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3 내란사태 핵심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등 10일에도 각개 약진 형태로 수사를 이어갔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7쪽 분량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적시하며 ‘윤 대통령의 지시로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한 폭동을 일으켰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여야 주요 정치인 체포를 시도했다고 지목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소환 조사했다. 윤 대통령을 사실상 내란 우두머리(수괴)로 규정한 것으로 검찰은 군과 경찰 관계자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특수본 사정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전 장관과 공모했다는 범죄 혐의 구성 자체가 내란 우두머리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다.
특수본은 김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군 지휘관 등을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기초 사실관계를 정리한 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하겠단 방침이다. 특수본은 또 김 전 장관의 영장에 윤 대통령뿐 아니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관계자뿐만 아니라 조지호 경찰청장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국회 전체 출입 통제 지시를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경찰 공무원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의 수사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의 내란 혐의를 고리로 검찰이 포괄적인 수사권이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날 조 청장을 직접 조사하며 수사 속도를 높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이 조 청장의 직접 지휘를 받는 조직은 아니지만 특별수사단은 조직의 수장을 소환 조사한 셈이다. 특수단은 비상계엄 당일 조 청장의 지시에 따라 국회 봉쇄를 실행한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곧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박안수 계엄사령관의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출석도 요구했다. 특수단은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국정원장 등 11명에 대해 공식 출석요구를 하였고, 그 중 1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경찰에 내란 사건 이첩을 요구하고 있는 공수처는 이날 김용현 전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날 오동운 공수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는데 (내란 범죄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면 나중에 굉장히 큰 적법절차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첩 전이라도 공수처가 같이 구속영장을 청구해 인신을 확보하는 것이 적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을 대비한 청구로 보인다.
한편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내란 사건 수사 협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대검찰청이 전날 경찰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협의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경찰 특수단은 “3개 기관이 모두 참석한다면 안 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고 공수처도 “대검찰청과 국수본이 참여하는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자와 일정 등을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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