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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들이 결정하는 2025년의 미디어 세계

2024.12.23. 오후 2:34

올해 소셜미디어 지형의 가장 큰 변화와 내년에 이어질 큰 변화, 레거시 미디어들이 또 한 번 반전의 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이와 연결된 빅테크 억만장자들의 현황을 오늘 이야기는 살펴봅니다.

소셜미디어의 분화, 더 빨라진 기존 미디어의 영향력 감소와 같은 현상이 더 크게 이어지면서 미디어 업계의 변화는 내년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나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는 더 힘든 시기가 예상되기도 하는데요.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셜미디어와 미디어 업계의 변화 기류는 지금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내년을 예측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빅테크+미디어] #소셜미디어

억만장자들이 결정하는 2025년의 미디어 세계

소셜미디어와 레거시 미디어 모두 맞이할 큰 지형 변화

2025년에 미국의 미디어 업계는 지금까지 이어온 변화보다 더욱 큰 변화가 만들어지는 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팟캐스트 시장의 성장과 함께 나올 새로운 미디엄(Medium)의 흐름뿐만 아니라, 쇠퇴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모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흐름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방송은 물론 텍스트 기반의 미디어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더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뻗어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는 각각의 플랫폼에 사용자를 가두려는 메타와 틱톡 그리고 구글과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전략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것은 하나의 소셜미디어를 거대한 메가폰으로 만든 억만장자의 영향력도 한몫했습니다.

현재 미디어 지형은 철저하게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위주로 흐르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 혹은 레거시 미디어들이 세운 뉴미디어 혹은 개별 채널들의 목소리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화 되어 듣던 사람들만 듣는 모습이 되었고, 새로운 세대들의 정보 취득 방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세대별로 보는 미디어와 사용하는 플랫폼이 분화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각각의 세계에서 보는 콘텐츠가 다른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나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 중에서도 '신문들' 혹은 텍스트 기반 미디어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블룸버그와 같은 경제 금융 콘텐츠가 주력이 되는 미디어는 여전히 그 정보와 소스의 가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이 됩니다. 실질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한 기반 정보가 되기 때문이고, 어쨌든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본이 되는 정보'가 이들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이죠.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게임과 쿠킹 그리고 상품 추천 사이트 등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디지털 전환을 이루지 않고서는 사업적으로 버틸 수 있는 기반을 기존의 뉴스만으로 만들지를 못합니다. 정치 이슈와 팬데믹이라는 큰 사회 혼란기 이후에 추락한 워싱턴포스트의 모습이 이를 증명하기도 하죠.

얼마 전에도 전한 이야기이지만,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디어가 뉴욕타임스를 따라 하는 것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에 만들어진 변화로 인해 그려질 2025년을 생각하면 더 극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가 오기도 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규모의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들이 또 한 번 많은 걸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기존 미디어가 자신이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그 가치가 추락한 상황을 짚으면서도, 엑스라는 (가치가 추락한) 소셜미디어로 자신이 정부에까지 너무 큰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을 동시에 짚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면서 조롱하는 트윗을 최근에 날리기도 했는데요. 그 두 가지가 모두 사실이라는 점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이미지: 엑스 화면 캡처)

자신만의 소셜미디어 메가폰을 만든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가 440억 달러(현재 기준 약 63조 원)의 가치에 사들였던 트위터, 즉 현재의 엑스는 이번 미국 대선과 그 이후에는 더욱더 일론 머스크만을 위한 메가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계정 노출을 극대화 시키면서 어느새 2억 명이 넘는 팔로워를 만들고, 그 메가폰의 위력을 최근에 또 한 번 보여주었는데요.

양당의 합의로 만들어진 미 정부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만들었죠. 이 예산안은 미 정부의 셧다운을 방지할 수 있는 양당 합의의 결과물이었는데, 그는 밤새 트윗 몇 개로 미국 하원 의장인 마이크 존슨과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면서 새로운 예산안을 상정하도록 만들었고요.

