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칼럼] 트럼프發 관세전쟁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

2024-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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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KIEP 무역통상안보실장]
[김종덕 KIEP 무역통상안보실장]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취임과 함께 진행될 정책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일 캐나다와 멕시코의 모든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 부과 언급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소 의외인 점은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유이다. 기존에 많이 언급되었던 이들 국가와의 대외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 해당 국가를 통한 불법 마약인 펜타닐과 불법 이민자의 미국 내 유입 통제 강화가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내 문제로 보이는 사안에 관세라는 대외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관세가 마약이나 불법 이민자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트럼프 정부의 전방위적 정책수단이 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이 대목에서 미·중 갈등에 대해 필자가 보는 문제는 세계 무대에서 전반적인 리더십 및 신뢰관계 약화와 이에 따른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USMCA 협정의 회원국으로 USMCA는 관세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는 협정 위반이다. 게다가 최근 캐나다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100%,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바 있다. 캐나다의 조치는 미국과 대중국 정책에 대한 보조를 맞추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캐나다의 선제적인 조치에 대해 중국은 즉각적으로 캐나다산 유채씨(카놀라유 원료)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별도 신청 없이 직접 반덤핑 조사 개시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는 다소 의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번 선거기간 동안 IPEF 탈퇴,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 WTO 탈퇴, NATO 탈퇴 등을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순수하게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지불하는 이러한 비용을 줄이고 미국만의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의도대로 글로벌 리더십이 부재한 미국에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통상문제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미·중 갈등 초기 단계부터 많은 연구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와 무역의 감소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수지 적자 개선을 위한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관세 부과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초래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GDP 역시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 개발을 위한 자국 중심의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옹호하며, 대중 경제 정책에 보복관세와 수출통제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 역시 경제적 손실이 크다. 반면 파이겔바움(Fajgelbaum) 외(2024) 등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발생한 미·중 갈등으로 미국과 중국의 공백을 메우는 제3국의 무역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IMF(2023) 보고서에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West)와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구(East) 간 신냉전(Cold War 2.0), 그리고 이로 인한 공급망 분절화의 경제적 승자는 냉전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제3지역의 규모가 과거 냉전 시기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의도와 달리 미·중 갈등의 승자가 궁극적으로 냉전의 당사자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본고의 처음 논의로 돌아가 보자. 미국이 무역 상대국에 대해 제기하는 요구들은 미국과 미국 중심의 통상질서에 대한 신뢰를 낮추고, 각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을 벗어난 통상질서 구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캐나다 정부보고서에 따르면 CPTPP를 통해 FTA 관계가 된 역내 국가(즉, CPTPP 이전에 서로 FTA를 체결하지 않았던 국가) 간 무역이 2018~1921년 13.2% 증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IMF 보고서는 신냉전 시대의 대표적인 중립국가인 인도가 경제적 이익을 시현하는 것으로 전망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년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미·중 갈등 상황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는 인도 경제성장은 기존의 전망(2024년 5월)에서 0.3%포인트 개선된 6.8%로 예측되었다. 개도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결과이다. 다만 불확실성 높은 무역 전쟁 속에서 특정 지역 또는 국가의 이러한 수혜가 장기간에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다. 늘 구조적인 불확실성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에서 궁극의 승자는 없다. 더욱이 무역전쟁의 당사자는 더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서로에 대한 공세가 강화되면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호 협력하는 국제 통상질서가 모두에게 좋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신뢰를 잃어버린 갈등은 회복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해결의 실마리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상과 협상을 주도하는 리더십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기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미국인의 불만의 표출로 보인다. 하지만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IMF나 세계은행(World Bank) 그리고 WTO와 같은 국제기구를 설립하고 시장경제 질서가 세계적으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였다. 글로벌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시장경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취해왔다. 앞에서 논의한 바처럼 통상 갈등의 심화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가 궁극적으로 미국에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라는 슬로건은 1980년대 이후 자유무역을 추구하고 장기간 미국의 번영을 가져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선에서 사용한 구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위대한 미국’의 모습이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필자 주요 이력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서강대·경희대·숭실대 겸임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자통상팀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팀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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