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수사 이첩 해달라… 공수처, 검·경에 재차 요구

중복수사 우려에도 주도권 다툼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3개 수사기관이 수사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혼선과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공수처는 검·경에 8일 이첩요청권을 발동했으나,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치자 언론 브리핑을 열고 재차 압박에 나섰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 기관 간의 경합·경쟁으로 국민께 혼란을 끼치는 것은 문제”라며 “공수처는 누구에게도 수사에 대해 보고하거나 지휘받지 않는 독립 수사기관”이라고 이첩요청권 발동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가 중복될 때에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을 고려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다. 이첩 요청을 받은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하지만, 위반 시 제재 규정은 별도로 없다. 공수처는 8일 검·경에 사건 이첩을 요청해 13일을 회신 기한으로 정했다. 공수처는 검·경의 독립성 문제와 수사기관 간 경쟁으로 인해 벌어지는 혼란을 이첩요청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 차장은 “내란죄와 직권남용 관련 다수의 사건 관계자들은 검찰이나 경찰, 군 고위급 인사들”이라며 “독립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고 사건을 진행할 수 있는 수사기관은 공수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수사기관이 힘을 합해서 공수처가 특화된 부분은 공수처의 권한을 활용하고, 경찰은 조직과 인력으로 조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이날 중 검찰 측과 사건 이첩과 관련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빠지면서 경찰은 수사권을 명분으로 수사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고, 검찰은 직권남용죄와 관련성이 있다면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며 맞서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의 수사력·인력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수처가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공수처 수사 인력은 처·차장을 포함해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에 불과하다.

이후민·전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