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인물> 국제- 메르켈, 유럽위기 봉합…수치 '미얀마의 봄'

난민과 그리스 사태에서 '해결사' 역할을 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파리 테러 이후 국제사회의 동맹을 촉구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그리스의 운명을 걸고 채권단과 협상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등이 주목받았다.

정치판에서는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 탓인지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 제러미 코빈 등 '아웃사이더'들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 등 40대 정치인을 비롯한 '신선한' 인물들이 약진한 한해였다.

그런가 하면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 냉전시대 서독을 이끈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 전현직 국가 지도자들은 올해 유명을 달리했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 '닥터 지바고'의 배우 오마 샤리프, '블루스의 전설' B.B.킹,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 요기 베라 등도 세상을 떴다.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로 추락한 제프 블라터 회장과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물러난 마르틴 빈터코른 폴크스바겐그룹 CEO 등은 또다른 의미의 '진 별'이었다.

▲ 앙겔라 메르켈 =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 유럽 난민 위기에서 지도력을 보여준 독일 총리.

유럽의 여제로 우뚝 선 메르켈(61) 총리는 올해 그리스 재정위기와 난민 문제 등 굵직굵직한 일을 처리하면서 지도력을 보여줬다.

메르켈 총리는 강경책을 구사한 끝에 그리스에 3차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분열 위기를 봉합했다.

유럽의 난민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 난민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관대한 정책을 펼쳤다.

난민 포용정책에 더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재 역할을 한 점 등이 높게 평가되면서 메르켈 총리는 강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떠올랐지만 수상의 영광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2017년 총선에서 4기 연임에 도전하는 메르켈 총리는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을 넘어서는 최장수(16년간) 총리 자리를 노리고 있다.

▲ 알렉시스 치프라스 = 긴축 반대를 공약해 집권한 후 채권단과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이끈 그리스 총리.

올해 1월 치러진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승리로 40세의 나이에 그리스의 최연소 총리가 됐다.

취임 후 곧바로 채권단(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시작했고 집권 7개월 만인 올해 8월 긴축을 수용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했다.

구제금융 협약 체결에 반대한 시리자 내 급진파 의원들로 인해 내홍을 겪었지만 승부수로 던진 조기 총선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강경 좌파운동에 몸담은 그는 대학에서도 학생운동에 앞장섰다. 졸업 후 정계에 투신, 2009년 총선에 당선된 이후 시리자 대표를 맡았다.

▲ 프랑수아 올랑드 = 프랑스 대통령. 마시멜로처럼 유약하고 물렁한 이미지로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힐 정도였으나 올해 두 차례의 테러를 겪으며 존재감과 지지도를 높였다.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당시 곧바로 현장을 찾고 곧바로 세계 정상급 인사들을 파리로 불러 반테러 행진을 벌이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와 함께 10%대까지 내려갔던 지지율이 40%까지 뛰었다.

이어 130명이 숨진 지난 11월 13일 파리 테러 직후 곧바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시리아에서 IS를 대상으로 공습을 단행했고, 미국과 러시아에 공조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단호한 대응이 국민의 호응을 받으며 지지율은 2012년 7월 이후 최고치인 50%로 급등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한 엄중하고 무자비한 대처만 강조한 올랑드의 태도가 자칫 프랑스내 이슬람교도들의 불만을 키워 사회갈등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 리콴유(李光耀) = '싱가포르의 국부'로 존경받던 전 싱가포르 총리. 3월 23일 91세 일기로 타계했다.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였던 1923년 부유한 화교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일하다 1954년 인민행동당(PAP)을 창당했다.

1959년부터 자치정부 총리를 지내다 이후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독립한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까지 26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독립 당시 400달러 수준이었던 싱가포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990년에 1만2천750달러까지 끌어올리는 등 가난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를 동남아 부국으로 탈바꿈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타계하자 애도의 물결이 싱가포르 전역을 뒤덮었고, 국장으로 치러진 장례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해 조문했다.

▲ 헬무트 슈미트 = 냉전시대 서독을 이끈 전 총리. 11월 10일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으로 1974∼1982년까지 서독 총리를 지냈다.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하고, 중동발 석유파동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독일의 현대적 시스템을 정비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1982년 헬무트 콜 전 총리에게 권한을 넘겨준 이후에도 1990년대 정치 논쟁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며 원로 정치인으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애연가로도 유명한 슈미트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반도 통일과 한일 관계,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타계 후 독일인들과 여러 유럽 지도자들의 조문 속에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영면에 들었다.

