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이주00 ②] 농촌과 사회복지의 삶, 전남 영광 여민동락공동체
[월간 옥이네]
청년과 지역을 이으려는 무수한 노력이 지역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수도권 청년에겐 '지역'이라는 가능성을 열고, 지역에겐 '인구 절벽' 상황 타개할 전략을 찾는 시도입니다. 지역과 청년의 삶을 잇는 '별의별이주00' 프로젝트를 주목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말>
전남 영광군 묘량면 마을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여민동락공동체'. 고즈넉한 마을에 겹겹이 있는 하얀색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모두의 약속처럼 입구에 붉게 새겨진 여민동락,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뜻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 고령화가 심화된 묘량면에 노인복지센터를 시작으로 노인 일자리, 작은학교 살리기, 동락점빵(묘량면 42개 자연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장터) 등으로 농촌복지사업을 확대해 온 여민동락공동체.
다음 세대에 농촌과 사회복지의 직업적 가치를 전하고자 2019년 별의별의이주00 프로젝트(아래 별의별이주00)를 시작, 더 많은 이에게 가치를 전하려는 노력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이은경 대표와 별의별이주00 초기 운영자였던 김강선 활동가에게 울고 웃었던 지난 시간을 들어봤다.
사회복지와 돌봄을 전하는 여민동락공동체
추수를 마치고 곤포 사일리지(짚을 두루마리 휴지 모양으로 압축 포장해 사료 등으로 사용) 작업이 한창이던 11월 13일. 마을 길마다 바쁘게 은농기계가 지나다니는 때, 바쁜 오전을 보낸 이은경 대표가 여민동락공동체 마당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별의별이주00으로 지금까지 20여 명이 다녀갔어요. 올해는 6명이 왔고요. 여민동락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과 인연을 맺었는데 별의별이주00을 알려주셨어요. 저희도 청년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참이라 2019년에 시작하게 됐어요."
사회복지와 돌봄을 주제로 시작한 영광의 별의별이주00. 기본활동으로 사회적농장 4시간, 사회적농장·노인주간보호·동락점빵·깨움마을학교 중 하나를 선택활동으로 4시간을 더해 하루를 보낸다. 나머지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마을을 누빌 수 있는 시간.
"처음에는 여민동락공동체의 모든 활동을 소개해요. 이후에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일정을 조율하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경우에는 농장 일을 주로 하고요."
사회적농장은 마을 어르신과 함께 새싹보리, 유기농 쌈채소 등을 생산한다. 2009년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모싯잎 재배부터 송편 제조 및 판매하는 '모싯잎송편공장'이 그 시작이었다. 모싯잎송편 재료의 안정적인 공급과 인근 학교 급식소 농산물 식재료 공급을 위해 2017년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에 선정, 2019년 거점 농장으로 선정됐다. 이는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의 주 사업인 만큼 별의별이주00 활동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숙소 근처에 농장이 있어요. 어르신 20여 명과 하우스 세 동을 운영해요. 주로 쌈채소를 재배하는데 올해는 휴경이었어요. 활동하는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85세라 건강도 염려되고 앞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됐어요. 지속가능한 사회적농장을 위한 방향을 잡는 시간으로 한해 쉬었죠. 휴경하는 대신 어르신들과 하려고 생각 중이었던 허브 삽목을 참여자들과 같이 했어요."
별의별이주00에서 큰 부분을 차지 하는 또 다른 활동인 '동락점빵'. 네 가지 선택활동 중 참가자 선호도가 가장 높고 짧은 시간 안에 마을을 이해할 수 있는 활동이다.
"동락점빵은 가게 없는 마을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장터예요. 목·금요일마다 묘량면 42개 자연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매해요. 묘량면의 깊은 곳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삶과 농촌의 현실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동락점빵 차량은 사회복지사가 운행한다. 생필품 판매와 더불어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과 건강을 두루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가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살림살이가 눈에 보여요. 우유를 자주 사는 어르신이 계시면 '어르신 지난번에 산 우유 다 드셨어요?' 물어봐요. 그리고 냉장고를 확인하면 마시지 않은 우유가 그대로 있어요. 왜 우유를 샀는지 이야기 들어보면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거예요."
