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가 벌 받았으면"…"안 피곤하다면 거짓말"
체포 불발 다음날…尹 관저 앞 맞불 집회로 혼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다음날인 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는 전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진보·보수 단체의 밤샘 투쟁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집회 참가자 약 5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전날 오후부터 이날까지 한남동 관저 인근 한강진역 앞에서 1박2일 밤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영하권 체감온도에도 꼬박 밤을 지새운 참가자들은 따뜻한 커피와 핫초코, 컵라면 등을 나눠 먹으며 추위를 달랬다. 이들은 보온용 은박 담요를 두른 채 삼삼오오 모여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율동을 추기도 했다.
목도리와 후드 모자, 털장갑 등으로 무장하고 몸을 흔들던 김하영(32·여)씨는 "전날 체포 영장이 불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 동기 5명과 함께 경기도에서 올라왔다"며 "몸을 데우기 위해 춤을 추는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추위에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너무 분해서 당장 이곳에 와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빨리 대통령이 감옥에 가서 마땅한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ED 촛불과 일회용 방석을 들고 무대 발언을 지켜보던 취업준비생 황모(30·여)씨도 전날 충남에서 올라와 철야 투쟁에 참여했다.
황씨는 "도서관에서 책을 반납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는데 이곳에 오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았다"며 "안 피곤하다면 거짓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서 (집회 참여자를) 끌어내는 속도는 엄청 빠르면서 대통령한테는 강약약강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퇴진 집회의) 머릿수라도 늘려야겠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곳곳 세워진 민주노총 버스에 부착된 '윤석열을 체포하고 헌정질서 회복하자' '내란집단 처단하고 민주주의 회복하자' 문구의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민주노총은 집중 철야투쟁을 이날 오후까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지지자 일부는 관저 인근 골목에서 태극기·성조기와 함께 '스탑 더 스틸(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 손팻말을 들고 밤새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관저 인근 도로를 통제하고 차벽을 세우는 등 충돌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시한은 오는 6일까지다. 윤 대통령 체포를 둘러싸고 시민사회단체가 거리에 나서며 한남동 일대의 혼란은 한동안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