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려운 시간 사이로 - 길거리 음식, 번데기

2024.12.18. 오전 10:48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번데기를 먹어 본 기억이 5번이 안 된다.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어, 먹은 직후에는 반드시 온몸에 두드러기꽃이 피어오른다. 문제는 내가 번데기에 대한 혐오감이 전혀 없다는 사실, 오히려 바람에 실려 오는 거리의 유혹에 환장할 지경이다. 그 유혹을 못 참고 기어이 감행한 모든 시도가 두드러기의 고역으로 이어졌다.

이 길거리 음식과의 마지막 기억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친구들과 동대문시장에 왔다가, 친구들이 사먹는 번데기가 너무나 맛있어 보이길래, 그냥 먹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괜찮길래, 김치와 같은 경우인줄 알았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몸의 진심이 내 믿음보다 강했다. 기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는 내내 온몸 구석구석을 긁어댔다. 보다 못한 친구들은 급기야 짜증을 내기까지 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줄 알면서도 왜 굳이 집어먹었냐고…. 오죽 먹고 싶었으면 그랬겠는가? 그러게 왜 내 앞에 그렇게 맛있게들 처자셨는가 말이다. 그 많고 많은 길거리 음식들 중에 하필 번데기를….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번데기를 한 번도 먹지 않고 있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영역들도 있다는 거. 번데기를 계속 참고 먹었다면 언젠간 알레르기를 이겨 낼 수 있는 내 성이 생겼을 것이라는 긍정의 복음들도, 그 가려움을 직접 겪어 보지 않고 떠들어 대는 무책임하고도 공허한, 말 같지 않은 말. 하지만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알기 위해 서 일단 먹어 볼 필요는 있다. 번데기의 경우일지, 김치의 경우일지. 한계는 미리 설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확인된 것에 한해서만 한계라는 거.

해당 콘텐츠는 프리미엄 구독자 공개(유료) 콘텐츠로 무단 캡쳐 및 불법 공유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중입니다.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나요?

글쓰는 편집장 구독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翻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