트럼프 당선인도 새 예산안에 반대를 했고, 부채한도 폐지까지 주장하면서 뒤늦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미 일론 머스크의 메가폰이 위력을 발휘한 이후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워 다시 만든 또 새로운 예산안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대를 하는 이들이 많아 표결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협의 하에 만들어진 예산안이 드디어 정부가 셧다운 되기 직전에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죠.

여러 가지 지원안이 이 새로운 예산안에서는 빠졌지만, 예산안의 규모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통과된 최종안에서 빠졌는데요.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미 했고,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인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해당 내용이 제외되었다고 의심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롤러코스터를 탄 과정이 단 한 사람의 메가폰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현재 미국 정부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는 영국의 브렉시트를 기어이 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던 극우 정치인 나이젤 패라지에게 선거 자금을 기부할 의향도 비추면서 영국의 극우파가 부상하도록 지원을 하고 있고(둘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의 집이 있는 마라라고에서도 만났습니다), 독일의 극우 성향 AfD(Alternative für Deutschland, 독일을 위한 대안)를 지원하는 메시지도 엑스를 통해 내면서 그 메가폰의 힘을 세계 곳곳의 정치에 영향을 주는데도 쓰려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등을 일군 일론 머스크의 사업적인 역량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셜미디어인 엑스는 예외입니다. 엑스는 기업으로서의 그 가치가 곤두박질친 상황입니다. 주요 주주인 피델리티는 지난 10월에 엑스의 가치를 xAI와 연결해 다시 30% 넘게 높게 조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 당시의 가치에서 여전히 70%가 넘게 빠져 있죠.

엑스 자체의 미래가 밝은 것도 아닙니다. 엑스의 이탈자들이 모여든 스레드는 최근에도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가 3억 명을 넘겼다고 마크 저커버그가 직접 알렸고,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도 1억 명이 넘었고요. 엑스의 MAU는 5억 후반에서 6억 초반을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스레드가 엑스를 추월하는 상황이 빠른 시일내 현실화 될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계정을 제외하면, 엑스는 스레드라는 대안이 생긴 상황에서 그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드는 소셜미디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쨌거나 이미 자신만의 메가폰으로 미국 정부의 정책과 그 정책을 입안하는 의원들을 휘두르는 모습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힘이 실려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정상적인 상황인지, 선출되지 않은 억만장자가 자신만의 잣대로 '공익'을 판단하고 그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사항이라고 지적되죠.

아마도 이런 모습은 앞으로 닥쳐올 또 큰 뉴스들로 금새 잊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산업을 크게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지라도 그의 이런 모습을 견제할 수 있는 목소리는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대부분 레거시 미디어의 저널리스트들이 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들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일론 머스크의 엑스가 메가폰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소셜미디어라는 메가폰을 잃어버린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는지를 지켜봐야 하는 해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이 메가폰의 기능을 남발하게 된다면 오히려 그 효과가 점점 떨어질 것이며, (공화당 의원들 포함해) 그에 반발하는 이들이 분명히 더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죠.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뿐입니다. 실질적인 견제가 되려면 기존의 미디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레거시 미디어는 존재감이 점점 옅어져 가고, 그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는지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기로 확정한 후 워싱턴포스트의 1면입니다. 당시에도 빅테크 억만장자의 미디어 인수에 우려도 있었지만, 기대도 컸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인수 이후 워싱턴포스트의 레거시는 잘 이어져 왔고, 오히려 그 전성기를 또 한 번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레거시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조짐이 생기고 있으며, 사업 지표는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라는 억만장자에게 워싱턴포스트의 방향과 사업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워싱턴포스트 아카이브)

레거시 미디어의 방향타를 잃어버린 억만장자

워싱턴포스트가 가진 정체성과 그 상징은 단 한 번의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 철회로도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번 미국 대선은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최근 모습은 그 이익이 되는 방향에 따라 레거시 미디어의 방향타를 틀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물론 그 이전부터 그렇게 바뀔 흐름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그가 새롭게 데려온 CEO 윌 루이스와 그가 채용한 인사들 역시 기존 워싱턴포스트가 만들어 온 저널리즘을 이어가는 흐름의 인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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