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산업 키우자” vs “오남용 위험”…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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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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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대마]①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외에서는 만연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금기시되는 천연물이 있다. 바로 '대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마 산업이 커지자,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용'에 한해서 대마를 활용해 보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이 국내 의료용 대마 산업의 향방이 좌우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난 2020년 경상북도 안동시의 일부 지역을 '대마 규제자유 특구'로 지정했다. 의료용 대마를 국내에서 제조해 수출해 보려는 취지에서다. 이 사업이 약 한 달 뒤인 오는 11월 30일에 끝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당시 의료용 대마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 지난 2022년 8월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의료용 대마 제조와 수입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오는 12월까지 의료용 대마 관련 개정을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발표했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국내 의료용 대마 산업의 현황을 총 세 편에 걸쳐 살펴보려고 한다.

1편에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대마=마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왜 '의료용 대마'를 개발하려고 하는지 알아본다. 혹여라도 오·남용될 가능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대마의 두 얼굴, 헴프와 마리화나
대마는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이웃' 같은 식물이다. 대마 자체는 예부터 사용해 오던 '삼'이라는 친숙한 존재다. 수의를 만드는 '삼베'의 원료가 바로 대마 줄기다. 다만 대마는 부위, 종에 따라 환각 증세를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함유돼 있을 수 있다.

부위로 따져보면 종자(씨앗), 뿌리, 성숙한 줄기에는 환각 성분을 포함해 특별한 활성 물질이 거의 없다. 잎과 꽃에 몰려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씨, 뿌리, 성숙한 줄기는 마약류로 보지 않는다. 재배할 수도 있다. 다만 재배 가능한 부위를 뺀 나머지는 전량 폐기한 후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대마 품종에 따라, 환각 성분이 들어있는 함량도 달라진다. 전북대 약대 정재훈 교수는 "대마는 암·수가 따로 있는 식물이라, 호르몬 역할을 하는 칸나비노이드라는 특별한 활성 성분이 식물체에 들어있다"며 "칸나비노이드는 종류에 따라 약리적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환각 증세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 그 유형이 약 120가지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풍부한 약리적 효과가 확인된 대표적인 두 성분이 ▲칸나비디올(CBD)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다. 문제는 THC인데, 환각 효과 즉, 향정신성 효과가 있다. 반면 CBD는 진통·진정 효능이 있으면서 THC의 환각 효과까지 차단한다. 대마 품종 중 카나비스 사티바 종은 CBD 함량이 높고, THC 함량이 낮다. 반대로 카나비스 인디카 종은 THC 함량이 높고, CBD 함량이 낮다.

잘 관리하면 대마의 약리적 성분만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해외에서는 대마 특성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 분류했다. 이 때문에 대마에는 '대마초', '헴프', '마라화나' 등 불리는 이름이 매우 많다. 대마는 식물 전체를 부르는 가장 큰 범위의 용어고, 대마초는 주로 칸나비노이드 성분이 함유된 대마의 잎과 꽃을 말한다. 이중 THC 함유량이 0.3% 미만이고, CBD 함량이 높아 환각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대마초는 '헴프'라고 부른다. 이 소재가 주로 의료용으로 사용된다. CBD의 안전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는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CBD 사용에 관련된 공중보건 관련 문제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고, 유엔사법재판소는 지난 2020년 CBD를 마약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반대로 THC 함량이 5~25%에 달해 주로 기호용으로 사용되는 대마초를 '마리화나'라고 한다.



