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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사랑에 관하여 - 건강한 이기심

2024.12.21. 오전 11:57

사랑은 닮아가게 만든다 - 사랑에 빠진 자는 자신이 사랑을 바치는 상대에게서 낯선 감정을 완전히 없애려 한다. 따라서 사랑은 스스로를 위장하게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 비슷해지기 시작한다. ...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이기심을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한 결과로 설명한다. 그 궁극의 목적은 자신의 유전자로 세대를 잇기 위함이라는 것. 쇼펜하우어가 ‘종족의 의지’라고도 표현한 사랑의 정의이기도 하다. 결국엔 자신의 유전자를 더 안전한 조건 속에서 전승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라는 것. 그런 이유로 옛날에는 피지컬이 중요했던 거고, 요즘에는 경제력이 중요한 거고...

동의하는가? 그런 게 사랑이라고...

부정만 할 수도 없는 문제이지 않나?

니체에게서 간간이 발견되는 여성 혐오의 흔적은, 어머니와 여동생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의 여동생이 히틀러와의 접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으로서의 여성은 '진리'의 지위로 상정하기도 한다. 사랑에 관한 글들도 사뭇 점잖은 분위기다. 표현에는 다소 과격한 면이 있지만, 실상 성품은 온화한 편이었단다.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니체답지 않게, 꽤나 서툰 면도 엿보인다. 루 살로메와의 일화는 너무 유명하잖아. 자뻑의 철학자에게도 어려웠던, 그 사랑이란 것.

사랑에 관한 니체의 글들은 겪어보지 못한 이상적 기대와 이루지 못한 사랑에 관한 변명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상 우리가 하는 사랑이란 것도 대개 이렇지 않나?

스피노자 철학의 큰 전제 하나는, 생명체는 생의 방향으로 진화를 결정한다는 것. 본능에서 비롯된 사랑도 자신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실존적 진화의 방향성인지 모른다. 이 말이 맞든 틀리든, 이런 철학의 ‘쪼’가 느껴지는 어록들이 니체에게서는 잘 발견되지 않는다. 적어도 사랑에 관해서 만큼은...

사랑이란 건, 철학으로 풀기가 쉽지 않지.

그 감성으로는 작곡을 하거나 소설을 써야지. 원래부터 비논리적인 에로스의 영역을 논리적으로 푼다는 것도 모순.

니체는 그런 비논리적인 것들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참 비논리적이지. 사랑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얼마나 유치하고 한심한 지를 깨닫는 순간에 그나마 상식적이고... 때문에 니체의 말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의심스럽기도 하지. 그 사람을 위해 살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헛된 노력일 것 같을 땐 내 이기심으로 돌아서기도 하니까.

그 이기심으로 자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 사람이 있어야 나를 온전히 완성할 수 있을 듯한, 사랑 그 놈. 때문에 이기적이려고 해도 동시에 이타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도킨스도 결국 이 말을 하는 것이고,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이기도 하다. 니체는 이런 건강한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그 대표적인 증상이 사랑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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