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언제 더 확보되나요? (아직…) 유족 분들 앞에 가서 말하실 수 있어요?"
"검안 끝난 분도 계시는데, 검사가 1명이라 지휘가 느립니다." (29일 오후 10시 회의)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를 수습하고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실무진이 인력 부족 문제로 사고 수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망자가 무려 179명에 달하는 대형 참사인데도, 컨트롤 타워가 없고 인적 지원이 부실해 허둥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중대본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본 관계자들은 전날 수차례 열린 실무진 회의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성토했다. 참사 규모에 비해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중대본 관계자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유족들은 처참한 참사에 가슴을 치고, 하루가 지나도록 가족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가슴을 치고 있다. 유족 대부분은 신원 확인 순서가 돌아올까 봐 무안국제공항을 떠나지 못한 채 첫날 밤을 차디찬 공항 바닥에서 지새웠다.
특히 이들은 시신에서 유전자(DNA)를 채취해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법의관과 검사 수를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신 대부분이 온전하지 못한 모습으로 존재해, 시신 일부에서 DNA를 확인해야 하는데,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사 당일인 29일 현장에 파견된 법의관은 5명밖에 없었다. 이후 새벽까지 이어진 실무진 회의에선 경찰청에 수차례 추가 법의관 파견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의관은 다음 날 오전 1시가 돼서야 5명이 추가됐고, 이들을 보조할 인력 16명까지 총 26명이 배치됐다.
검사 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대검찰청은 광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는데, 현장에 파견 온 검사는 전날 오후 8시 30분 기준 2명(광주지검 목포지청)뿐이었다. 이후 검찰은 추가 인원을 파견, 오후 11시 30분이 되어서야 광주지검 소속 검사 4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통상 변사사건은 경찰이 유족에게 신원을 확인한 후, 법의관의 검안이 끝나면 검사가 검시를 진행한다. 하지만 참사 희생자가 179명에 달하고 시신들도 온전하지 못해 검사 6명이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회의 참석자는 “검안 검시가 끝나가는 분도 있는데, 검사가 1명이라 지휘가 느리다”라며 “도대체 (시신 인도를) 언제 해준다는 거냐”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하듯, 중대본은 이날 오전 8시 브리핑에서 "목포지청장도 현장에 나와 지휘할 예정이고, 검안과 검시를 동시에 진행해 변사 지휘서가 작성되면 시신이 빨리 인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전 8시 기준 중대본은 140명의 신원을 확인해 165명을 안치소로 보냈고, 시신을 보관할 냉동고는 기존 6대에서 11대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