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 의혹에 대해 해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들이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법부의 인공지능(AI) 기술 사용에 대해서는 적절한 활용이 중요하다면서도 재판이나 법관의 역할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55·27기)·마은혁(61·29기)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특위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후 국회 몫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통상 여야(與野)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가 합의해 선출하는 게 관례였는데, 민주당이 의석 수에 따라 자신들이 후임자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출이 지연됐다.
조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의 공석 상황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 사건 심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빈번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적인 개선방법으로는 임기만료 또는 정년도래로 인해 퇴임하는 재판관은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직무계속제도나 예비재판관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도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정해져야 하는 사항”이라며 예비재판관 제도와 임기 만료에도 후임자 임명 전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마 후보자는 독일과 스페인의 ‘임기만료 재판관의 직무계속 제도’ 및 오스트리아의 ‘예비재판관 제도’와 재판관의 증원 등 해외 사례도 지목하며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숙의를 거쳐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법부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질문에 조 후보자는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자료를 습득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한다”며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한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 판단, 사회적·윤리적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판례 검색, 법률 관련 논문 분석 등 재판 업무를 보조할 수는 있겠으나, 법관의 역할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정확성을 완전히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 기술은 입력된 데이터를 통한 판단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법관의 업무 효율 증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전자소송, 형사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법관의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 법관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후보자도 “재판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은 앞으로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는 발달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좋은 재판을 하도록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고, 이 점은 인공지능 기술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재판을 인공지능에게 완전히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세 후보자는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용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2년에 ‘SNS 상에서 사회적․정치적 의견 표명을 하는 경우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며 “법관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표현의 자유의 주체가 되므로, SNS의 사용 자체를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의 한 사람인 동시에 독립과 공정이 요구되는 법관이기도 하므로, 재판의 독립이나 공정에 의심을 줄 수 있는 활동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정치적 의견을 개진했다고 곧바로 법률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재판을 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도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하고,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일으킬 만한 외관의 형성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마 후보자도 “법원과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종국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관은 개인 SNS를 통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 후보자는 ‘후보자가 법관으로 재직하며 판결했던 사건 중 사회적으로 가장 논란이 됐던 사건이 있었는지와 그 사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김남희 민주당 의원 질의에 “2009년 11월 한·미FTA 비준동의안 직권 상정에 반대해 국회의사당 로텐더 홀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동당 당직자 12명에 대한 재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를 거론하며 해명했다.
마 후보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근무하던 2009년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직권 상정 움직임 등에 반발해 2008년 12월 30일부터 2009년 1월 5일까지 국회를 불법 점거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12명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전원 공소(公訴)기각 결정을 내렸다.
마 후보자는 “민주당 당직자들도 국회의장의 퇴거 명령에 불응했는데, 민노당 당직자만을 기소한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판결 직후 당시 정치권에선 “다른 도둑놈은 놔두고 왜 이 도둑만 법정에 데려왔느냐면서 돌아가라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민주당 당직자들이 그해 1월 5일 새벽 자진 해산했으며, 유일하게 현장에서 검거된 민주당 보좌진이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2010년 7월, 2012년 7월 마 후보자의 판결을 깨고 1심부터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1심은 민노당 당직자 7명에게 벌금 20만원, 나머지 5명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 항소 기각으로 확정됐다.
마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당직자들도 민노당 당직자들과 함께 연좌농성을 벌였는데, 검사가 민노당 당직자들만 약식기소하고 민주당 당직자들은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동일 사건 피의자들을 차별 취급한 것으로 검사의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다”며 “위 판결은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에 기초해 공소권 남용에 관한 판례와 형사소송법 교과서의 내용, 공소권 남용에 관한 박사학위논문 등의 문헌을 검토하여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후보자는 2009년 친분이 있던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출판기념회 등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선 “제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은 그 직전에 잇달아 발생한 후보자의 가족상(아버지와 배우자)에 노 대표가 2번 모두 문상을 와 준 것에 대한 답례로 참석한 것”이라며 “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과 (민노당) 공소권 남용 판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권한쟁의 심판’ 카드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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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기자 iamchosun@chosun.com
헌법재판관 9명 시절의 헌법재판소 모습. /박상훈 기자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 국회 선출 3명 등 9명으로 구성되는데, 지난 10월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한 후 국회 몫 후임이 임명되지 않았다. 통상 여야(與野)가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여야가 합의해 선출하는 게 관례였는데, 민주당이 의석 수에 따라 자신들이 후임자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선출이 지연됐다.