▲ 아웅산 수치 =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지난 11월 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치러진 민주 총선에서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를 이끌며 군부 지배를 종식시키고 '미얀마의 봄'을 열었다.

이번 선거에서 NLD는 총 657석인 상·하원 의석 중 59%인 390석을 확보해 대통령을 배출하고,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영국 국적 아들을 둔 수치 여사는 외국 국적 자녀를 둔 국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에 따라 대선에 출마할 수 없으나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돼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겠다고 밝혔다.

15년간의 가택연금을 비롯한 27년간의 민주화 운동 수난을 딛고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로 나선 부동산 재벌.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막말'에 가까운 거침없는 언행 속에서도 공화당 내 지지율 1위에 오르며 대선판에 돌풍을 가져왔다.

정부와 공화당 내 다른 정치인, 외국 정부까지 두루 비판하는 '좌충우돌형 정치인'이자 방송인인 그는 출마 직후부터 "멕시코가 문제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과 범죄를 가져온다"는 발언으로 많은 히스패닉의 분노를 샀다.

여성과 무슬림 비하 발언과 잦은 기행으로 거센 반발과 논란을 불러오면서도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유력 공화당 주자들을 누르고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그의 선전은 성공신화와 리얼리티 쇼를 바탕으로 쌓은 높은 인지도와 두터운 팬층, 그리고 불법 이민자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으로 보수층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로 신선한 '아웃사이더'를 택한 유권자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 버니 샌더스 = 미국 대선 민주당 경선 후보로 뛰고 있는 무소속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을 몰고 왔다면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돌풍을 주도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는 4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무명에 가까운 정치인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대중의 지지를 얻으며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맹추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스캔들 등으로 주춤하는 사이 9월 뉴햄프셔 여론 조사에서 클린턴 후보를 앞선 데 이어 후원금에서도 클린턴을 바싹 추격하며 결코 '반짝 돌풍'이 아님을 보여줬다.

클린턴 전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회복하면서 샌더스 후보의 강세는 잠시 잠잠해졌으나, 연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 독자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오바마 대통령 등을 제치고 1위를 달리기도 하는 등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 쥐스탱 트뤼도 =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캐나다 총리.

올해 10월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자유당이 집권 보수당을 누르면서 43세의 나이로 캐나다 총리 자리에 올랐다.

캐나다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1968∼1979년, 1980∼1984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피에르 트뤼도(1919∼2000년) 총리의 아들이다.

트뤼도 총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밴쿠버에 있는 중등학교에서 프랑스어, 수학 교사로 일했다. 젊은 시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여행을 즐기거나 스노보드 강사, 바텐더 등으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기도 했다.

2008년 몬트리올지역에서 처음으로 출마해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011년 재선했다.

188㎝의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를 갖춰 '섹시 정치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 제러미 코빈 = 영국 노동당 당수가 된 강성 좌파. 올해 9월 영국 노동당을 이끌 신임 당수에 선출됐다.

코빈(66)은 중도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전통적 좌파의 공약을 과감히 버리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신노동당' 노선에 반대한 강성 좌파다.

두 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당원과 지지자들은 중도노선이 정권교체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 대폭적인 복지 삭감을 포함한 재정긴축에 '서민, 사회적 약자의 위기'를 강조한 코빈을 선택했다.

코빈은 옛 전국재단사노조연맹(NUTGW0)과 전국공무원노조(NUPE) 등 노조단체에서 일하다 1974년 런던 시내 구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구의원을 유지하다가 1983년 런던 북부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도전해 당선됨으로써 중앙무대에 입성했다.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같은 선거구 현역을 유지하고 있다.

▲ 폴 라이언 = 미국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에 선출된 공화당 소속 의원.

미국 정치권의 '40대 기수'로 불리는 라이언(45)은 10월 존 베이너(공화당)의 후임으로 하원의장에 선출되며 124년 만의 40대 하원의장의 탄생을 알렸다.

아일랜드계 가톨릭 신자로 1998년 고향인 위스콘신주 1번 선거구에서 28세의 젊은 나이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었고 현재 9선을 기록 중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 맞선 대응 연설을 통해 '오바마 저격수'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면서 공화당의 샛별로 부상했다.

