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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석(화이트), <회상> - 성탄절 종소리에...

2024.12.25. 오전 9:53

안기호 작가의 작품

성탄절 종소리에

눈물 흘릴 줄도 알았었죠.

어른이 된 지금에는 그렇지 않다는, White 3집에 실려 있는 <회상>이란 곡의 가사.

유영석의 음악이 대개 그렇기도 하지만, 이 음악은 약간 미야자키 하야오 분위기의 슬픈 동화라는 느낌이다. 캐롤은 아니지만 ‘성탄절’에 관한 가사가 실린 노래라서...

사라진 풍경인 것인지, 아니면 지방에서 나고 자란 특수성의 기억인지, 어린 시절만 해도 성당 종소리가 마을 구석구석에 울려 퍼지곤 했었는데... 고층 빌딩이 없는 시절이고 지역이었다 보니 더 그랬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 변해가는 것들 사이에서 나도 변해가는 것일 뿐, 나만 변해 가는 건 아니라는 변명 혹은 위안.

2학년 5반 그때 아이들은

아직 꿈을 키울까요?

돌아보면 별 것도 아닌 이 가사가 왜 그리도 아득하게 들렸던지. 초등학교 때는 2학년 5반이 아니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모두 2학년 5반이었다. 그리고 졸업앨범을 뒤져보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5반으로 졸업했다. 솔직하니 그때 그 시절 2학년 5반 놈들이 뭐하고 사는지 그렇게 궁금하진 않거든. 그냥 그저 5라는 숫자를 향한 내 감성에 전념하는 경우일 뿐이지.

너무 동화적이어서일까? 또한 편집자의 입장에서, 그 시절에 함께 좋아했던 윤상, 신해철과 비교한다면, 유영석이 적어내린 가사는 다소 비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윤종신의 선정 기준, 당시 대한민국 3대 미성 중에 하나인(윤종신, 박학기, 유영석), 유영석의 미성에 실린 비문 그대로를 음악의 일부로 추억하는 경우이지만...

영화 <클래식>의 ost에 가사를 바꾸어 <사랑하면 할수록>이라는 곡으로 한성민이란 가수가 불렀다. 유영석은 편곡을 조금 아쉬워했지만, 원곡자의 미성에 실린 동화보다 나을 것도 없는 가사였다는 개인적 소견. <클래식>의 스토리도 지금에서 보면 개연성이 엉성한 면도 없지 않은 전개, 그러나 그 애틋하고 애잔한 회상의 분위기만큼은 참 욕심이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떨어진 두 마을의 종탑을 한 눈에 담은 감흥을 적은 곳이 있는데, 이는 문학사에서도 꽤 유명한 장면이라고 한다. 작가의 꿈을 지니고 있던 주인공은 그 풍광을 바라보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들을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 글을 다 쓰고 난 뒤에는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빠져든다. 이 장면은 주인공이 나중에야 깨닫게 되는, 홍차와 마들렌으로 시작된 과거로의 여행이 스스로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대답의 단서이기도 하다.

유영석 관련 기획을 ‘회상’의 주제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포맷으로 구상해 보았던 이유이기도... 나에게는 유영석이라는 뮤지션 자체가 그런 느낌이다. 실상 나보다는 선배 세대들에게 유효한 ‘푸른 하늘’이겠지만, 추억이라는 주제에 세대가 따로 있기나 하던가.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렇게 같이 늙어가는 것이겠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과거라는 점에서는 인문적 보편성이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일 텐데 - 하긴 우리 나라에서는 유영석의 노래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니 - 한동안 중화권 가수가 번안을 해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었다. 쓰촨성 지진 당시, 피해를 돕기 위한 기금 운동 광고의 BGM으로 쓰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장애우를 위한 노래였던 변진섭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정도의 위상을 잠깐 누렸던...

지진이 아닐망정, 일상이 무너진 어느 시대에도 필요한 사랑이겠지. 하긴 무너진 일상이 아니었던들 필요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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