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자연스럽게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백신 국내 출시 계획에도 타격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내년 중 출시를 예고한 의약품 중 당뇨병·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블록버스터 의약품도 포함돼 있기 때문. 이번 계엄 사태가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약 국내 출시·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아봤다.
다만 이번 계엄 사태는 신약의 물량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 향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제품의 경우 대다수가 주사 제형의 바이오 의약품 또는 백신·항체주사다. 특히 바이오 의약품은 경구용 화학 합성 의약품 대비 생산 공정에서 더 높은 정확성이 필요하며, 제제 자체의 안정성도 높아야 한다. 때문에 생산 물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전 세계 지사의 의약품 공급 물량을 결정하는 권한은 본사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본사는 물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사가 위치한 나라의 시장 안정성, 예측 가능성, 시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때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의대 정원 갈등, 계엄 사태, 신규 병원 방문 환자 수 감소 등 여러 이슈가 불확실성을 키워 수요가 높은 의약품의 공급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는 한국의 현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는 C제약사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가 전 세계에 물량 공급을 할 때 그 나라 시장의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우리나라는 올해 의대 정원 이슈, 계엄, 병원 신규 환자 수 감소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았다"며 "생산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한국이 의약품 물량 공급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계엄 사태가 공급 차질·출시 연기에 단독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이슈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여파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엄뿐만 아니라 탄핵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적어도 3~6개월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6개월 정도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