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여론전, 수사 혼선 빚게 할 수도…검찰 "각각의 분야, 다 같이 수사"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씨의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검찰이 명씨에 대해 발부한 구속영장을 지난 15일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한 날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여론조사업체 PNR 사무실을 압수수색 해 컴퓨터(PC)와 PNR 관계자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고, 최근에는 명씨 PC와 휴대전화 속 사진도 확보했다.
여기 까지만 보면 검찰의 수사가 무리 없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의혹의 핵심 물증인 명태균씨의 휴대전화를 전부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명씨의 휴대전화는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한 갤럭시 S22 울트라 한 대뿐이다. 다행인 것은 지난달 포렌식 업체 압수수색 과정에서 명씨의 휴대전화에 담겼던 사진과 메시지 일체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공익제보자 강혜경씨의 진술이 일관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명씨는 본인 의혹에 대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줄곧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일관된 강씨의 진술이 명씨 주장에 대한 힘을 빼고 있다. 명씨가 남은 구속 기간 동안 강씨 주장에 대해 어떤 증거를 갖고, 어떻게 반박하느냐에 따라 그의 구속 연장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명태균, 12월4일이면 구속 기간 만료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실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다. 또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대선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창원국가산단 선정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도 필요하다. 최근엔 명씨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비서실장 등의 인선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대통령실 행정관 인선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져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최장 20일 동안 구속 수사할 수 있기에 남은 기간 검찰이 복잡 다난한 의혹들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여권 내에서는 명씨 발언을 두고, "허풍이다" "과장이 심한 사람"이라며 차단에 나섰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명씨 음성이 담긴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하며 그가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명씨 의혹에 갸우뚱 했던 여론도 야당 측 주장에 기우는 모양새다.
명씨 측은 조만간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예정이다. 검찰이 제기한 범죄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명씨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명씨가 돈을 받았다는 시기와 장소가 특정이 안되는 등 범죄 성립 여부에 논란이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 등에게 공천을 바라고 1억2000만원씩 건넨 혐의를 받는 2022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이다.
지난 19일 명씨의 변호를 맡았던 김소연 변호사는 변호인단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는데, 이 사건에 큰 변수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형사 사건을 진행할 때, 변호인이 바뀌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명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외에 서울청에서 수사 중인 고소 건과 민사 사건을 맡아달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무료 변론해 주기로 한 것이라 그건 어렵다고 하니 사임을 요청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씨는 사건 초기부터 본인을 대리했던 남 변호사 외에 추가로 변호사 선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익제보자로 분류된 강혜경, 진술 신빙성 높아
법조계 안팎에서는 명씨가 현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으나, 구속 기간 이뤄지는 조사에 따라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강씨와 명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에 검찰이 관계자 진술뿐만 아니라 확보한 증거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전 의원과 명씨가 구속되기 전 사전에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정치인 사건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끝까지 본인의 혐의를 부인한다는 특징이 있다. 정계 복귀하는 경우를 대비해 양심수처럼 행동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증거를 확보할수록 김 전 의원과 명씨에게 불리한 상황이기에 혐의를 계속해서 부인하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했다.
현재까지 명씨는 강씨의 진술 대다수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씨가 증거를 가지고 제대로 반박하지 않고,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내놓지 않는다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강씨가 공익제보자로 분류된 만큼 상대적으로 명씨 보다는 강씨 주장에 대한 신빙성이 높다고 한다. 또, 강씨는 검찰에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도 계속 제공하고 있기에 이 역시도 그의 진술에 힘을 실어준다.
법조계 "명태균, 구속 기소 가능성 높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한 변호사는 "검찰이 명씨의 추가 혐의까지 찾아낸다면, 구속 만료 시점인 12월4일 구속 기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서 구속을 인정하면 명씨는 6개월간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고 했다. 명씨의 경우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발언을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본인에게 득보다는 실이 됐을 거라고 한다.
현재 검찰은 명씨가 사용했던 휴대전화 3대 중 1대만 확보했는데, 확보하지 못한 휴대전화 2대에 유의미한 증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명씨가 휴대전화를 단순히 연락 용도로 사용했기보다는 사진·녹음·파일 등 본인의 업무를 위해 사용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사건 초기 검찰이 그의 소지물에 대한 압수수색을 일찍이 했다면 증거물을 확보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씨와 명씨 양측 변호인단은 여론전을 통해 의뢰인에 대한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제출해도 될 법한 말들을 계속해서 발표한다면, 수사에 혼선을 빚을 수도 있기에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한쪽이 여론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다른 한 쪽이 선제적으로 멈추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추가 증거물 확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 등 복잡한 쟁점을 밝혀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창원지검 수사팀은 수사를 위해 '공천개입' '여론조작' '창원 산단 의혹'에 대한 수사 담당을 정하는 등 팀 체제 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의혹이 복합적으로 연결됐기에 수사를 유기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각각 맡은 분야가 있지만, 워낙 품이 많이 드는 수사이기 때문에 결국 다 같이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