평균 인건비가 같거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감축을 위해 총 임직원 수를 줄인 곳도 절반이나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출액이 상승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건설사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도급 순위 19위인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상반기 1조498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1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8.1% 줄어든 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2%에서 0%대로 낮아졌다.

    도급 순위 32위 두산건설도 상황이 비슷하다. 두산건설은 올해 상반기 1조1438억 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7887억 원) 대비 매출액이 45%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526억 원)와 비슷한 536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소폭 늘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상반기 6.7%에서 올해 상반기 4.7%로 2%포인트 줄었다.

    원가율이 100%를 넘어선 곳도 있다. 도급 순위 20위 금호건설은 지난해 원가율 96%에서 올해 99.5%로 치솟았다. 이에 올해 상반기 1조 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도 299억 원의 적자를 냈다. 도급 순위 22위 동부건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상반기 93.5%이던 원가율이 올해 상반기 100.2%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8643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58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이미 원가율 100%를 넘어섰던 신세계건설도 원가율이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건설 원가율은 103.2%로 주요 10개 중견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 기간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상반기(-432억 원) 보다 적자폭이 211억 원 늘어난 6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미분양이 속출한 대구 지역 프로젝트를 대손 반영하면서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신규 건설 수주와 함께 상승한 원자잿값, 인건비 등 일부를 공사비 등에 반영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상승 원가를 가격에 다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다.

    지방은 더 심각… “중견 건설사 사정 더 나빠질 것”

    지방 사업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분양이 많거나 입주 물량이 대거 쌓인 지방 광역시는 2~3년 전 분양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적체와 인구 감소에 따른 청약 수요 감소, 신규 공급 저조 등이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주택현황보고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가구수는 7만1822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말(6만2489가구) 대비 1만 가구 가까이 늘었다. 특히 대구에서는 지난 7월 미분양 가구수가 1만 가구를 넘어섰고, ‘악성 미분양’으로 여겨지는 준공 후 미분양도 1778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말 전국 1만857가구에서 7개월 만에 5181가구 늘어난 1만6038가구를 기록했다. 전국 악성 미분양의 10% 이상이 대구에 있는 셈이다.

    분양가를 낮춰 미분양을 털어내고 싶어도 쉽지 않다. 원자잿값, 인건비 상승에 더해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사에서 차입한 대금의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마진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실상 분양가를 낮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높아진 공사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추지도 못하다 보니 미분양이 더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지방 간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올해 3월 마지막 주(25일 기준)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8월 둘째 주(12일)엔 약 6년 만에 주간 상승률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40주 넘게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저출산 고령화, 자산가치 상승 기대에 따른 수도권 수요 집중 현상이 생기는 가운데 지방은 수만 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적체 등으로 인해 지역 간 (집값)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지방 미분양 해소 전까지 중견 건설사들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채비율 동반 상승… 대형 건설사도 실적 ‘휘청’

    유동성 부족에 시달린 건설사들이 차입을 늘리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악순환도 생기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말 364.3%이던 부채비율이 올해 상반기 말 551.4%로 급등했다. 코오롱글로벌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상반기 181억 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465억 원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두산건설은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이 지난해(539.7%) 대비 28% 감소했지만 388.8%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원가율 100% 내외를 기록한 금호건설과 동부건설의 부채비율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6.3%, 38.6% 늘어난 302.7%, 292.9%를 기록했다.

    대형 건설사조차 이러한 상황을 견디기란 녹록지 않다. 금융투자업계는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대형 건설사들의 성적표를 지난해보다 일제히 낮춰 잡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FN)가이드와 금융투자업계는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8%, 3.0% 감소한 10조8000억 원, 8048억 원으로 추정했다.

    ‌현대건설은 같은 기간 매출 8조2023억 원, 영업이익 1834억 원으로 매출이 4.4%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24.8%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원가율이 94.9%로 이미 95%에 육박했다. 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오른 수치다. 대우건설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3%, 33.2% 줄어든 2조5340억 원, 1271억 원으로 추산됐다. DL이앤씨도 3분기 매출이 2조434억 원으로 11.2%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은 759억 원으로 5.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올해 상반기 원가율은 각각 1년 전보다 1%포인트 이상 상승한 90.8%, 91.2%를 기록했다.

    정부發 PF 사업장 정리까지… “엎친 데 덮친 격”

    정부가 부실 우려가 높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장 정리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더 심화할 조짐이다. 8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PF 연착륙 점검 회의’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부실 우려 PF 사업장 1차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약 210조 원 규모 PF 사업장 가운데 10%가량을 털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론 연체, 연체 유예나 3회 이상 만기 연장을 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약 21조 원 규모 사업장이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최하등급(부실우려)을 받아 경·공매를 진행해야 하는 사업장도 13조5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공매 대상인 곳 가운데서도 사업성이 높은 곳들이 많다”면서 “미국 금리인하로 하반기 금리인하도 예상되고,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인데도 (정부의) PF사업장 정리로 손해를 보고 사업장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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