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4강 특사를 파견하면서 본격적인 외교 시험대에 올랐다. 왼쪽부터 미국 특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중국 특사 이해찬 전 총리, 일본 특사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러시아 특사 송영길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엿새 만에 주요국 특사 파견을 확정 지으며 본격적인 외교전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일·러 주변 4강과 유럽연합·독일 특사 등을 확정, 16일 이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북핵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배치 문제로 '한반도 위기설'까지 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선택한 각국 특사들의 면면이 중량감으로 꽉 차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홍석현 전 주미대사이자 중앙일보 회장을, 중국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일본은 문희상 전 국회 부의장, 러시아는 송영길 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또한 EU와 독일은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특사로 임명했다.
'특별한 임무를 띠고 파견되는 외교 사절'인 특사는 주변 강대국에 둘러 쌓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상 외교력을 가늠하는 잣대다.
북한 도발이 상수가 되면서 주변 4강 특사 파견은 오랜 한국 외교의 관례가 됐다.
□ 文대통령, 동북아외교 전선…특사, '적재적소' 임명 = 특사로 임명된 인사들의 중량감을 고려해보면 이번 문 대통령의 특사파견은 각 국가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로 적재적소에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파견된 특사들은 대부분 각국에 정통한 인사보다 대통령 측근의 중진급 의원들로 배치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몽준·이재오 전 의원 등을 미국이나 러시아 등에 특사를 보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친박인 이한구·윤상현 의원 등을 파견한 바 있다.
먼저 미국 특사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지난 참여정부였던 2005년 주미대사를 역임한 바 있는 '미국통'이다. 미국 사정에 매우 정통하고 미국 정부와 민간 등에 다양하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 美 네트워크 탄탄 홍석현 필두…황희, 참여정부서 특사파견 정통 =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신뢰구축이 절실한 만큼 미국 내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탄탄한 홍 전 회장의 역할이 주효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앞서 홍 전 회장은 대선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만남을 전하며 "만약 평양 특사나 미국 특사 제안이 온다면 그런 것은 얼마든지 도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특사대표단 핵심 관계자 역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홍 전 회장은 미국 내 네트워크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 정관계와 신뢰감이 두텁고 주미대사를 했고 언론사 오너를 지낸 바 있어 우리 정부의 메시지를 전할 때 영향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홍 전 회장과 함께 가는 특사대표단 인사들 역시 미국통이자 정무통들이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출신으로 참여정부 5년 내내 해외 순방관련 업무를 실무 조정역할을 한 바 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 역시 미 공화당 인사들과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전해문 전 주태국대사·전 주미국참사관, 박선원 안보상황단 부단장·전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 정통 외교관 인사들도 동행한다.
□ 中, 6선 이해찬 전 총리 중국도 '반색' = 특히 한반도 사드 배치로 관계가 경색된 중국 특사로는 6선의 이해찬 전 총리가 임명됐다.
우리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한류산업 제한과 대(對)한 관광 상품 규제 등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경제 위기도 고조되는 가운데, 이 전 총리의 중국 특사 파견이 경색된 관계에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무엇보다 당내 중국통이 다수 있는 민주당 내에서 최고참인데다, 총리까지 역임한 이 전 총리를 낙점한 것에 대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중 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라는 분석이다.
이 전 총리는 앞서 참여정부 당시에도 중국 특사로 파견된 바 있다.
당장 중국 측에선 긍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 전 총리의 특사임명에 대해 "한국이 전직 총리를 중국 특사로 보냈다"며 "한국이 중요인물을 선택한 것은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얼어붙은 중한관계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라고 반색했다.
환구시보는 이 전 총리에 대해 "14년 전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특사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 있고, 이번 대선 기간에도 문 대통령 캠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며 "중국 고위급과도 친분이 두터워 전형적인 친중파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중한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라며 "한국 새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기 때문에 사드 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전 총리인 이 특사와 급을 맞추기 위해 서열2위인 리커창 총리나 최소 중앙상무위원(탑7)을 만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아가 시진핑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당선 축하전화를 먼저 한 만큼 양국간 시급한 관계회복을 위해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난 15일 중국의 대규모 경제협력 국제회의인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 중인 우리 정부 대표단의 박병석 대표단장이 시진핑 주석과 별도 면담을 가진 바 있어 이 특사와의 만남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특사와 함께 가는 중국특사대표단 역시 중량급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심재권 의원은 당내 대표적 중국통이며 김태년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으로 지도부다. 신봉길 전 한중일협력사무국 사무총장·전 주중국공사,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등이 특사대표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 日 문희상 전 국회부의장, 원해영 윤호중 등 중진 파견 = 한일관계 역시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 부의장을 지낸 6선의 문희상 의원을 일본특사로 임명했다.
문 전 부의장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는 등 한·일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일본 정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일본 특사대표단도 문 전 부의장과 친분이 있으면서 중진급인 원혜영·윤호중 의원이 동행한다. 또 서형원 전 주크로아티아대사·전 주일본공사,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대표단 명단에 포함됐다.
러시아 특사 역시 중량급 인사인 송영길 의원이다.
특히 송 의원의 러시아 특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송 의원은 지난 1월 중국의 사드경제보복으로 인해 의원들을 이끌고 방중을 한 바 있는 중국통이기도 하다. 당시 왕이 외무부장(외교부 장관)을 만난 바 있다.
□ 러시아와 '특급인연' 송영길 특사, 푸틴 만남 주목 = 하지만 송 의원이 인천시장을 지낼 당시 한-러 친선에 기여한 공로로 러시아가 외국인에게 주는 최고의 등급 훈장인 오르지나 드루쥐브이(평화우호훈장) 훈장을 받아 러시아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러일 전쟁 당시 끝까지 일본군에 저항하다 인천 앞바다에서 침몰한 바락호라는 러시아 군함의 함기를 당시 인천시장이던 송 의원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러 왔을 때 임대해 주기로 결정했다.
나아가 인천항에 바락호 기념비도 세웠다. 이에 러시아가 감사의 뜻으로 최고 등급 훈장을 송 의원에게 수여했고 푸틴 대통령이 직접 송 의원을 초청한 바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앞서 문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에서 특사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 송 의원과의 만남이 주목된다.
북핵 등 동북아 정세에 대한 다자외교가 중요한 시점인만큼 각국에 정통한 중량급의 특사 파견이 우리 외교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조세일보 / 박지숙 기자 jspark0225@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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