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중하고 증거 인멸 우려로 긴급 체포…진상 밝혀야"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11일 새벽 동반 체포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찰 조직 전체가 혼돈의 수렁에 빠졌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라도 한 점 의혹 없이 두 사람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이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A 경정은 11일 뉴스1과 통화에서 "참담하다. 며칠 새 비현실적인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끝이 안 보여 더욱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시도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계엄 당시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한) 조 청장의 역사적 오판에 실망감을 금할 길이 없다"며 "'포고령'이 반헌법적 내용인데 그걸 수용했으니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조지호 청장은 15만 경찰을 총괄하는 경찰 서열 1위 계급(치안총감)이다. 김봉식 서울청장은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서울 치안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조 청장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약 1시간 뒤 '포고령'에 따라 국회 봉쇄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서울청장도 조 청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소속인 국회경비대에 국회 전면 통제를 지시한 혐의다.
특수단은 11일 오전 3시 43분 "조 청장과 김 서울청장을 긴급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내란죄가 워낙 중한 범죄인 데다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어 긴급 체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긴급 체포는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범행을 했을 것으로 의심되거나 증거 인멸 염려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제도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 특수단이 하루빨리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수사통 출신의 일선 경찰서 경정급 간부는 "'국수본 힘내라', '빨리 진상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많다. 진상을 밝혀야 경찰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여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정황들이 확인돼 긴급 체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의 오판을 인정하면서도 긴박했던 당시 상황에서 포고령의 위법성을 따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다. 서울 일선서의 한 경정급 간부는 "국회를 전면 통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는데 나였어도 상부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통제했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포고령의 위법성까지 판단하고 있을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경찰청의 B 경사는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만큼 충분히 검토한 후에 지시를 내렸을 거라고 (조 청장이)생각했을 것 같다"면서도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경찰과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건 분명하다"고 했다.
경찰 내부망 '폴넷'에도 "내가 청장이어도 그랬을 것 같다", "우리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 중 계엄사령관 명령에 거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글이 올라왔다.
수뇌부 2명이 모두 구속되며 추진하려던 다음 해 계획이 '올스톱' 됐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경찰청에서 근무하는 C 경정은 "가장 큰 문제는 조 청장 주도로 추진됐던 조직개편안 등 다음 해 운영 계획이 모두 멈췄다는 것이다"며 "원래대로라면 지난주에 보고를 했어야 하는데 못 해서 이게 실행될지 장담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