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령 미스터리…계엄사령관도 국방부도 "안 썼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선포 경과 및 병력동원 관련 현안질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과 처단 등의 표현이 담긴 비상계엄 포고령과 관련해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현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작성 주체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작성 주체를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현안질의를 개최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된 김 차관과 박 전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당초 국방위에서는 계엄 사태의 주동자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대상으로 질의하고자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아침 김 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참석 의무가 사라졌다.

김 차관은 사과부터 내놨다. 김 차관은 "국민들께 일련의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도 참담하다. 매우 슬프고 괴롭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차관의 직책이 있으면서 일련의 행동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그 행동을 미연에 확인하지 못했고 또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막지 못했다"며 "거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추후에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 전 사령관도 "국민들에게 총칼을 겨눌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선호(오른쪽) 국방부 차관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전 계엄사령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2.05.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김 차관은 이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로부터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선포 전문 내용에 동의하나. 대통령은 현재 우리 국회가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저는 이러한 계엄에 군 병력이 동원된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를 해 왔고 거기에 대해서 부정적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박 전 사령관은 계엄령 선포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사령관은 "(대통령 계엄 담화 후) 바로 이어진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명확히 인지했다"며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지휘관 회의 후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 박안수라고 해서 그때 (임명 사실을) 정확히 알았다"고 말했다.

국회에 군부대가 투입된 것과 관련해서도 "(저는) 명령하지 않았다. (누구의 명령으로 투입됐는지) 그걸 제가 정확하게 모른다"고 했다.

박 전 사령관은 계엄군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모르는 사안"이라며 "나중에 알았다. 그 부분은 들어갔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김 차관은 "병력에 대한 투입 지시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께서 하셨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사진, 영상, 취재기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방위원회 제8차 전체회의를 지켜보고 있다. 2024.12.05.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계엄 포고령 작성자는 미궁에 빠졌다. 박 전 사령관은 자신의 명의로 포고된 계엄 포고령에 대해 "순간적으로 읽어봤다"며 "'장관님 이것은 법무 검토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관께서) 이미 검토가 완료된 사안이라고 하셨다"고 했다.

박 전 사령관은 계엄사 포고령 1호 문안을 전달받은 뒤 계엄사 상황실에 있던 다른 구성원 4명 정도와 함께 내용을 살펴봤다고 했다. 박 전 사령관은 "그분들도 저만큼이나 군인으로서는 최고의 전문가이지만 계엄은 조금 약해서 '어떡하냐, 어떡하냐' 하면서 시간이 좀 지나갔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국방부 대변인에게 전화가 오는 등 포고령 선포가 임박한 상황이 됐는데 포고령 발령 시간이 이미 지나간 밤 10시로 적혀있어, 이를 밤 11시로 수정하도록 한 후 발령했다고 부연했다.

김 차관은 포고령 작성 주체에 대해 "작성 주체는 확인 할 수 없고, 제가 지금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실탄 지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당시 실탄 지급 문제에 대해 확인해 봤냐'는 질문에 "특전사령관에 확인했다"며 "실탄 지급은 없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박 전 사령관은 군인들이 국회 등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곽종근 특전사령관에게 "테이저건이나 공포탄은 국민에게 위해가 될 수 있으니까 그것은 할 수가 없다고 금지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크게 보기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28.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박 전 사령관에 따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령 선포 직후 전군 지휘관들에게 "모든 군사 활동은 내가 책임진다", "명령 불복 시에는 항명죄가 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전 장관은 또 계엄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근거로 '계엄법 제2조 2항'을 꼽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차관은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장관님께 '비상계엄을 건의드린 이유가 무엇이냐' 물었더니 2조 2항을 언급하셨다"며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계엄법 제2조 2항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선포한다'고 규정한다.

한편 박 전 사령관은 전날(4일) 이미 김 전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표는 즉각 수리되지 않은 채 보류된 상태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