'피트니스광'으로 알려진 라이언은 주중에는 워싱턴D.C.에 머물고 주말에는 빠짐없이 제인스빌의 자택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정도로 가정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제프 블라터 = 오랜 기간 '세계 축구계의 대통령'으로 군림해온 FIFA 회장. FIFA의 조직적 비리에 대한 미국·스위스 당국의 수사에 결국 지난 6월 사퇴를 선언했다.

1998년 선거에서 승리한 후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내리 4선에 성공하며 '축구 대통령'의 입지를 굳혀갔다.

그러나 블라터 체제가 계속되면서 FIFA 안팎에서 개최지 선정 뇌물 의혹을 비롯한 여러 추문이 불거졌고, 5월 미국 수사당국이 FIFA 고위 간부들을 전격 체포하며 블라터를 향한 압박도 거세졌다.

블라터는 이에 굴하지 않고 곧이어 치러진 선거에서 5선 당선에 성공했으나 수사당국의 칼날이 점점 블라터를 정조준하자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즉각 사퇴' 의사는 번복하며 내년 초 선거까지는 회장직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영구 제명 위기에 놓여 있다.

▲ 마르틴 빈터코른 =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물러난 폴크스바겐그룹의 전 최고경영자(CEO).

2007년 임기 5년의 폴크스바겐 CEO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6년까지 임기 5년 연장을 더 보장받은 빈터코른은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폴크스바겐을 세계 제1 자동차회사를 만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 실적에서 폴크스바겐이 도요타를 제치고 4년 만에 1위에 오르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올해 9월 폴크스바겐이 디젤(경유) 차량에 배출가스 기준을 속이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것이 적발되고 파장이 커지자 빈터코른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는 폴크스바겐을 9년간 이끌면서 세계 1위의 자리를 넘보는 자동차그룹으로 성장시켰지만 폴크스바겐 78년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불명예 퇴진했다.

▲ 아일란 쿠르디 = 시신으로 발견돼 유럽 난민문제에 경종을 울린 시리아 출신의 세살배기 꼬마.

올해 9월 쿠르디와 그의 가족은 시리아 북부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육로로 터키에 도착한 뒤 다시 그리스로 가려고 소형보트에 몸을 실었다.

배가 뒤집히면서 쿠르디는 두 살 터울의 형, 어머니와 함께 목숨을 잃었고 아버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쿠르디의 시신은 9월 2일 아침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발견됐다.

해변의 모래에 얼굴을 묻은 쿠르디의 시신을 터키의 도안통신이 찍어 세상에 알렸다.

쿠르디의 시신 사진은 난민에 대한 유럽 각국 정부의 이기주의와 냉정함을 질타하는 동시에 난민의 참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 세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사진은 유럽에 깊은 인도주의적 울림을 가져왔고 결국 유럽 각국이 난민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다.

▲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 사우디아라비아 6대 국왕. 1월 23일 향년 91세로 타계했다.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7번째 부인에게서 태어난 10번째 아들로, 지난 2005년 이복형인 파흐드 국왕이 별세하면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2013년 국회에 해당하는 법률 심의·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의 20%를 여성으로 임명하고, 2011년 여성 참정권을 승인하는 등 집권 10년간 여성 권익 증진에 힘써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력한 미국의 우방으로서 친미정책을 유지했으며, 올해부터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기로 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이전 국왕들에 비해 개방적인 면모를 보였다.

압둘라 국왕 타계 이후 왕위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왕세제에게 승계됐다.

▲ 귄터 그라스 = 독일 출신의 세계적 작가. 4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현재 폴란드 그다니스크인 단치히에서 1928년 태어나 1952년 베를린 예술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20∼1950년대 독일의 일그러진 역사를 난쟁이 오스카 마체라트의 시점으로 그린 소설 '양철북'으로 명성을 쌓았다. 이외에 '고양이와 쥐' '개들의 시절' '넙치' 등의 작품을 남겼다.

가난한 청소년 시절 군 복무를 신청해 17세 때 나치군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이력을 2006년 고백해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 독일 사회민주당에 들어가 핵무기 반대를 외치며 빌리 브란트 총리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끄는가 하면 보수정당인 기독교민주당 소속 헬무트 콜의 낙선운동도 벌이는 등 '행동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존경을 받았다.

▲ B.B.킹 = '블루스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 기타리스트 겸 가수. 5월 14일 89세를 일기로 라스베이거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본명은 라일리 B. 킹으로 1925년 미시시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전도사였던 삼촌으로부터 기타를 배우며 처음 음악과 인연을 맺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이다 멤피스에서 친척이자 유명 블루스 뮤지션인 부카 화이트로부터 본격적인 블루스 수업을 받았으며, 멤피스 지역 라디오의 DJ로 활동하며 '블루스 보이'라는 애칭을 얻게 됐다.

