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경북 영양군에 '발효공방1991' 개소...발효식품 사업 본격화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 진행 중…지역 상생·영업 채널 확대
[영양=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지난 18일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 가량 떨어진 경상북도 영양군 ‘발효공방1991’에 도착하니 고즈넉한 분위기와 향긋한 막걸리 냄새에 피로가 순식간에 풀렸다.
옛 양조장을 개조했지만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터라 규모가 작다라는 느낌이 들었었지만 그 안에서 ‘진심’을 다해 발효식품을 만드는 이들의 정성과 노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발효공방1991은 2022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으로, 전통주와 장류 등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을 영위 중인 교촌에프앤비의 손자회사다.
본래 1926년 설립돼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양조장이다. 교촌이 2022년 발효공방1991 설립을 통해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을 본격화한 후 같은 해 12월, 양조장을 복원해 문을 열었다.
발효공방1991은 권원강 회장이 직접 제안했다. 평소 영양군으로 자주 트래킹을 다니는 권 회장이 우연히 들린 음식점에서 막걸리를 마신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에 반해 기술을 전수받을 것을 지시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기술 개발을 위한 양조장을 물색하는 가운데 지금의 발효공방1991인 해당 양조장이 마침 2017년부터 폐업을 한 상태였다. 권 회장이 영양군에 협업을 제안하며 발효공방1991로 개소를 하게 됐다.
발효공방1991은 발효에 대한 진심과 교촌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모두 포함됐다. ‘발효공방’에는 ‘장인이 정성을 담아 발효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라는 의미가, ‘1991’에는 ‘진심과 정성으로 담아 깊은 맛과 향을 제공한다’는 교촌의 창업정신이 담겼다.
발효공방1991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정성들여 지어진 태가 났다. 양조장은 ‘담금실’과 ‘발효실’, ‘병입실’ 3곳으로 구분되며, 양조 과정은 총 4가지로 이뤄졌다.
담금실에서는 먼저 ‘증자’(쌀을 쪄 효모가 자랄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 작업이 진행된다. 증자기에 쌀을 넣고 세미(세척) 작업을 거친 후 쌀을 불린다. 하나의 증자기에 약 100kg의 쌀이 사용된다.
발효실에서는 ‘발효’(익힌 쌀에 누룩을 입히고 알코올로 변화되는 과정)가 이어진다. 전통 누룩을 사용하고 증자기에서 찐 쌀과 전통 누룩을 발효조에 넣고 술로 만든다.
눈으로 쪄진 쌀과 누룩을 보니 막걸리의 도수마다 발효되는 정도가 다른 게 확연히 느껴져 개인적으로 가장 신기했던 단계였다.
발효된 막걸리의 ‘체별’(발효가 끝난 술덧을 제성기로 이송해 누룩 찌꺼기와 원주를 분리하는 작업) 과정을 거치면 원주(찌꺼기를 걸러낸 술)를 10도 정도로 2~3일간 숙성을 시킨 후 원하는 도수에 맞게 정제수로 제성(물을 타는 작업)을 한다.
병입실에서 막걸리를 병에 넣어 냉장 숙성시키는 병입 과정을 끝으로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이외에도 발효 기술을 통해 감향주, 구들 고추장, 구들 된장 등을 생산 중이다.
김명길 발효공방1991 양조사는 “대표 제품 ‘은하수 막걸리’는 월 약 5000병(연 6만 병) 한정 수량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최고의 품질 구현을 위해 대량생산보다는 100년의 전통과 장인정신을 제품에 담아내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된 은하수 막걸리를 마셔보니 6도 짜리는 목넘김이 부드럽고 달큰한 맛이 강해 디저트 등과 먹기 좋았다. 8도는 비교적 걸쭉하고 맛이 강해 한식 등 식사와 함께 하기 알맞았다.
은하수 막걸리는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교촌의 플래그십 스토어 ‘교촌필방’과 여의도 ‘메밀단편’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울 광장시장의 명물 ‘박가네 빈대떡’에서도 소량 한정 판매 중이다.
올해 판매 활로는 더욱 넓어졌다. 지난 10월부터 더현대서울, 더현대대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무역센터점, 천호점, 목동점 등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온라인 채널로는 마켓컬리에 입점해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교촌은 발효공방1991에서 생산 제품들의 확장 및 활성화를 위해 경북 영양군과 ‘발효감각 복합 플랫폼 조성사업’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원에 대지면적 6323㎡ 규모의 대형 복합 테마 시설을 조성 중이다. 국비 50억원을 비롯해 도비 10억원, 군비 40억원 등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총 100억원을 지원받아, 2026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은하수 막걸리 등 대표 제품을 활용한 내·외국인 대상 발효 체험(전통주, 장류) 및 교육, 내부 시설 관람 등 다채로운 ‘오감 만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송숙희 발효공방1991 발효사업부문 상무는 “지난해 발효공방1991 매출은 6000만원 정도로, 올해는 2억원 예상한다”며 “복합 플랫폼이 완성되면 매출이 약 10억원 정도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발효공방1991은 복합 플랫폼을 통해 발효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발효 식품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라며 “2022년부터 연구 개발 중인 누룩과 복합균을 가지고 내년 특허 출원도 준비 중으로, 프리미엄 제품 라인도 구성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