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오후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수본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경찰의 체포조 인력 지원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과 윤승영 국수본 수사기획조정관 등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지휘부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경찰은 강한 유감을 표했고, 검찰은 영장에 의한 정당한 압수수색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국수본·영등포경찰서·국방부 조사본부와 관계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사태 당시 체포조 활동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우 본부장, 윤 조정관, 전창훈 국수본 수사기획담당관 등 국수본 지휘라인의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우 본부장의 신분은 참고인이다. 다만 피의자 전환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 조정관과 전 담당관을 이날 압수수색 직후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이 경찰 특별수사단 수장인 우 본부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면서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두고 경쟁 중인 검찰과 경찰의 갈등도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우 본부장은 이날 특별수사단을 통해 “단장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위해 공조수사본부까지 꾸린 상황에서 참고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앞으로도 공조본 체제로 흔들림 없이 철저히 수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조본에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참여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정당한 압수수색”이라고 반박했다.
국수본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군방첩사령부 요청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조에 인력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검찰은 방첩사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계엄 당일 방첩사가 국수본 측과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윤 조정관과 강상문 영등포서장 등 간부들과 당시 국회 앞에 나갔던 영등포서 형사들을 불러 조사했다.
국수본은 방첩사가 현장을 안내할 경찰 명단을 요청해 이에 응했다면서도 현장 투입 여부는 밝히지 않았었다. 검찰은 경찰이 방첩사 요청대로 영등포서 강력팀 형사 10명을 국회 앞에 보낸 정황을 파악하고, 이들이 정치인 체포조 활동을 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방첩사가 국수본에 인력 지원을 요청하면서 ‘체포’라는 말을 언급했다는 경찰 관계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 의장 등이 실제 체포됐다면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이보다 명확한 ‘국헌 문란 목적’이 어디있느냐”고 말했다. 내란죄는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 성립한다.
국방부 조사본부도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요청을 받고 수사관 10명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을 파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10명을 보냈고, 가는 도중 계엄이 해제돼 복귀했다”는 입장이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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