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먹는 크리스마스 음식 ‘슈톨렌’, 이 속에 숨겨진 [주방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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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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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베이커리에서 평소에는 보기 힘들던 특이한 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가 전통 명절인 유럽 국가들의 빵이다. 그중 슈거파우더가 듬뿍 뿌려진 투박한 빵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게 바로 독일의 '슈톨렌'이다. 왜 이렇게까지 슈가파우더를 듬뿍 뿌려놓은 걸까?

'보존' 때문이다. 슈톨렌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만든 후, 주말마다 가족끼리 모여 한 조각씩 잘라 먹는 전통이 있다. 4주간 오래 보존하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슈톨렌을 만든 재료를 보면 조금 의아하다. 밀가루, 효모, 물이 들어간 단순한 빵에 럼에 절인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넣고 버터를 끼얹은 후 슈거파우더를 듬뿍 뿌려 만든다. 오래 보관해야 하다 보니 건과일과 견과류를 럼주에 넣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버터'를 듬뿍 사용하는 게 문제다.

버터 등 지방은 장기 보존이 어렵다. 지방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맛과 색상이 나빠지고 이취가 발생하는 '산패' 반응이 일어난다. 지방은 글리세롤에 세 개의 지방산이 결합한 구조인데, 산소를 만나면 이 구조가 끊어져 산가가 점점 올라간다. 다량의 유지가 산화되면서 점점 품질이 낮아진다.

슈거파우더는 '버터'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뿌린 것이다. 설탕은 '보존성'이 강하다. 삼투압을 높여 미생물 등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하고, 수분과 결합력도 강해서 수분이 이동하지 못하게 막는다. 버터가 산소와 닿아 산패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패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다만, 설탕도 대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강하므로 래핑을 해야 더 오래 슈톨렌 특유의 퍽퍽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슈톨렌은 오래 보존해 숙성될수록 맛이 좋아진다. 빵 겉에 바른 버터와 견과류·말린 과일에 들어있던 럼이 빵 전반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먹을 때는 가운데를 얇게 잘라 먹은 뒤, 분리된 두 덩어리를 밀착시켜 다시 보관하면 된다. 가운데부터 썰어 먹는 이유는 단면이 외부에 노출되면 설탕의 방패 역할이 깨져 지방의 산패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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