대화를 통해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등 안부를 물으며 마을을 파악하는 일이 포함된 이동장터. 여민동락공동체는 이 일을 통해 별의별이주00 참가자들이 농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마을을 경험하면서 동락점빵이 생긴 이유와 필요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요즘 노인을 만나지 못하는 청년이 많은 것 같아요. 이 경험을 통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길 바라요."
진짜 농촌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마을과 주민을 가까이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농촌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이은경 대표. 농촌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게 영광 별의별이주00의 목표다.
"농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농촌은 두려움이에요. '부딪쳐 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경험으로 지역에 더 머물고 싶은 호감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농업과 농민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고요."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별의별이주00을 운영한 지 6년째, 활동의 의미를 전달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가 가장 어렵다.
"가끔 '여행'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별의별이주00은 농촌 관광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지역과 일을 경험하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죠. 또 지역과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 없이 방문하면 곤란할 때가 많아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며 하루 만에 포기한 참가자들도 계셨어요. 이 취지를 이해하고 시작해도 모자란 시간인데 준비되지 않은 2주는 너무 부족해요."
2019년부터 3년간 영광 별의별이주00을 운영했던 노인주간보호센터 지역복지팀 김강선 활동가 또한 어려웠던 건 마찬가지. 2007년 여민동락공동체를 세운 6명의 청년 중 한 명인 그는 함께할 동료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별의별이주00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청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다른 곳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네트워킹하면서 준비했죠. 농장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 숙소를 마련하고 공간이 부족하면 저희 집에서 머물고요.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상생활을 챙겨주는 거였어요.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낯선 곳에 왔으니 생활적인 면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민동락이 온정이 가득한 곳보다 살아보고 싶은 삶터로 기억되길 바랐어요. 그러려면 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2주는 서로를 알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김강선 활동가는 농촌을 알려면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벼는 모를 심고 수확까지 6개월이 걸려요. 그보다 짧은 배추도 60~70일은 필요하고요. 한 작물을 심고 수확까지 해야 진짜로 농촌을 경험하는 것이죠. 물론 여민동락에서 농사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경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긴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지만 그만큼 충분한 고민과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안 그러면 열심히 준비한 운영기관도 상처받고 큰마음 먹고 온 참가자도 농촌의 삶을 주저하게 될 수 있어요."
지난해 여민동락공동체는 별의별이주00을 한 차례 쉬었다. 묘량면의 향후 10년을 계획하는 시기로 현재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덥석' 오는 농촌에서 '땀' 흘리는 경험
1년의 휴식, 본업과 함께해야 하는 부담과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여민동락공동체는 별의별이주00을 포기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1년 동안 쉬면서 고민한 결과 사람이 계속 드나드는 마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함께할 사람을 찾기 위해 애를 썼는데 우리가 계속 살아갈 마을이니까, 우리 속도에 맞춰 다시 해보자고 했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걸 잘 알아요. 누구나 드나드는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거기서 나아갈 힘도 생길 거라 믿어요." (이은경 대표)
이은경 대표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에는 공동체와 동료의 힘이 크다. 사회적농장·노인주간보호·동락점빵·깨움마을학교 분야가 나뉘어져 있지만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해줄 존재가 그를 든든하게 만든다.
"혼자선 절대 못 했을 거예요. 공동체라서 이왕 하는 거 더 재밌게,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다 보면 방법을 찾게 돼요. 여민동락공동체 16명이 서로 맞들고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이은경 대표)
여러 지역살이 프로그램과 달리 자율성을 보장하는 별의별이주00의 특성 또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지역살이 프로그램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진 것은 지역을 경험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보는 방식이 더 다양해져야 하는데 백화점처럼 정해놓은 것을 고르게 하는 방식은 활동 자체가 소비재가 아님에도 소비하게 만들어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직접 찾을 수 있게 해야 해요. 별의별이주00에선 그런 활동이 가능하고요." (이은경 대표)
지역에서의 다양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별의별이주00과 여민동락공동체의 역할이라는 그. 돌봄공동체로 마을과 함께한 지난 17년의 세월이 있기에 더욱 가능하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환대해주세요. 주민 역량 교육과 그간의 경험 덕분에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마음을 내어주는 것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마을 어르신들은 낯선 이를 마음으로 품어주시고 저희는 먹고 사는 문제처럼 살아가는 데 생기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며 곁에 있어야 해요." (이은경 대표)
마음으로, 곁을 함께하는 것으로 마을이 새로운 이를 맞이하는 것만큼, 찾아오는 이도 농촌을 지켜온 주민들의 노고를 알아주길 바란다. 지금의 마을이 있기까지에는 땀 흘려온 주민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김강선 활동가는 어르신들이 잘 꾸려온 마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땀 흘리고 싶다고.
