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지난 17일 식약처에 하보니의 공급 중단을 접수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에 따르면, 의약품은 내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예정이나, 잔여 재고로 인해 내년 12월까지는 병·의원에서 하보니를 처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보니의 공급 중단 사유는 '대체 약품 출시로 인한 수요감소'다. 하보니는 성인과 12세 이상 18세 미만 소아의 유전자형 1·2·4·5·6형 만성 C형간염을 단독·병용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구용 DAA(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 제제로, 지난 2015년 10월 국내 허가됐다. 하보니를 비롯한 DAA 제제는 C형간염에 완치 개념을 도입하는 등의 성과를 남겼지만, 유전자형 3형에 대해서는 치료 혜택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후 유전자형 3형을 포함한 모든 유전자형의 치료가 가능한 '범유전자형 DAA 제제'가 안전성을 입증하고 시장에 진입하면서 유럽·미국 간학회의 권고사항이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수요가 감소했다. 실제로 하보니뿐만 아니라 MSD의 DAA 제제 '제파티어(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도 국내에서 지난해 2월 공급이 중단됐다.
업계는 이미 범유전자형 DAA 제제가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한 만큼, 이번 하보니의 공급 중단이 C형간염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보고 있다. 길리어드 관계자는 "엡클루사 같은 범유전자형 제제가 하보니보다 범용성이 더 높은데, 사실 안전성도 임상시험을 통해 엡클루사가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더 높은 범용성·안전성으로 더 큰 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신규 약제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료진들은 더 이상 C형간염 환자들에게 하보니를 처방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내년부터 56세 이상 성인의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검사가 도입된다는 점에서 C형간염 치료제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처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약제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길리어드 관계자는 "현재 하보니의 처방 사례는 한 달에 한 건 정도"라며 "이마저도 엡클루사를 의약품 코드로 갖고 있지 않은 지방 의원급 기관에서 이뤄진 사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약제로는 크게 길리어드의 엡클루사, 보세비와 애브비의 '마비렛(성분명 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등 3가지가 있다. 이들 약제는 모두 범유전자형 DAA 제제다. 업계는 이와 같은 범유전자형 제제의 처방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향후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길리어드 관계자는 "범유전자형 DAA 제제의 의약품 코드가 도입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엡클루사·보세비뿐만 아니라 경쟁사의 다른 제품을 모두 포함한 범유전자형 DAA 제제로 대체할 수 있도록 안내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