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미 전국부 차장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을 비롯한 세 형제는 경기 산포시로 설정된 가상의 공간에 살며 매일 서울로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를 오간다. 장거리 통근에 지친 도시민의 팍팍한 삶을 그려낸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며 종영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기실 허구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으로 서민 상당수가 자의 반 타의 반 외곽으로 밀려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949만여 명이다. 2016년 5월 처음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후 95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6년 만에 파주·김포시 정도 인구가 증발한 셈이다.
서울의 인구 붕괴는 서울의 쇠락이 아닌, 수도권 삶의 질 악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옳다. 거주인구는 줄었으나, 낮 동안 서울에 머무르는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을 보면 7월 7일 기준 서울의 일일 평균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인구를 훨씬 웃도는 1109만5000명 수준이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하루 평균 200만 명에 달한다. 균형발전위원회의 균형발전지표에서 수도권 삶의 만족도는 2020년 3.59로 나타나, 전국 평균(3.61), 비수도권(3.64)보다 낮았다는 점도 수도권 삶의 질 저하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도권 광역화는 갈수록 심화할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에 130만∼150만 가구(서울 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는데, 이 중 100만 가구가 경기·인천에 집중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주택이 수도권 외곽 지역에 다수 들어서면, 직장을 서울에 두고 거주지를 옮기는 비자발적 이사가 느는 건 불문가지다. 서울, 경기, 인천을 무 자르듯 구분해 교통·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비단, 이 문제들이 다가 아니다. 수도권 매립지 등 광역 단위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적을 떠나 ‘수도권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점은 반길 일이다. 다만, 이는 별도의 실무 조직 구성 등 실체적 논의가 전개될 때 유의미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 칸막이 행정과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기연구원은 2020년 4월 낸 보고서에서 수도권에 얽힌 교통·주택·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도권 광역행정청’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영국 런던(TfL) 등 유럽 도시 일부는 대도시권 광역교통의 운영 지원 등을 총괄하는 별도 행정기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3자 협의체 구성은 오 시장이 민선 8기 들어 전국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꺼낸 카드다.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서울 시민”이라고 밝히는 오 시장이 공재불사(功在不舍)의 자세로 실효성 있는 성과를 도출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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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 속 주인공을 비롯한 세 형제는 경기 산포시로 설정된 가상의 공간에 살며 매일 서울로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를 오간다. 장거리 통근에 지친 도시민의 팍팍한 삶을 그려낸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사며 종영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회자하고 있다. 나의 해방일지는 기실 허구라기보다는 현실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으로 서민 상당수가 자의 반 타의 반 외곽으로 밀려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949만여 명이다. 2016년 5월 처음 10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후 95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6년 만에 파주·김포시 정도 인구가 증발한 셈이다.
서울의 인구 붕괴는 서울의 쇠락이 아닌, 수도권 삶의 질 악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옳다. 거주인구는 줄었으나, 낮 동안 서울에 머무르는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을 보면 7월 7일 기준 서울의 일일 평균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인구를 훨씬 웃도는 1109만5000명 수준이다. 경기와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는 하루 평균 200만 명에 달한다. 균형발전위원회의 균형발전지표에서 수도권 삶의 만족도는 2020년 3.59로 나타나, 전국 평균(3.61), 비수도권(3.64)보다 낮았다는 점도 수도권 삶의 질 저하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도권 광역화는 갈수록 심화할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에 130만∼150만 가구(서울 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는데, 이 중 100만 가구가 경기·인천에 집중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주택이 수도권 외곽 지역에 다수 들어서면, 직장을 서울에 두고 거주지를 옮기는 비자발적 이사가 느는 건 불문가지다. 서울, 경기, 인천을 무 자르듯 구분해 교통·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여건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비단, 이 문제들이 다가 아니다. 수도권 매립지 등 광역 단위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이 당적을 떠나 ‘수도권 3자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한 점은 반길 일이다. 다만, 이는 별도의 실무 조직 구성 등 실체적 논의가 전개될 때 유의미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자체 칸막이 행정과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허울뿐인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경기연구원은 2020년 4월 낸 보고서에서 수도권에 얽힌 교통·주택·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도권 광역행정청’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영국 런던(TfL) 등 유럽 도시 일부는 대도시권 광역교통의 운영 지원 등을 총괄하는 별도 행정기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3자 협의체 구성은 오 시장이 민선 8기 들어 전국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꺼낸 카드다. “경기도에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도 서울 시민”이라고 밝히는 오 시장이 공재불사(功在不舍)의 자세로 실효성 있는 성과를 도출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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