"묘량면에는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삶터를 만들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처럼 현장에서 땀 흘리면서요. 직접 땀 흘려 터전을 일구는 경험을 더 많은 이가 할 수 있길 바라요. 여민동락공동체도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마을에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나씩 이뤄낸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모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경험을 전하고 싶어요." (김강선 활동가)
농촌의 경계를 허무는 목표는 그대로지만 참가자들이 '덥석' 농촌에 올 수 있도록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언젠가 이뤄질 날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사회적농장을 청년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참가자들과 더 많은 부분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지역화폐를 이용해 생활비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참여하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찾고 구매하는 과정이 지역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율성에 기반한 지역살이가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삶의 방식이 한 가지가 아닌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요." (이은경 대표)
월간옥이네 통권 90호(2024년 12월호)
글 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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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옥이네]
청년과 지역을 이으려는 무수한 노력이 지역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수도권 청년에겐 '지역'이라는 가능성을 열고, 지역에겐 '인구 절벽' 상황 타개할 전략을 찾는 시도입니다. 지역과 청년의 삶을 잇는 '별의별이주00' 프로젝트를 주목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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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영광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 |
| ⓒ 월간 옥이네 |
전남 영광군 묘량면 마을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여민동락공동체'. 고즈넉한 마을에 겹겹이 있는 하얀색 건물 사이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모두의 약속처럼 입구에 붉게 새겨진 여민동락, '백성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뜻을 그대로 담고 있는 모습이다.
2007년 고령화가 심화된 묘량면에 노인복지센터를 시작으로 노인 일자리, 작은학교 살리기, 동락점빵(묘량면 42개 자연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장터) 등으로 농촌복지사업을 확대해 온 여민동락공동체.
다음 세대에 농촌과 사회복지의 직업적 가치를 전하고자 2019년 별의별의이주00 프로젝트(아래 별의별이주00)를 시작, 더 많은 이에게 가치를 전하려는 노력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이은경 대표와 별의별이주00 초기 운영자였던 김강선 활동가에게 울고 웃었던 지난 시간을 들어봤다.
사회복지와 돌봄을 전하는 여민동락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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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 대표. |
| ⓒ 월간 옥이네 |
추수를 마치고 곤포 사일리지(짚을 두루마리 휴지 모양으로 압축 포장해 사료 등으로 사용) 작업이 한창이던 11월 13일. 마을 길마다 바쁘게 은농기계가 지나다니는 때, 바쁜 오전을 보낸 이은경 대표가 여민동락공동체 마당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별의별이주00으로 지금까지 20여 명이 다녀갔어요. 올해는 6명이 왔고요. 여민동락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과 인연을 맺었는데 별의별이주00을 알려주셨어요. 저희도 청년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참이라 2019년에 시작하게 됐어요."
사회복지와 돌봄을 주제로 시작한 영광의 별의별이주00. 기본활동으로 사회적농장 4시간, 사회적농장·노인주간보호·동락점빵·깨움마을학교 중 하나를 선택활동으로 4시간을 더해 하루를 보낸다. 나머지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마을을 누빌 수 있는 시간.
