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던 NH농협금융지주의 신임 회장 후보에 이찬우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내정됐다. 현 이석준 회장의 임기 만료를 닷새 앞두고 차기 회장이 결정되는 진통을 겪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날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전 부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다. 이 전 부원장은 관가에서 '경제정책통'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이 전 부원장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내년 1월 1일부터 취임 때까지 한 달가량은 이재호 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임추위는 이날 "당일 인터뷰 결과 1순위 후보자가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 심사 대상으로서 즉시 선임이 제한돼 내년 1월 24일 취업 심사 승인이 처리되면 2월 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원장은 1966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다. 부산대 사대부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종합정책과장과 부총리실 비서실장, 미래사회정책국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보, 경남도청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금감원 기획·보험 담당 수석부원장을 역임했다.
2016년 2월 박근혜 정부 때 차관보로 임명됐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거쳐 2018년 12월까지 총 34개월간 기재부 최장수 차관보로 일하며 경제정책 수립에 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신충식 초대 회장, 손병환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경제관료 출신이 회장을 맡아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적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임추위가 정책 전문가가 회장직에 적격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NH금융지주 회장 인선은 막판까지 혼선을 거듭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과 해제, 이어진 탄핵 정국에서 적절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 인선이 늦어진다는 시각이 많았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 20일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강태영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을 내정하는 등 6개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차기 지주 회장 후보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 신임 회장 앞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와의 관계 설정이라는 해묵은 숙제가 놓여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속적으로 금융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최근 이뤄진 NH농협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인사에서도 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전면에 배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지주는 '신경 분리(금융사업과 중앙회 분리)'를 내세우며 12년 전 출범했지만 여전히 중앙회의 그늘 아래 있다. 중앙회는 농협금융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올 초엔 금융당국이 중앙회의 영향을 차단하겠다며 농협금융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석준 현 회장도 NH투자증권 수장 인사를 놓고 강 회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차기 대표로 추천했고, 이 회장은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을 추천했다.
당시 NH금융지주는 중앙회에 대한 임추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결국 윤 부사장이 대표로 최종 선임됐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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