그래픽=김남희

"오·남용 소지 커… 규제 개정 신중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마리화나는 물론 헴프까지, 대마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CBD만 함유된 종이라도 '마약류 관리법' 제2조, 제3조, 제6조에 따라 재배, 관련 제품 제조, 매매, 수출, 구매 알선 등이 모두 불법이다. 딱 세 가지 경우만 예외다. 지자체장 허가를 받은 농업인은 대마초를 재배할 수 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종자, 뿌리, 성숙한 줄기를 제외하고 모두 처분해야 하고, 의료용 대마는 재배할 수 없다. 식약처장 승인을 받은 공무·학술 연구자도 특정 목적에 한해 재배·실험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뇌전증 등 일부 희귀 난치성 질환자는 의사 소견서 등 서류를 제출해,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제한적으로 해외 완제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남용 가능성 때문이다. 식약처 마약정책과 정현철 과장은 "아무리 환각성이 없는 성분이라고 하더라도, 한번 합법화하면 마치 환각성이 있는 대마 성분까지 합법화됐다는 인식을 야기할 수 있다"며 "국민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어,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신중론 편에 선 사람들은 '의료용 대마' 분야가 활성화됐을 때, CBD뿐 아니라 THC도 시중에 풀릴 것을 우려한다. THC도 불면증,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약리적 효능이 있는 데다가, THC를 CBD와 함께 사용하면 약리적 효과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THC가 들어간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토 의견을 근거로, '마리화나'를 규제 물질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추는 규칙 제정 절차에 돌입했다. 아무리 THC가 의료용이라도 오남용되면 국민 건강에 결국 악영향을 끼친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는 만성 THC 사용자에게 나타나는 '칸나비노이드 과발현 신드롬(CHS)' 사례가 응급실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HS는 오랫동안 마리화나를 사용한 사람이 과다 구토·만성 콩팥병 등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는 증상으로,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THC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신체의 일부 수용체가 과도하게 자극돼 구토 반사 등이 불안정해져 나타나는 증상으로 추정된다. 또 청소년이 마리화나를 사용하면 대뇌 피질이 얇아져 인지 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직구가 오히려 국민 보건 안전 위협"
대마 연구를 지속해 온 전문가들은 의료용 대마의 약리적 효능이 크고, 현 규제가 국민 보건 안전을 오히려 위협할 수 있어 의료용 대마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용 대마는 ▲난치성 뇌전증 ▲항암치료 후 구토증 ▲다발경화증 경련 ▲에이즈 환자의 식욕부진증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해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은 간절한 희망이다. 이 약제에는 CBD 성분만 함유된다. 치매, 파킨슨병, 암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 소재로도 각광받고 있다. 탁월한 항염증 효과 때문이다.

최근 동물 실험으로 CBD가 난치성 만성전립선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세웅 교수는 "CBD가 염증 반응을 매개하는 IL-6, TNF-α, COX2 등의 수치를 낮춰 세포 독성 없이 상당한 염증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존 소염진통제보다 통증 조절 효과도 좋았는데, 기존 진통제는 염증 효소만 억제하지만 CBD는 염증 조절 수용체와 통증 신호 전달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학술 연구자는 대매 재배·실험이 가능한데, 개발에는 문제가 없는 게 아닐까? 대마 연구를 지속해 온 한 연구자는 "연구자는 재배할 수 있게 허용해 줘도, 규제로 임상 시험이 안 되는 등 여러 제약이 여전히 뒤따른다"며 "이미 다른 선진국들의 산업 경쟁력은 우리가 쫓아가기 어려울 만큼 강화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미 미국, 캐나다, 독일 등 56개에 이르는 국가가 의료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했고, 지속해서 확대되는 추세다. 의료용뿐 아니라 CBD 성분이 주입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도 제조되고 있다. 와인, 초콜릿, 스킨케어 제품, 샴푸, 속눈썹 강화 마스카라 등 형태도 다양하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GMI는 CBD 시장 규모가 2023년 이미 228억 달러(한화 약 31조 5000억 원)고, 2032년에는 1080억 달러(한화 약 149조 3000억 원)로 약 1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마 추출물 식의약 소재 연구는 미국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연구되고 있고, 실용화 기업은 영국 등 유럽권에 가장 많다. 재배 면적과 품종의 특허권은 중국에서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규제를 풀지 않을수록 오히려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바이오헬스 정세영 위원장(단국대 약대 석좌교수)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규제를 지속하면, 결국 외국 제품에 의존하게 된다"며 "직구를 막긴 어려운데, 규제로 인해 작은 회사만 유통에 참여하다 보니 중국 등에서 품질 보장이 안 된 제품이 관리 없이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산업용대마특별법 등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규제를 완비해, 우리나라에서도 대마를 재배해 오히려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와 학계 다른 방향 바라봐
현재는 마약에 대한 국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식약처는 두 입장 중 우려하는 집단의 손을 들었다. 우리 정부도 2년 전에는 국제 사회에 발맞춰 의료용 대마를 개발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오는 12월 식약처가 공지하기로 한 개정안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법률 개정에 대한 진행은 중단됐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아 일단 중단하고, 여러 가지 준비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해 볼 예정이다"고 했다. 이어 "약이 아예 못 들어오는 것은 아니고, 뇌전증 환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는 다 들어오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사회적 분위기에도 대마 연구를 지속해 온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정부에 논의를 요청하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적어도 현재 규제가 타당한지 전문가 집단에서 의논해 보고, 규제를 조정하는 시도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농식품산업과 백승하 과장은 "마약류에서 헴프를 분리해 내는 마약류 관리법에 대해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헴프만 관리하는 산업용 헴프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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