"처음에는 여민동락공동체의 모든 활동을 소개해요. 이후에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일정을 조율하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경우에는 농장 일을 주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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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민동락 사회적농장을 가리키는 이정표. |
| ⓒ 월간 옥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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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의별이주 영광'의 다양한 활동들. |
| ⓒ 사진제공 여민동락공동체 |
사회적농장은 마을 어르신과 함께 새싹보리, 유기농 쌈채소 등을 생산한다. 2009년 노인 일자리 마련을 위한 모싯잎 재배부터 송편 제조 및 판매하는 '모싯잎송편공장'이 그 시작이었다. 모싯잎송편 재료의 안정적인 공급과 인근 학교 급식소 농산물 식재료 공급을 위해 2017년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사회적농업 시범사업에 선정, 2019년 거점 농장으로 선정됐다. 이는 여민동락영농조합법인의 주 사업인 만큼 별의별이주00 활동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숙소 근처에 농장이 있어요. 어르신 20여 명과 하우스 세 동을 운영해요. 주로 쌈채소를 재배하는데 올해는 휴경이었어요. 활동하는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85세라 건강도 염려되고 앞으로 계속 활동할 수 있을지 고민됐어요. 지속가능한 사회적농장을 위한 방향을 잡는 시간으로 한해 쉬었죠. 휴경하는 대신 어르신들과 하려고 생각 중이었던 허브 삽목을 참여자들과 같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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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영광 동락점빵사회적협동조합. |
| ⓒ 월간 옥이네 |
별의별이주00에서 큰 부분을 차지 하는 또 다른 활동인 '동락점빵'. 네 가지 선택활동 중 참가자 선호도가 가장 높고 짧은 시간 안에 마을을 이해할 수 있는 활동이다.
"동락점빵은 가게 없는 마을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이동장터예요. 목·금요일마다 묘량면 42개 자연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판매해요. 묘량면의 깊은 곳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삶과 농촌의 현실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동락점빵 차량은 사회복지사가 운행한다. 생필품 판매와 더불어 마을 어르신들의 생활과 건강을 두루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가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살림살이가 눈에 보여요. 우유를 자주 사는 어르신이 계시면 '어르신 지난번에 산 우유 다 드셨어요?' 물어봐요. 그리고 냉장고를 확인하면 마시지 않은 우유가 그대로 있어요. 왜 우유를 샀는지 이야기 들어보면 사람을 만나고 싶었던 거예요."
대화를 통해 어느 병원에 입원했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 등 안부를 물으며 마을을 파악하는 일이 포함된 이동장터. 여민동락공동체는 이 일을 통해 별의별이주00 참가자들이 농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농촌의 아름다운 자연만 보지 않았으면 해요. 마을을 경험하면서 동락점빵이 생긴 이유와 필요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요즘 노인을 만나지 못하는 청년이 많은 것 같아요. 이 경험을 통해 어르신을 대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길 바라요."
진짜 농촌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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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의별이주 영광'의 다양한 활동들. |
| ⓒ 사진제공 : 여민동락공동체 |
마을과 주민을 가까이 만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농촌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이은경 대표. 농촌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게 영광 별의별이주00의 목표다.
"농촌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농촌은 두려움이에요. '부딪쳐 보니 별거 아니네'라는 경험으로 지역에 더 머물고 싶은 호감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농업과 농민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고요."
이러한 목표를 가지고 별의별이주00을 운영한 지 6년째, 활동의 의미를 전달하기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가 가장 어렵다.
"가끔 '여행'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별의별이주00은 농촌 관광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지역과 일을 경험하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죠. 또 지역과 저희가 하는 일에 대한 이해 없이 방문하면 곤란할 때가 많아요.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르다며 하루 만에 포기한 참가자들도 계셨어요. 이 취지를 이해하고 시작해도 모자란 시간인데 준비되지 않은 2주는 너무 부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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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영광 여민동락재가노인복지센터. |
| ⓒ 월간 옥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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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영광 여민동락재가노인복지센터. |
| ⓒ 월간 옥이네 |
2019년부터 3년간 영광 별의별이주00을 운영했던 노인주간보호센터 지역복지팀 김강선 활동가 또한 어려웠던 건 마찬가지. 2007년 여민동락공동체를 세운 6명의 청년 중 한 명인 그는 함께할 동료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별의별이주00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청년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다른 곳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네트워킹하면서 준비했죠. 농장 근처에 있는 사무실에 숙소를 마련하고 공간이 부족하면 저희 집에서 머물고요.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일상생활을 챙겨주는 거였어요. 식사는 제대로 했는지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은지, 낯선 곳에 왔으니 생활적인 면을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민동락이 온정이 가득한 곳보다 살아보고 싶은 삶터로 기억되길 바랐어요. 그러려면 관계를 쌓아야 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2주는 서로를 알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김강선 활동가는 농촌을 알려면 최소한 6개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벼는 모를 심고 수확까지 6개월이 걸려요. 그보다 짧은 배추도 60~70일은 필요하고요. 한 작물을 심고 수확까지 해야 진짜로 농촌을 경험하는 것이죠. 물론 여민동락에서 농사만 하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경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긴 시간을 내는 게 쉽진 않지만 그만큼 충분한 고민과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안 그러면 열심히 준비한 운영기관도 상처받고 큰마음 먹고 온 참가자도 농촌의 삶을 주저하게 될 수 있어요."
