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D램·낸드, 메이트70 프로 시리즈에 탑재
[데일리한국 이보미 기자] 중국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발견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 이후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애꿎은 불똥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출시한 '메이트 70 프로'와 '메이트 70프로 플러스'를 해체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신형 제품으로 분류되는 저전력 메모리 D램 LPDDR5X가 탑재됐다.
10나노 4세대(1a) D램으로, 선폭은 13∼14나노 수준이다. 여기에는 극자외선(EUV) 노광공정이 적용됐다. 화웨이의 두 제품에는 SK하이닉스의 176단 512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가 탑재됐다.
지난해 8월말 전작인 '메이트 60' 시리즈에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시작으로 다수 업체의 제품이 발견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메이트 70프로 플러스'에 탑재된 D램은 전작인 '메이트 60프로 플러스'와 같은 사양의 제품이지만, '메이트 70프로'에 들어간 D램은 전작에 들어간 1z(15~16나노)보다 1세대 앞선 사양이다.
SK하이닉스의 LPDDR5X은 지난해 11월 양산에 성공한 제품으로, 중국 등 후발주자들도 아직 양산하지 못한 고부가 D램이다. LPDDR은 1-2-3-4-4X-5-5X 순으로 개발돼 왔으며, 7세대인 LPDDR5X까지 상용화가 이뤄진 상태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해말 자체 기술로 6세대인 LPDDR5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직 7세대 제품은 양산하지 못했다.
화웨이폰에서 발견된 한국의 메모리반도체가 미중 공급망 경쟁에 불똥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제재 기업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에 올린 뒤 이듬해 9월부터 미국 기업이든 미국 외 국가의 기업이든 별도 허가 없이는 화웨이에 칩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은 이에 그동안 미국의 규제를 받는 국가 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우회 수입 경로를 확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 이후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하고, 조치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인만큼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폰에서는 미국 수출 규제 지역의 반도체가 여러 차례 발견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화웨이의 '퓨라70' 시리즈에 대만 TSMC가 제조한 칩이 발견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화웨이에 TSMC 칩을 대신 주문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반도체 설계회사 소프고(Sophgo)를 제재 기업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에 포함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