조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의 공석 상황이 발생할 경우 헌법재판 사건 심리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빈번하고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도적인 개선방법으로는 임기만료 또는 정년도래로 인해 퇴임하는 재판관은 후임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직무계속제도나 예비재판관제도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도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정해져야 하는 사항”이라며 예비재판관 제도와 임기 만료에도 후임자 임명 전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마 후보자는 독일과 스페인의 ‘임기만료 재판관의 직무계속 제도’ 및 오스트리아의 ‘예비재판관 제도’와 재판관의 증원 등 해외 사례도 지목하며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국회에서 폭넓은 의견 수렴과 숙의를 거쳐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사법부의 인공지능 활용에 관한 질문에 조 후보자는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자료를 습득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한다”며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은 단순히 기계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한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치 판단, 사회적·윤리적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인공지능 기술이 판례 검색, 법률 관련 논문 분석 등 재판 업무를 보조할 수는 있겠으나, 법관의 역할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 시점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정확성을 완전히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 기술은 입력된 데이터를 통한 판단만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법관의 업무 효율 증진 등의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전자소송, 형사전자소송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법관의 재판업무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 법관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후보자도 “재판에 도움을 주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은 앞으로 적절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법부는 발달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좋은 재판을 하도록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고, 이 점은 인공지능 기술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재판을 인공지능에게 완전히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조선일보DB
정 후보자는 “정치적 의견을 개진했다고 곧바로 법률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재판을 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면서도 “사법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하고,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일으킬 만한 외관의 형성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마 후보자도 “법원과 법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은 종국적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사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관은 개인 SNS를 통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에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야기할 수 있는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인 조한창(왼쪽) 변호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 /조선일보 DB
마 후보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근무하던 2009년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직권 상정 움직임 등에 반발해 2008년 12월 30일부터 2009년 1월 5일까지 국회를 불법 점거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12명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전원 공소(公訴)기각 결정을 내렸다.
마 후보자는 “민주당 당직자들도 국회의장의 퇴거 명령에 불응했는데, 민노당 당직자만을 기소한 것은 자의적인 차별”이라며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했다. 판결 직후 당시 정치권에선 “다른 도둑놈은 놔두고 왜 이 도둑만 법정에 데려왔느냐면서 돌아가라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민주당 당직자들이 그해 1월 5일 새벽 자진 해산했으며, 유일하게 현장에서 검거된 민주당 보좌진이 수사를 받았지만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무혐의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2010년 7월, 2012년 7월 마 후보자의 판결을 깨고 1심부터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후 재개된 재판에서 1심은 민노당 당직자 7명에게 벌금 20만원, 나머지 5명에게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고 항소 기각으로 확정됐다.
마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당직자들도 민노당 당직자들과 함께 연좌농성을 벌였는데, 검사가 민노당 당직자들만 약식기소하고 민주당 당직자들은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은 동일 사건 피의자들을 차별 취급한 것으로 검사의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다”며 “위 판결은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에 기초해 공소권 남용에 관한 판례와 형사소송법 교과서의 내용, 공소권 남용에 관한 박사학위논문 등의 문헌을 검토하여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 후보자는 2009년 친분이 있던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가 운영하는 연구소의 출판기념회 등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선 “제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은 그 직전에 잇달아 발생한 후보자의 가족상(아버지와 배우자)에 노 대표가 2번 모두 문상을 와 준 것에 대한 답례로 참석한 것”이라며 “위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것과 (민노당) 공소권 남용 판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23~24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27일 본회의에서 임명 동의안을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권한쟁의 심판’ 카드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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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현 기자 iamchos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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