지난해 여민동락공동체는 별의별이주00을 한 차례 쉬었다. 묘량면의 향후 10년을 계획하는 시기로 현재 마을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덥석' 오는 농촌에서 '땀' 흘리는 경험
1년의 휴식, 본업과 함께해야 하는 부담과 운영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여민동락공동체는 별의별이주00을 포기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1년 동안 쉬면서 고민한 결과 사람이 계속 드나드는 마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함께할 사람을 찾기 위해 애를 썼는데 우리가 계속 살아갈 마을이니까, 우리 속도에 맞춰 다시 해보자고 했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걸 잘 알아요. 누구나 드나드는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을 만나고 거기서 나아갈 힘도 생길 거라 믿어요." (이은경 대표)
이은경 대표가 이런 마음을 먹게 된 것에는 공동체와 동료의 힘이 크다. 사회적농장·노인주간보호·동락점빵·깨움마을학교 분야가 나뉘어져 있지만 어려움이 생기면 함께해줄 존재가 그를 든든하게 만든다.
"혼자선 절대 못 했을 거예요. 공동체라서 이왕 하는 거 더 재밌게,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다 보면 방법을 찾게 돼요. 여민동락공동체 16명이 서로 맞들고 있으니까 가능한 거죠." (이은경 대표)
여러 지역살이 프로그램과 달리 자율성을 보장하는 별의별이주00의 특성 또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
"지역살이 프로그램마다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 일정이 촘촘하게 짜여진 것은 지역을 경험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보는 방식이 더 다양해져야 하는데 백화점처럼 정해놓은 것을 고르게 하는 방식은 활동 자체가 소비재가 아님에도 소비하게 만들어요.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직접 찾을 수 있게 해야 해요. 별의별이주00에선 그런 활동이 가능하고요." (이은경 대표)
지역에서의 다양한 삶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별의별이주00과 여민동락공동체의 역할이라는 그. 돌봄공동체로 마을과 함께한 지난 17년의 세월이 있기에 더욱 가능하다고.
"마을 어르신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피하지 않고 환대해주세요. 주민 역량 교육과 그간의 경험 덕분에 익숙해지신 것 같아요. 마음을 내어주는 것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요. 마을 어르신들은 낯선 이를 마음으로 품어주시고 저희는 먹고 사는 문제처럼 살아가는 데 생기는 고민을 함께 해결하며 곁에 있어야 해요." (이은경 대표)
마음으로, 곁을 함께하는 것으로 마을이 새로운 이를 맞이하는 것만큼, 찾아오는 이도 농촌을 지켜온 주민들의 노고를 알아주길 바란다. 지금의 마을이 있기까지에는 땀 흘려온 주민들 덕분이기 때문이다. 김강선 활동가는 어르신들이 잘 꾸려온 마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땀 흘리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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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강선 활동가. |
| ⓒ 월간 옥이네 |
"묘량면에는 더불어 사는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삶터를 만들기 위해 마을 어르신들처럼 현장에서 땀 흘리면서요. 직접 땀 흘려 터전을 일구는 경험을 더 많은 이가 할 수 있길 바라요. 여민동락공동체도 처음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에요. 마을에 필요한 것을 찾아서 하나씩 이뤄낸 거예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을 모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경험을 전하고 싶어요." (김강선 활동가)
농촌의 경계를 허무는 목표는 그대로지만 참가자들이 '덥석' 농촌에 올 수 있도록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이 언젠가 이뤄질 날을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사회적농장을 청년들과 협업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참가자들과 더 많은 부분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또 지역화폐를 이용해 생활비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참여하는 동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 찾고 구매하는 과정이 지역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율성에 기반한 지역살이가 전국으로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삶의 방식이 한 가지가 아닌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 수 있도록요." (이은경 대표)
월간옥이네 통권 90호(2024년 12월호)
글 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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