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전액 삭감한 데 대해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수사 보안 및 관례를 이유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던 검찰은 뒤늦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법사위는 특활비 80억900만원, 특경비 506억9100만원을 법무부의 2025년도 예산안에서 모두 ‘0원’으로 의결해 8일 단독 처리했다. 야당은 경비 사용에 대한 증빙을 하지 못하면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검찰이 자료를 내지 않자 삭감을 강행한 것이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경찰과 검찰 등에서 일상업무 외의 수사, 조사 등에 쓰는 예산이다. 특활비는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특경비의 경우 이른바 ‘실비’로, 일정 금액 이상은 영수증 처리가 필요하다. 특활비는 명목상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쓰이는 돈이고, 특경비는 상대적으로 보안 유지가 덜 필요한 수사에 쓰이는 탓이다. 총장이나 지검장 등이 직원들에게 격려비로 주는 수사지원비도 대부분 이 특활비에서 지급된다. 따라서 특활비가 삭감되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타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과 지검장과 같은 각 지검 및 지청장의 활동이 크게 제약을 받게 된다.
검찰은 이번 삭감에 크게 당혹했다.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이 법사위 의결 직후 “책임을 지겠다”며 사표를 제출했을 정도다. 특경비에는 ‘개인활동비’가 포함되는데, 검찰청에 소속된 검사와 수사관 모두에게 지급되는 활동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검찰 특경비는 개인별로 매달 30만원 내에서 정액 지급되거나 수사 부서에 카드 형태로 지급된다.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개인활동비는 약 302억원에 달한다.
법무부는 이번주 중 대검찰청 등 주요 6개 검찰청이 지난해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한 특경비의 세부 지출내역을 법사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검찰이 국회에 특경비 사용내역을 제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은 작년 4월 판결을 통해 특활비는 집행일시와 집행금액을 공개하라고 했고, 특경비는 집행장소까지 공개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금액 수령인과 집행내용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특활비의 증빙자료를 제출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세부 내역이 제출되면 예산을 재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소속 법사위원장은 정식 예산소위원회와 별도로 간담회 형태로 심사를 하겠다고 여지를 뒀다. 예산안은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