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시민사회에서는 한 대행의 직무 유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줄곧 ‘윤석열 퇴진’을 외쳐온 시민들도 이날은 ‘한덕수 퇴진’을 외치며 집회에 나서기로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이날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내란 연장 헌법파괴 한덕수 퇴진 긴급행동’을 열어 정부서울청사를 향해 한 대행 퇴진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한 대행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히기 전까지는 예정되어 있지 않았던 집회 일정이다. 비상행동은 “오늘 한덕수가 담화문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사실상 거부했다”며 이를 ‘내란 연장’으로 규정했다.
참여연대도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며 “국민의 뜻을 거스를 거라면 당장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 대행이) 내란 가담자임에도 국정 혼란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권한대행을 맡게 된 사실을 망각한 채 국민에 맞서 탄핵 및 내란 수사를 방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며 “국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준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미루는 데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특검법 제3조는 특별검사의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는 (후보 추천 의뢰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권이나 재량권이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라며 “그럼에도 후보 추천을 미루는 건 한 대행 스스로 내란죄 피의자임을 시인하고 수사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참여연대는 한 대행에게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공포도 촉구했다.
한 대행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는데도, 여야 합의 없이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에 흔들림이 없도록 안정된 국정 운영에 전력을 다하는 걸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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