1949년 첫 싱글 '미스 마사 킹'을 발표하며 데뷔한 후 '스리 어클락 블루스' '유 업셋 미 베이비' '스위트 식스틴' '더 스릴 이즈 곤' 등의 명곡을 남겼다.

60년 이상 왕성한 음악활동을 펼치며 그래미상도 15번이나 수상했다.

▲ 존 내시 =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천재 수학자. 5월 23일 교통사고로 아내 얼리샤와 함께 별세했다. 향년 86세.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태어난 내시는 피츠버그의 카네기 공과대학(현 카네기멜론대학)에서 공부하다 프린스턴대로 옮겨 애덤 스미스 경제학 이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론인 '내시 균형'을 발표하며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30살의 나이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후보에도 오르며 명성을 쌓았으나 이 무렵부터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보이다 1959년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병을 극복해갔고, 인간 경쟁의 역동성을 수학적으로 분석한 게임이론으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 오마 샤리프 = 영화 '닥터 지바고'로 유명한 이집트 출신 영화배우. 7월 10일 카이로에서 심장마비로 83년의 생을 마감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1953년 영화계에 입문해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연기로 서서히 유명해졌다.

1962년 첫 영어판 영화인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출연한 후 1965년 '닥터 지바고', 1968년 '퍼니 걸'로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골든글러브상도 세 차례 수상했다.

이후에도 여러 편의 영화와 TV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나 닥터 지바고 이후에는 두드러진 상업적·예술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말년에 알츠하이머로 투병하기도 했다.

▲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무장반군단체 탈레반을 이끈 은둔의 지도자. 지난 2013년 4월 파키스탄에서 사망한 사실이 2년 후인 7월 확인됐다.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출신으로, 1994년 10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결성한 후 1996∼2001년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했을 때 정신적 지도자 역할을 했다.

1980∼1990년대 옛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참전했다가 오른쪽 눈을 잃어 '애꾸눈'이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알카에다의 2001년 9·11 테러 후 미국의 공격을 받아 탈레반 정권이 붕괴한 이후에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수차례 사망설이 돌기도 했다.

아프간 당국에 의해 그의 사망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후 탈레반은 내분을 겪었고, 이후 수반 자리를 물려받은 물라 아크타르 무하마드 만수르는 최근 지도부와의 다툼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망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 에곤 바르 = 독일 통일의 장기적 기반을 다진 '동방정책'의 설계자로 평가받는 독일 정치인. 8월 19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튀링겐 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베를린으로 이주한 바르는 2차 세계대전 전후, 대전 당시 적국이자 승전국이던 구소련 및 동유럽에 가해국으로서 반성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다가가는 동시에 동독에 대해선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정책을 설계했다.

작은 발걸음 정책이라고도 불린 이런 내용의 동방정책은 이후 모스크바 조약, 바르샤바 조약,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로 결실을 거둬 동서간 긴장완화와 동서독 평화 질서를 촉진했고, 결국 1990년 독일 통일을 이루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란트 총리가 1957년부터 서베를린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대변인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은 후 브란트가 총리에 오르자 실세인 총리실 정무차관과 특임장관 등을 지내며 동방정책을 함께 실행했다.

▲ 올리버 색스 = '의학계의 시인'으로 불린 저명 의학자. 암과 싸우다 8월 30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영국 런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60년대 초 미국으로 이주한 후 1966년 기면성 뇌염 환자를 'L-도파'로 치료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신경과 전문의로서 만난 수많은 환자의 사연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의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 2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음을 공개하고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저는 지각이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고 이는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 요기 베라 =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요기 베라는 올해 9월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1946년 양키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 1965년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현역 시절 15시즌 연속 올스타에 뽑혔고, 세 차례(1951년, 1954년, 1955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에 올랐다.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으로 있던 1973년 메츠가 지구 최하위를 달리고 있을 때 "시즌이 끝난 것인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명언으로 답했다. 당시 메츠는 끝내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본명은 로런스 피터 베라. 베라가 가부좌를 트는 모습을 본 친구가 요가 동작과 비슷하다고 해서 요기라는 별명을 붙였다. 베라는 현역 시절에도 요기라는 별명을 이름처럼 썼다.

mihye@yna.co.kr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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